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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 O.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연주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2월
평점 :
동성아트홀에 무슨 영화가 할까? 네이버 카페 사이트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워낭소리> 라는 영화가 눈에 띈다. 영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으로 영화평도 검색해보고, 자주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워낭소리의 평이 어떤지도 살펴본다.
조금 놀랍게도,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최고라고, 감동적이라고 말을 해댄다. 아- 왠지 느낌이 왔다. 당장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시내로 올 수 있냐고 물어본다. 12시30분에 영화가 시작인데 지금은 10시.
고맙게도, 흔쾌히 준비하고 시내에 오겠다는 여자친구님
영화의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네와 함께 40년을 함께한 늙은 소이다.
어느날 길바닥에서 넘어진 소를 의사한테 좀 보여준다.
이래뵈도, 차가 오면 길도 비킬 수 있어요.
차 오는걸 미리 알아서 비킨대니깐요. 오래살겠죠?
네- 오래 살겠네요
얼마나 오래 사는데요?
한 1년 정도는 살끼라요
...안그래요
할아버지에겐 소는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어렸을쩍 신경주사를 잘못 맞아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소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이 소로 9남매 자식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불만 투성인데, 다른집은 농약치고, 트랙터로 농사짓는데 우린 저 소새끼 힘들어서 못 키운다고.
영감쟁이 맨날 아프다. 아프다 그러면서 맨날 날만 밝으면 들에가고, 꼴베로 가고...
그 정성 내 한테 해달라고. 아이구 내 팔자야. 아이고 내 팔자야
40년의 세월끝에 이제는 말라버리고 힘도 빠져버린 소. 할어버지는 동네사람들에게 이 소랑 내랑 같이 죽을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동네사람들은 소가 먼저 죽으면 장례도 치뤄줄꺼냐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내가 상주질도 할꺼라면서 웃는다.
이제 이 소는 늙어서 1년 정도 밖에 못 살거라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소를 끌고 들에 나간다. 꼴을 베고, 밭을 갈고, 모내기도 한다.
할머니는 말하신다.
저 소가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이라고.
일하다가 뒤지겠구만 또 끌고 나간다고 면박을 준다.
이제 소 팔아!! 소 팔아요. 고함을 고함을 내짓지만 할아버지는 들은체도 안한다
하지만, 할머니도 아실테다.
할아버지와 소는 묘하게 닮았다는 것을.
영감도 고물, 소도 고물...
영화를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다.
예전에 우리 할배, 할매도 저렇게 사셨겠지 싶더라.
매일 밭에, 논에 지게 짊어지고 소 끌고 가서 모내기도 하고, 고추도 심고.
고집은 또 얼매나 쎄셨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돌아가신 할배 생각이 많이 나더라.
겨울이 다가오자 소는 부쩍 야위어가고 할아버지도 머리가 자주 아프시단다. 언제나 소달구지에 몸을 찌그려 아이구 머리야 머리야. 아파.
이제 나도 힘이 딸려서 저 늙은 소도 팔려고 소시장에 나가보지만 사람들은 비웃으며 줘도 안가져간다니, 100만원은 쳐줄께요라며 할아버지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래뵈도 이 소가 차가 오면 알아서 비키요.
500만원은 줘야지. 안 팔아.
아이고 서글퍼라. 서글퍼라.
할머니가 말하신다.
고맙다.
그래도 이 늙은이들 겨울 보내라고 땔깜 마련해주고 눈 감네라며. 많이 쌓인 땔깜들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소를 바라보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신다.
좋은데 가거라. 라며 말하며 워낭을 떼어주는 할아버지.
맨날 저 소가 죽으면, 내 팔자도 좀 피겠지라던 할머니도 연신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참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때까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떨때는 낄낄 거리면서 웃어보기도 하고, 어떨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우리 할배, 할매 생각이 조금 나서 좀 울기도 했네.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 흐흐흐.
할머니가 저리 웃으시는 걸 보니 이제 좋으신가보다.
두 분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