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의 일기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마크 트웨인 지음, 프란시스코 멜렌데스 그림, 김송현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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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소설은 아담과 이브,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서 사랑의 시원부터 종결까지의 전 과정을 그려 보인다. 예측 가능했던 매듭에 이르렀을 때 독자는 영원, 어쩌면 미지의 불멸로 시선을 던질지도 모른다. 소실 이후에도 무(無)화되지 않을, 않아야만 한다는 믿음은 소망을 넘어선다. 『아담과 이브의 일기(프란시스코 멜렌데스 그림, 김송현정 옮김, 문학동네, 2021』는 「아담의 일기 발췌」(1904)와 「이브의 일기」(1906)를 함께 수록하고 있지만 마크 트웨인 자신은 두 소설이 함께 실린 판본을 확인하지 못했다. 전자가 쓰여진 시기가 사치와 투자실패라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중 쓰였다면 후자인 「이브의 일기」는 작가에게 실질적인 편집자이자 검열가였던 아내 올리비아 랭던을 잃은 후 집필되었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1876), 『미시시피강의 생활』(1883),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까지 미시시피 3부작으로 유명하다. 미국식 구어체를 구사한 최초의 작가이면서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특유의 비판의식과 유머로 그렸던 마크 트웨인을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문학의 아버지’라 불렀다, 또한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극찬한다. 마크 트웨인은 다양한 여행기 뿐 아니라 역사와 공상과학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많은 소설, 에세이식 작품을 통해 창작은 물론 비판의 목소리 내었으며 행동하는 지성으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이었다.

『아담과 이브의 일기』는 <아담의 일기 발췌>와 <이브의 일기>를 차례로 묶었다. <아담의 일기>는 “이 긴 머리의 새로운 피조물이 아주 거치적댄다.”(p.11)라는 문장으로 문을 열고 “이 모든 세월이 지나고 보니,”(p.38)로 시작하는, 시를 방불케 하는 진심으로 이야기를 닫는다. 나의 본성과도 취향과도 부딪히는 타자의 돌연한 출현은 반가울 수가 없다. 그가 부르는 명칭은 이브의 교정으로 ‘그녀’가 되기 전까지 내내 ‘그것’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그녀는 뱀과도 친해진다. 금단의 열매와 그로 인한 후속 결과는 작가가 차용한 에덴동산 이야기를 변주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담의 시선은 달라진다.

<이브의 일기>는 “나는 이제, 태어난 지 만 하루쯤 됐다.”(p.41)는 소개로 기록을 시작한다. 아담의 기록이 타자인 이브로 시작되었다면 이브는 자기 자신을 탐색한다. 그녀는 기록하고 실험하며 면밀히 관찰하고 궁금해한다. 꼼꼼하게 단계를 밟아 추론한다. “~듯하며, 했는데, 테고, 테니, 더 나을 것이다.”(p.45) 그녀가 아담을 부르는 호칭은 아담이 그랬던 것처럼 ‘그것’에 머물지 않는다. 파충류일 수도 건축물일 수도 있다고 가늠하면서 특징을 열거한다. 그녀의 명명하기는 논리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별을 노래하는 천문학자의 모습도 이브에게서 만날 수 있다. 이브의 호기심은 두려움보다 깨우치는 기쁨으로 기운다. 쓸모와 아름다움 사이에서 헤아린다. 그녀는 에덴동산 추방 이후의 서술에서도 감상에 매몰되지 않는 명징한 인과를 보여준다.

『아담과 이브의 일기』는 단편 소설이면서 우화이고 상징적이면서 자전적이다. 헌정을 담은 사사로운 기록이면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의 행로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독자는 아담과 이브의 자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치환해 또 하나의 이야기로 간직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아담과 이브의 일기』는 상호 교류하는 감정의 물결과 깊이 침잠하며 귀 기울일 때의 내면 풍경과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모든 첫 발견의 흔적들이 촘촘하다. 독자는 인류 최초의 시선을 공유하게 되고 낱말과 문장, 행간과 페이지를 따라 낯선 여행에 동참한다. 그 여행은 모든 예상과 기대를 물리치기에 걸음걸음이 발견이고 성장이고 역사가 된다. 이 역사를 생생하게 밝히는 또 한가지가 프란시스코 멜렌데스의 삽화다. 독특하고 세밀한 그림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작은 분량의 작품이다. 하지만 몇 번쯤 재독하면 충분하다 여기게 될지는 알 수 없고 특히 마지막 페이지는 더욱 그렇다. 웃음소리가 들리고 눈물이 퍼지며 삶을 돌아보게 할,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추천한다.

책 속에서>

이 모든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초반에 이브를 잘못 판단했음을 알겠으며, 그녀 없이 동산 안에서 사느니 그녀와 함께 동산 밖에서 사는 편이 더 낫다. 처음에 나는 그녀가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목소리가 침묵에 잠겨 내 삶에서 사라져버린다면 안타까울 것이다. 우리를 가까이 하나로 맺어주고 나를 깨우쳐 그녀의 선량한 마음과 그녀의 다정한 영혼을 알게 한 그 밤에 축복 있으라!(p.38)

관찰을 통해서 나는 별들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가장 멋진 별 몇 개가 하늘에서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다. 하나가 녹는다면 전부가 녹을 수 있고, 전부가 녹는다면 모두 같은 날 밤에 녹을 수 있다. 그런 슬픈 일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매일 밤 잠들지 않고 되도록 오래 깨어서 별들을 쳐다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들판을 내 기억에 새겨서, 머지않아 별들을 빼앗기게 되면 내 상상력으로 그 사랑스러운 억만 개의 별들을 검은 하늘에 되돌려놓아 다시 반짝이게 할 작정이다. 그러면 내 눈물에 흐려져 별들은 두 배가 되겠지.(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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