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덮는 순간,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책을 펴는 순간과 책을 덮는 순간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책의 5분의 1까지도 여자와의 사랑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수필형식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철학적인 통찰에 관한 글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런 비극적이지만 초연적인 결말로 끝을 맺었을 땐 그가 글에서 말하는 인생엔 죽음이 없다.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나는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명받았다. 어떻게 글이라는 언어로 이렇게도 마음을 파고드는 섬세하고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가 보여주는 모든 것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과 통찰들은 내 가슴을 후벼팠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에서 조차 그의 설득력있고 논리적인 글변으로 인해 거북스럽지 않았다. 표현은 서정적이면서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내용은 자연과 문명, 이 두가지에 대한 통찰과 지성을 추구하는 작가의 인생관이었다. 완전한 자연속에서는 문명화된 인간이 살아남기 힘들며 완전한 문명속에서는 자연은 파괴된다. 이 들의 적당한 타협이 인간이 부패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고 지나친 욕심은 해를 불러온다. 이 소설이 불러오는 반향은 제법 컸다. 예술, 문학, 음악, 정치, 사회, 문화 등등 여러가지에 대한 통찰적인 시각과 그 안에 오묘하게 엮어들어간 우정, 차별, 사랑, 행복등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의 글에서는 진실하고 잔잔한 위트가 스며들어 있고 이 능력으로 불합리한 사회적인 모순들, 고독, 외로움, 무지, 절망 등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어둠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사색을 논한다.

 

 그는 캐나다의 인기있는 낚시에 관해서도 논한다. 낚시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나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아마 한국의 어느 강에선가 하는 낚시는 이 글의 낚시처럼 그리 흥미롭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느낀 희열을 맛보고 싶다면 책에서 말하는 장소에 직접 가서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물질주의를 삶의 지침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주는 갑자기 단순해지며 삶의 이유와 목적도 분명해진다.그들에게 생명과 영혼은 물리, 화학적 현상에 지나지 않고, 우리 존재는 우연에 주나지 않으며, 삶의 목적은 번영과 안락과 향락일 뿐이다. ..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젊은 시절의 나는 내 안타까움에 대해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고 공감과 이해의 호소 없이 살겠다고 결심했었다. 구원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때 이래 내가 말한 것은 명제뿐이었다. 사실 외에 말할 것은 없었다. 해명이란 구걸 외에 무엇이겠는가.'

 

'우리가 삶에서 구하는 커다란 동기는 그것이 살만한 것이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느낌이고 신념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살면서 방황하면서 답을 찾지 못하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답들을 그가 말해줬다. 내가 궁금했고 누구에게도 묻기 힘들었던 그 답변을 그의 글을 통해 힘을 얻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철학이고 사색이며 반성이다. 생각없이 보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그는 이미 나와 함께 있다. 바로 옆에서 궁극적인 가치, 의미, 하기 힘든 답변들, 명쾌한 해석을 해소해준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이런것이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가슴 깊이 울려퍼지는 것, 이것이 내 자신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다면 표현이 어떻고 구성이 어떻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슨 말이 표현하랴.. 그 느낌.. 그 느낌을 간직하는 것이 소중하다. 불교사상에서도 말 자체를 꺼려했다. 모든 것을 깨닫게 되면 침묵으로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허식이다. 침묵을 깰때 진정 느낀 감동은 남에게 전해지기 어렵다. 내가 느낀 걸 남이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말이나 글로써가 아니다. 그 사람도 그것을 경험해보아야 한다. 

 

 한번 읽었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다. 2009년도를 장식하고 내 가슴을 두드리는 첫번째 걸작이었다.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이제 다른 좋은 작품을 찾아 나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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