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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메릴 호
한가을 지음 / 엔블록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무인도, 해적, 공간이동, 배, 주인공들.. 이렇게 나열한 낱
말들은 전부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입니다. 어렸을 땐 상상이
곧 실감나게 사실같았고 신기하거나 제가 겪지 못하던 판타
지한 일이라 해도 그 상상의 나라를 믿었습니다. 나이가 들
어 가면서 믿음은 하나씩 생계를 위한 현실과 부딪치는 힘겨
움 때문에 상상의 나라는 한 꺼풀씩 껍질을 벗더니 이제는
지루한 일상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요근래 다시 소설
들을 접하면서 현실에서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
습니다. 메릴호는 참신하고 독특한 내용을 구상으로 잡았고
늘 드라마같은 내용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듯 큰 주제는 그리
특이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현실문제 해결과 가족의
관계회복이었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출판사를 하다 빚을 지게
되어 다른 공간으로부터 온 존재에게 돈을 빌리게 되는 아버
지가 있고 그 전에 사업이 삐끗거릴 때부터 집을 나가 소식
을 모르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놀란 것은 중간
중간 어떤 내용들이 내가 한번씩 혼자 상상했던 아이디어와
일치했던 부분이 있어 신기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다
른 공간으로부터 오게 된 존재들에게 돈을 못 갚으면 대신
아내를 애태우며 찾고 있는 그 마음을 주어야 했고 주인공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어쩌다가 잘못 불시착해 들어온 다른 공
간의 마치와 함께 그 공간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됩니다. 주인
공은 마치와 해적들의 배에 타게 되고 드디어 메릴호의 모험
이 시작하게 됩니다. 나름 상세하고 전문적인 약간의 지식들
도 있어 더 이야기에 쉽게 집중할 수 있었구요. 마지막 장면
중 시간을 돌려 몸이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부분 정말
괜찮았어요. ^^ 그렇게 과거를 본 주인공은 마권을 구입해
드디어 아버지의 빚을 갚고 모든 일을 해결하게 되죠. 중간
에 다른 공간에서 만나게 된 어머니와의 재회에서 저는 갑자
기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가 생각나더군요. 그는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아가다 갑자기 모든 것을 내팽게 치고 행
방불명이 됐는데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는 오해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 생애를 그의 꿈을 위해 편하고 안락했
던 생활을 다 버렸던 것입니다. 거기에서 메릴호에서 나왔던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림을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살고 싶
어했던 게 생각났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를 보듯이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구요. 이
주인공들로 만화를 구성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엔
이런 만화가 없으니까요. 메릴호의 모험! 아이들에게도 꿈과
모험, 용기를 친근감 있게 심어줄 것입니다.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어구는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
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