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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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그림자(고정순 그림/배수아 옮김)』가 길벗어린이 출판사의 기다리던 작가앨범 시리즈로 나왔다. 표지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붙잡는데 어두운 화면 속 미소 띤 사람과 무표정한 또 하나의 얼굴이 겹쳐져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게다가 표지의 이름들은 면면이 최고 아닌가, 배수아 번역에 김지은 해설이라니, 그에 더해 블랙홀처럼 독자를 빨아들이는 고정순 그림으로 만날 안데르센은 이미 환상적이다. 비늘처럼 번득이는 은빛 면지를 지나면 두 번의 타이틀 표지를 거쳐 현실같은 이야기 세상으로 입장하게 된다.

 

 

추운 나라 출신의 똑똑한 학자는 여행 온 더운 나라의 폭염에 심신이 지쳐간다. 그림자가 쪼그라들 정도로 속수무책 뜨거운 열기, 그나마 밤이 내려야 기운을 차리고 머무는 곳 주변의 활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학자의 맞은 편 집이다. 빛에 둘러싸인 꽃들 사이 광채를 던지는 실루엣을 본 이후 그녀는 누구일지, 그녀가 사는 공간조차 알거나 닿기에 어렵다. 저녁이면 역시 되살아나는 듯한 그림자에게 장난스레 읖조린 말, “(중략) 문이 반쯤 열려 있으니 그림자가 머리를 좀 쓸 줄 안다면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살펴본 다음 나에게 모두 말해 줄 텐데! 그림자야, 그렇게 하지 않겠니? 그렇게만 해 준다면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일까!(19p)” 들어가서 살펴보라는 무심한 격려에 그림자는 학자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사라진다. 슬쩍 들어가 버린다. 갑자기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발견한 학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 세계의 진실,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책들을 썼다.(23p)”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림자의 방문을 받게 된 학자는 호기심과 놀라움에 사로잡힌다. 잃어버렸던 그림자가 성공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간 빚진 것이 있다면 지불하겠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당신의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 나에게 전처럼 하대하지 말고 존칭을 써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림자는 태연히 명령에 가까운 제안을 하고 그림자의 주인이었던 학자는 오히려 당황하며 묘한 위축감을 느낀다. 한 참 후 다시 찾아온 그림자는 동반 여행을 제안한다. “어때요, 내 그림자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게? 당신과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행 경비는 내가 다 대겠어요!(36p)” 인간이 된 그림자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낸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는 학자의 말에 “그런데 세상이 원래 그렇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거고요.(36p)”라거나 하대하지 말아달라 요청했던 자신은 학자를 ‘너’라 부르고 싶다고 분명히한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바가 절반을 이루어진 것 아닌가(40p) 이유를 대며.

 

 

그림자는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확장은 공존을 염두에 두지 않아 가치를 흔들어 혼란스럽게 뒤섞고 당황한 순간에 가로채간다. 갈퀴같은 손은 자비라곤 없기에 폭력성은 두렵기 그지없다. 학자가 양보하고 한 걸음씩 받아주자 그림자는 모든 것을 내놓으라 한다. 작품해설에서 김지은 평론가는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인정받고자 했던 안데르센은 사람 사이의 일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몹시 힘겨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에드바르 콜린과의 일화에 안데르센이 충격받았다는데 독자인 나 역시 심장이 덜컥한다. 너-당신의 호칭문제는 관계를 지속하는 인간에게 늘 여러 모습으로 개입한다. 선의나 순수한 감정이 ‘그건 당신 착각이고요’로 돌아올 수도 있고, 어제의 친근한 표정이 새로운 의미로 옷을 갈아입은 채 ‘증거 있으세요’ 얼음벽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설은 나와 타자보다는 “한 사람의 이중적 자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내 안에서 힘을 겨루는 두 개의 자아, 이중의 인격, 익숙하고도 생경한 대치, 자동반응으로써 또는 갈등을 통한 일련의 선택과 행동, 극복하고 싶지만 챗바퀴 돌 듯 반복해서 갇히는 손쉬운 내면의 방어기제들, 핑계와 합리화 등을 생각할 때 깨어있는 의식으로 성장하고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나은 사람이 되기를, 간절해 진다. 안데르센의 ”그림자“를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페이지마다 웅변하는 고정순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싸한 냉기, 당황해 귀가 먹먹하고 웅웅거리고 애처롭게 시선이 흔들릴 것 같은 심정이 모두 화면 안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어머니 이야기(북하우스)“와 함께 또 하나의 묵직한 안데르센을 발견해 기쁘다. ”그림자“에 영향을 주었다는 ”페터 슐레밀의 이상한 이야기“도 ”그림자 그림“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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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폴 S. 보이어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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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보이어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위즈덤하우스/김종원 옮김)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미국사 입문서!”라는 카피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세계사의 바다를 두루 살피는 커다란 숙제는 다음으로 미루고, ‘지금 여기에서 최소한의 꼭 필요한 배경지식 취하기라는 구체적인 목표에는 안성맞춤이다. 여전히 세계뉴스의 선두에서 목소리를 내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살필 때 저자의 머리말이 하나의 가이드를 제시한다. 하지만 짧음을 추구하는 것도 나름의 이점이 있다. 간결한 구성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판단하게 하고, 이야기의 주요한 맥락에 집중하게 하며, 핵심적인 여러 전환점과 지속적인 주제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게 한다.(11p)”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선사시대부터 2011년까지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중심으로 역사의 페이지들을 보여준다. 식민지 시대에는 충돌, 새로운 질병, 식민지의 가차 없는 확장으로 인디언이 큰 피해를 보는 양상이 비극적으로 계속되었다.(27p)” “식민지 시대에 도입된 노예제도는 내전의 씨앗을 심음과 동시에 인종주의라는 결과물을 남겼다.(28p)”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이 그들의 가치관을 새로이 정립하고 토착 인디언들을 내몰거나 인종갈등의 막을 올리게 된다. 책장을 넘길수록 오래 전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일례로, 보스턴 차 사건과 명예혁명 등 기억 속의 제목들이 먼지를 털고 빠르게 정렬된다.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매디슨이 기록한 토론을 보면, 정치 이론과 고대부터 현재까지 존재한 정체들에 관한 대표들의 해박한 지식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로크식의 자연권 이론-또한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이론-을 인용하며, 정부의 적법성의 원천을 대중의 동의에서 찾았다.(57p)” 철학자들의 철학자라는 데이비드 흄을 비롯해 마키아벨리나 홉스 등도 등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문화, 예술이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영하거나 작동케 했는가다. 빛나는 고전이나 인물들이 남긴 흔적과 영향력은 그 시공간적 배경의 생생함을 간직하고 있다. 문학적 창작력이 폭발했던 시기로 1850년대의 작품 목록이 또 다른 필독서 리스트를 작성케 한다.

 

마지막 장은 1969년부터 2011계속되는 역사소설가와는 달리, 역사가는 해피엔딩을 선택할 능력이 없다.(204p)”라는 근사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써 최소단위의 역사를 간직한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게끔 하는 글이다. 책이 출간된 해인 2012년 저자가 유명을 달리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쉬운 점이나 ‘2011년 이후의 미국이 부록으로 추가되었다. 9장의 마지막 페이지는 저자의 소회와도 같은 결론이 담겨있어 곱씹어보게 한다. 윌리엄 포크너 전작 읽기를 위해 선택한 책인데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보며, 입문을 넘어 깊이있게 탐색하는 계기가 되어주리라 생각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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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압살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9
윌리엄 포크너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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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민음사/이태동 옮김)』은 1936년 작품으로 “소리와 분노” 7년 후에 출간되었다. 현지인 미국에서는 포크너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 포크너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적게 이해된 가장 위대한 작품(552p, 해설)이라는 평가는 읽으면서도 무엇을 읽고 있는가 혼란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집중하게 했다. “그의 읽기 어려운 산문시에 가까운 복잡한 문체 역시 난해함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참여를 요구하고 그의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549p)”는 해설은 찾아내어야 할 것 또는 들어야 할 감추어진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1833년 6월의 그 일요일 아침, 서트펜이 그 어디선가 말을 타고 이 거리에 처음 나타났고, (중략) 토지를 수탈해서(중략) 대저택을 짓고, (중략) 결혼해서 두 아이를 (중략) 얻었고, 그에게 할당된 생애를 비참하게(중략) 마쳤다.(15p)” 작품 서두에 이미 스토리는 공개되었다. 비극임을 인치며 과거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이야기는 이후 복잡한 곁길들을 탐색하며 종말을 향한다. 동일한 내용은 바로 앞 10p에도 조금 변형된 문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이를 달리하며, 꾸밈말이나 수식을 추가하며, 비장함을 더하거나 빼며 골자는 반복된다. 사건 자체를 끈질기게 반복할 때 가장 중심에는 서트펜 대령이 있다.

 

 

서트펜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악령같은 운명을 지닌 자, 이 세상에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걸어다니는 그림자(250p), 또는 번거로움도 아랑곳 하지않고 괄호를 여닫으며 병기하거나, 대화를 중단시켜 가면서 강조하는 “악귀”, “불한당 같은 악귀”다. 반면 로자는 “악귀는 아니었어. 악한이기는 했으나, (중략) 미치광이이기는 했지만, 광기는 역시 광기 그 자체의 피해자가 아닐까?(244p)”라는 논리를 편다. 서트펜은 왜 악귀가 되었을까, 그는 누구일까를 추적하는 곁길들이 서트펜의 유일한 친구의 손자인 퀜틴 컴프슨을 비롯한 다른 화자들을 통한 사건의 묘사이자 해석으로 펼쳐지기에 단순하지 않다.

 

 

서트펜에게는 스스로 합리화 시킨 ‘최고 선’인 ‘계획’이 있었다. 서트펜이 남부 요크나파토파 군, 제퍼슨 읍에서 요지부동 확고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위의 수단이었던 콜드필드 가문과 그 딸들, 처음에 앨런 그리고 후에 서트펜의 딸보다 어렸던 앨런의 동생 로자까지 비운으로 이끈다. “그래, 이 남부에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운명적인 저주가 내려졌던 거야.(28p)”할 만큼 비극은 서트펜 얼굴을 한 아들, 헨리 서트펜과 성격과 정신을 물려받아 “서트펜계‘라 할수 있는 딸 주디스 서트펜에게도 이어지고, 자신이 설정한 틀만이 기준인, 멈춰 돌아보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헤치고 질주하는 집착은 그가 손을 뻗은 대상들을 황폐케 한다.

 

이 집착이 질주하는 이유는일을 서둘 필요성과 자기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48p)“,시간은 화살이다, 서둘러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을을 지나 달리거나(51p)“ 조급히 시간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서트펜이 더 이상 젊지 않은 시기가 오자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아니었어. 문제는 오히려 그 시간의 부족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는 데 있었어. 그는 시간 부족으로 인한 농축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어.(399p)“ '한정된 시간'이라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을 초월할 수 없음에도 겸허함 대신 자만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본다.

 

 

‘계획’과 더불어 비극의 두 번재 축, 집착, 질주, 광기의 동기는 서트펜의 ‘순진함’이다. “서트펜은 순진한 것이 탈이었어. 갑자기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발견했어.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일을 해야만 된다는 것이었어.(319p)” 인종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지점으로 “그는 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그것을 말하지도 못했다고.(343p)”이후 폭발 같은 각성과 가출은 ‘계획’을 발동시키는 시발점이 되고 순진함은 불타는 맹목에 기름을 붙는다.

 

 

비극의 와중에도 서트펜의 두 자녀에게 발견할 수 있는 아버지와는 다른 온기가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다. 자기 방식의 속죄를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켰던 헨리와 충격과 절망에도 손을 내밀고 챙겼던 주디스의 마지막 시간들도 여운이 남는다.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누가 압살롬인가?”, 또는 “왜 압살롬인가?”였다. 다윗과 압살롬을 서트펜과 찰스 본에 대입할 수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렸던, 이름이 불리워지기만을 바랬던,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고 결국 다윗을 대적했던 압살롬은 일정 시기 또는 찰스 본 전 생애를 통한 정서의 간절함에서 겹쳐보인다.

 

 

오만가지를 다 갖다 붙이는 듯한, 그 지리멸렬 중에도 톡 쏘는 액센트를 발산하는 만연체의 복문들, 안은 문장과 안긴 문장, 종속절의 릴레이, 부연에 부연을 쌓는 문장이 해설에서도 말했듯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오르게 했다. 긴 근거제시, 이유 설명과 설득 후에 단문으로 앞의 내용을 부정하고, 번복하는 이유를 다시 제시하기 시작하는 패턴의 문장들-그는 미친 사람이었어(242p)~ ,그래, 그는 결코 미친 사람은 아니었어.(243p)/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러나 나는 그를 용서했어.(249p) 등-,도 독특하고 265p중반부터 270p까지의 끊어지지 않는 한 문장은 “백년의 고독”의 잊지못할 장문이 연상된다.

 

 

대화의 질문 또는 시간적 배경을 기점으로 영화 장면 전환처럼 그 당시 상황으로 이동해버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장들도 즐비하다. 표현의 탁월함을 놀라움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그녀는 하나의 변신-결혼 생활의 파탄 아니면 간통-에서 다음으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축적된 먼지 같은 세월과 나라는 거창한 자아를 짊어지고 옮겨 가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누에고치에서 나온 나방처럼 과거를 일절 현재에 들여 놓지 않고 현재를 일절 뒤에 남기지 않은 채 하나의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변화하여 가는, 만개한 장미나 목련이 금년 6월에서 내년 6월로 말없이 옮겨 가는 것처럼 완전한 모양으로 양순하게, 아무런 뼈대도, 실체도, 어떤 죽은 순수한 혼이 없는 풍성한 껍데기 먼지도, 아무것도 태양과 땅 사이 어느 곳에도 남기지 않고 다음 모습으로 변신하는 그런 여자였어.(287p)”처럼.

 

 

같은 장면이 다시 그려질 때마다 중요한 요소, 결정적 단서가 돌연 추가되어 인물의 감정에 확 공감하며 빨려들게 되는데 찰스 본의 주검 앞에서 주디스는 왜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았을까의 의문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비로소 풀리는 점도 그렇다. 그때까지 짐작했던 나름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으며 이후 주디스의 행동, 그녀가 살아낸 삶과 맞이한 죽음까지도 파노라마처럼 재생케 한다.

 

 

“압살롬, 압살롬!”은 눈에 비치는 활자를 읽어나가는 책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숙고해야 하는, 정지에 정지를 거듭해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 흑백 인종 차별과 계급질서 문제, 만연한 남녀차별 등의 배경읽기도 필요하다. 여러 목소리를 가져와 인간의 다양한 선택과 배척, 그로 인한 책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반면교사적 울림도 주는 다층적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초독의 아쉬운 점은 주 화자인 퀜틴 컴프슨을 중심으로 하는 포크너 논문을 봤을때 퀜틴에 집중하지 못했던 점이다. 포크너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을 읽어나갈 때, 또 언젠가 다시 압살롬을 읽는다면 전혀 새롭게 다가오고, 이 아쉬움 또한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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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 - 모두가 쉽게 읽고 이해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역사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이서연 옮김 / 정민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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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레이의 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정민미디어/이서연 옮김)3분 만화 시리즈의 최근작으로 세계사에 이어 근래 가장 중요한 이슈인 팬데믹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주제로 인문학적 또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심도있게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짧고 명쾌하게 그러나 요점을 놓치지 않고 강조하는 형식이다. 주제를 만화로 전달하는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 오뚜기 같기도 한 단순화된 캐릭터는 자유자재로 활약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총 열 네편의 구성은 12가지의 전염병과 야생 동물과 전염병”, “코로나 19를 예방하는 법까지 두 편을 더해 핵심을 전달한다. 낯익은 질병들도 있고 이름은 익숙하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과거의 전염병들도 만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여전히 강력한 흔적을 남긴 전염병들의 출현과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들, 오해와 희생, 남겨진 과제 등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완전 정복을 외친 질병도 있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대유행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 잊을만 하면 뉴스 기사로 올라오는 조류 독감 등 우리의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는다. 특히 사스의 형제자매라 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두려움과 고통을 안기는 현재 최대의 과제다. 코로나19의 증상 비교 표나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와 관련된 세분화된 정보들은 눈여겨 보았다. 캐릭터의 활용과 그림, 사진, 말주머니 등을 사용한 풍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정보제공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다시 한 번 읽으며 숙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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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로알드 달 원작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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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시공주니어)/페넬로프 바지외』는 어린 시절 작가가 탐독했던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를 그래픽 노블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로알드 달 애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2020년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마녀를 잡아라”를 이번에는 굵직한 상들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으로 다시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셈이다. 강렬한 푸른색 표지 속 마녀의 눈동자는 세 인물을 흡사 독안에 든 쥐를 향하듯 주시하고 있다. 앞 뒤의 보랏빛 면지는 단순화된 패턴처럼 반복되는 마녀들로 채워져있다. 시작되는 페이지는 헐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려 새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더한다.

 

 

퀸틴 블레이크의 멋들어진 삽화가 있었지만 그를 제외하면 로알드 달의 문장만으로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화와 달리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맘놓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 “마녀를 잡아라”일 것이다. 일단 캐릭터들이 몹시 귀엽고 색감도 사랑스럽다. 가장 중요한 원작과의 차이라면 부모님에게도 살뜰히 보호받지 못하고, 주인공 소년보다 먼저 쥐로 변했던 식탐 많은 친구 브루노 젠킨즈가 전혀 다른 캐릭터의 여자 아이로 대체된 점이다. 생쥐로 변했을 때조차 예쁜 파란 눈을 가진, 지혜로운 조력자이자 “자, 자, 힘내자.(170p)”, “너의 감정을 외면하지 마. 겁이 나니? 막 화나고 그래? 네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해 봐.(171p)”라고 침착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친구라 모험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사람들은 순종적이지 않은 나이 든 여자들을 경계하고, 무슨 불길한 힘이 있을 거라고 여겨 버렸어.(38p)” 역사 속 마녀 재판과 관련된 부조리를 짚어주는 지점은 원작에서 추가된 의미있는 장면이다. 마녀 구별법을 도식화해서 보여주거나 시간 지연 효과를 노린 생쥐 만들기 방법인 제조법 86호 요약 페이지, 할머니가 어린시절 친구를 잃었던 회상 장면도 차별화된 표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용감함은 기본, 쿨하고 으레 연상되는 할머니 답지 않은 할머니는 화려한 악세서리와 패션으로도 분위기를 전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춤을 출 만한곳···? 할머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실 거예요?(근데 거기가 어디죠?)” “언젠가는 가겠지! 할미의 앞날은 창창하니까 말이다. 콜록콜록(61p)” 신문을 스크랩하며 건네는 86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답변이 머뭇거림이라고는 없듯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할머니와 친구, 두 여성의 공조는 직면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띈다. 주어진 삶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자세에서 작가의 전작인 “걸크러시;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문학동네)”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원작의 주요 서사를 거의 대부분 유지해서 더 마음에 들고, 할머니와 단 둘이 전 세계 마녀 소탕을 위해 출발하던 원작의 마무리보다 밝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부분 또한 멋지다. 어쩌면 후속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상상은 계속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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