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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 책을 읽는 방법을 알게 해준 책, 내 인생에 아직 한참 할일<볼 책>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
내가 여태까지 책을 읽고 써왔던 것은 서평이 아니라 리뷰였다. 이 책은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 마이클 더다. 이 사람.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글로 풍겨나는 그의 지적 세계가 이렇게까지 부러울 줄 몰랐다.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동화부분과 몇몇 작가의 작품 빼고는 모두 안 읽어본 작품이라는 점과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책들이 얼마나 손톱만한 양의 서적이었는지 절실히. 아주 절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늘 책과 동거동락하며 살아왔다는 저자는 고맙게도 이런 희망적인 말을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 앞에는 아직 많은 미지의 모험이 남아 있으니까. 자 이제 흥분을 기대하라. "게임은 시작되었다!"'
마이클 더다가 유명한 서평가라는 사실은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알았다. 그가 낸 저서가 이 책 외에도 [독서:에세이와 문학적 여흥], [줄거움에 엮어],[오픈북]이 있는데 행운스럽게도 나는 오픈북도 읽는 기회가 생겼다.
오픈북은 마이클 더다의 자서전이자 그가 책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어릴때부터 책에 빠져 살아온 인물로 그의 부모들은 책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가정에 충실했고 착실하게 살아온 인물들이다. 그의 아버지가 한 말들이 흥미롭다.
'얘야. 이걸 기억해. 뭔가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걸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가장 빨리 여행하지.', '너무 오래 공부하면 잘못 공부하는 거야.', 난 신발이 없어서 우울했지. 그러다가 거리에 나갔어. 그랬더니 발 없는 사람도 있더군.', '난 늘 옳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더다는 비록 우울하고 신경실적인 면이 아버지밑에서 약간 두려움을 안고 컸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여건이 되었고 더욱더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는 때론 신경질을 부려 가족 구성원들을 긴장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더다에게는 매일 틀어박혀 책만 읽는다고 구박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더다가 사내처럼 밖에서 뛰놀기를 바랐다고 한다.) 전집이라든지 등등 책을 많이 구해다준다.
이런 면에서 더다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 나이로 고등학생 쯤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버지의 고뇌를 알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몹시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했었다.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는 결코 가정을 내팽개치지 않았고 표현은 서툴지만 가족들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더다가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딱 한번 찾아왔던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더다에게 '사랑한다.'고 했을 때 더다는 그저 놀라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더다는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과 함께 아버지를 기억하며 얼마동안 시간을 보낸다. 더다는 말한다.
'나는 과장하지 않는다. 그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포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사람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들은 "사탄 같이 검은 공장"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나는 그게 단지 시적인 표현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더다는 어릴적 가출해본 경험도 있다. 그의 가출은 탈선보다는 뭔가 배움의 여정이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도 어머니에게는 두드려 맞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그런 그를 좀더 대견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그가 인생의 멘토와 선생님을 만나면서 겪는 일들 또한 흥미로웠다. 그가 책을 좋아했고 책을 찾아다녔기에 자연스럽게도 책과 가까운 사람들이 끌려오기 마련이었고 여기에서 만난 그가 가장 존경했던 멘토 또한 우연스럽지만 당연하게 만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불우의 교통사고로 그 좋은 멘토를 잃어버린 더다는 한동안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그가 더다에게 남긴 것은 그의 정신과 책이 있었다. 책.. 더다의 책들을 읽으면서 얼마나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내 자신도 놀랍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책을 좋아는 했었으나 가까이 두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돈을 버느라 정신이 없었던 점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도를 넘은 상태였으므로 책을 가까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어릴적엔 나도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듯하다. 아직까지 기억하는 건 헬렌켈러였다. 그 책은 내가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봤던 책으로 첫 문장도 기억나며 꿈을 꾸면서도 두 손을 허공에 번쩍 들고 줄줄 외웠던 책이다. 지금은 반영구적인 뇌가 그 문장들을 다 기억은 못하고 있지만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다.
그 책을 계기로 무척이나 책을 좋아했지만 가정 형편상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더다의 아버지처럼 책을 사주는 부모는 없었기에 나는 초등학교때 도서관을 처음으로 구경하고 책을 빌려보게 되었었다. 그리고 책이 집에 많은 멋진 친구들에게 빌려보곤 했었다.
중학교땐 밤까지 세고 책을 보기도 했었지만 꾸중도 듣고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생활이 되지 않자 어느순간 책 볼 시간이 없어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교육은 학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있는 나라라는 걸. 수업시간에도 수업과 관련된 책을 가지고 토의했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 그저 주입식 교육과 존경할 수 없는 몇몇 선생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훈련시킨다는 말이 더 맞을 듯 했다.
어쨌뜬 다시 고전읽기의 즐거움. 이곳에서 소개됐던 모든 이야기들을 이젠 하나씩 찾아서 읽어볼 차례만 남았다. 이 책은 나에게만큼은 완벽한 책이다. 군더더기 말도 필요없다. 정말 더다의 말처럼 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희망을 여기서 찾아냈다. 이 책을 읽고 나처럼 감명 받은 사람은 함께 시작해 봅시다.
"게임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