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의 파수꾼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처음 들었을 때 강렬하지만 자유의지가 가득한 멋진 말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을 읽고 위의 글귀를 보면 '프랑수아즈 사강답다'라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주는 말이다. 즉, 프랑수아즈 사강을 표현하기에 정말 적합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파수꾼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책의 느낌을 주었다. 이혼, 재혼, 마약, 살인 등을 다루고 있고 프랑수아즈 특유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감수성의 바다에서 한창 헤엄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끝나있었다.
'어? 뭐야 수상해 에이 설마 이렇게 전개된다고?' 단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줄 알았으나 갑자기 장르 소설의 느낌을 들게 해준다. 단편소설로 단숨에 읽을 수 있어 '아 이런 것이 프랑수아즈 사강의 매력인가' 싶은 생각을 들게도 해주었다.
또한, '뭘까 이 느낌은' 이중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두 인간 존재가 맺을 수 있는 매우 진화되고 기묘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도로시는 애인 폴과 차를 타고 가다 우연한 사고가 발생한다. 길가에 쓰러진 루이스를 도로시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피고 함께 살기까지 한다. 어느 한 계기로 루이스는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점점 유명세를 얻게 된다.
애인이 있는데 어린 남자와 동거를 하는 여자 주인공이라니 역시 프랑스인가의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도로시가 루이스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연민? 이성의 사랑이 아닌 또 다른 느낌의 사랑? 무슨 감정일까.
"나는 절대 당신을 떠날 수 없을 거예요"
도로시는 루이스에 대해 남자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루이스는 도로시를 광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순수한 감정으로서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과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루이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채 도로시의 곁에 남아 있다. 도로시는 그저 순수한 호의로만 자신을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시를 괴롭히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루이스는 가차 없이 죽여버린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루이스의 어긋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하는 루이스와 그런 그가 무섭고 두렵지만 도로시는 감싸 안는다.
도로시와 폴, 그리고 루이스 이 세 사람은 복잡 미묘한 관계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같이 살아간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두 번째로 만나보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나의 보수적인 도덕적 관념을 티끌도 남겨두지 않고 버려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도덕적 관념을 벗어버려야지만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사회에서 그녀를 비난하는 요소들만 담아 놓았다고 하며,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런 분위기에 답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을 볼 수 있는 마음의 파수꾼이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보여줄게'의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명예라는 것은 지속되지 않으면 역겨운 것이 된다"
"아! 사람이 삶을 사랑할 때 삶이 발산하는 매력을 나는 결코 제대로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