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이야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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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하는데 여전히 대기중인 작품들이 있다. 이 대기상태는 끝없이 지속되면서 숙제마침의 온점을 찍지 못해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중시킨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이런 나에게 시원하고 고마운 선물이다. 완역이 아니면 읽었다고 할 수 있나, 생각했지만 축역도 축역 나름이다. 아름답고 깊이있는 축역은 마음을 움직여 생각하게 하고 책을 덮는 순간에도 말을 건네며 완역으로 다시 읽기라는 즐겁고 호기심어린 과제를 안겨준다. 부담이 아닌 아직 펼쳐보지 않은 선물상자를 앞둔 기대감이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 가장 좋은 선택임을 확신할 수 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그 중 스승인 아이스킬로스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소포클레스의 많은 작품 중 현존하는 작품이 단 7편이라니 아쉬운 일이다. 이 책은 그 중 사건 순서에 따라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싣고 있어(197) 독자를 배려한다. 오이디푸스 왕이 태어나기 이전의 신탁에서부터 길고도 무참했던 일생과 맏딸 안티고네의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를 보듯이 펼쳐진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단순하게 인식하고 지나쳤던 오래 전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독자에게 결코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오히려 심각하고 안타까운 여러 장면은 오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생생하게 재현되곤 한다.


이 책의 특장점인 바칼로레아에서는 세 가지 발문을 던진다. 꼭 나눌 만한 정선된 질문이라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내 삶에의 적용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그 잘못을 바로잡고 고집을 꺽은 사람은 이미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고 불행한 사람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는 자기 고집에 사로잡혀 있는 자입니다.(178)’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크레온 왕에게 하는 말에 돌아섰다면 어땠을까. 자기 고집은 예나 지금이나 무서운 걸림돌이다. 눈 먼 아버지를 따르는 안티고네의 삶은 특히 감동을 자아낸다. 말했듯이 완역읽기라는 설레임이 남아있어 이중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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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지구 지킴이 - 지구 과학 : 흙과 암석 과학 속 원리 쏙
박지선 지음, 원유성 그림, 김경진 외 감수 / 스푼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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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지구 지킴이는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 과학 속 원리 쏙중에서 지구과학 파트의 첫 번째 책이다. 다른 주제보다 지구과학을 좋아해서 흙과 암석을 책으로 먼저 접할 수 있다니 기대되었다. 면지 활용도 돋보인다. 책을 읽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짐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더욱 집중하게 된다. QR코드로 오디오북을 활용할 수 있으니 생생함과 현장감도 배가 된다. 목소리로, 눈으로, 오디오북으로 모두 다채로운 읽기경험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에도 흙은 친구가 되어준다. 흙이 자신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데 대화하는 듯 편안한 어투는 독자들의 귀도 쫑긋하게 만든다.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물의 힘, 석회동굴에서 지하수의 역할, 퇴적암과 화석,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화성암, 변성암의 생성과 쓰임 등을 알기 쉽게 이야기해준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 바위가 흙이, 흙이 바위가 되는 자연의 변화와 반복의 한결같음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임과 동시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과 바다, 동굴과 강, 분출하는 용암 등 평화롭다가도 강렬한 일러스트는 흙의 촉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한 그루 나무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된다. 지식책답게 중요한 정보를 박스에 정리해주는 점도 만족스럽다. 부록으로 교과연계 소개와 호기심상식, 무엇보다 만화 화석소동은 어린이 독자들이 선물처럼 즐거워할 것 같다. 한 권씩 완독해 가다보면 마음주머니, 지식주머니가 한 뼘씩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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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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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에 관심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시간을 파는 상점은 손에 꼽는 소중한 작품이 되었다. 그 후로 열흘간의 낯선 바람에 푹 빠지기도 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마지막 부분, 온조가 강토와의 만남을 시간에 맡기기로 하는 마무리는 그 둘의 관계를 내내 상상하게 했다. 뒷이야기는 한참을 여러 경우의 수로 이어지곤 했는데 2권이 나오다니, 작가님께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을만큼 기뻤다. 첫 페이지 셋째 줄에 등장한 이름 온조가 이렇게 반가울수가, 그 친구들과 차례로 재회하는 자체가 홈커밍데이라도 여는 기분이었다.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행동과 해결과정이 중심 줄거리인데 요즘처럼 민감한 학종시대에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데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삼았다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간을 파는 상점도 확대 개편되어 온조 혼자 꾸리는 것이 아니고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다. 상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의 모든 매개체를 시간으로 정하고 시간 적립, 시간 구매, 시간 상장, 주기적 정산이라는 틀까지 세우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서로에게 귀기울인다. 이 장면에서 잠시 소개되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다음에 읽을 책에 이름을 올린다.


중심 이야기를 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조화롭게 전개된다. 숲속의 비단에서 희생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다른 얼굴인지, 살아 있는 것과 살아 가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아린이와 혜지가 겪는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어리지만 건강한 시선을 가진 동하에게서 발견하기도 한다. 부딪히건 배려하건 시간을 공유하며 쌓은 관계가 어떻게 의미있게 성장하고 서로에게 각자가 어떤 존재로 거듭나는가를 자연스레 엿보게 한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진중한 친구들, 책을 읽다보면 온조와 난주, 혜지와 이현, 강토의 목소리가 오디오처럼 재생된다. 그만큼 어딘가 있을 아이들이고 지금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며 지나버렸지만 반짝이는 햇빛처럼 그 때를 간직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까지 시간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나눌 책이 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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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발음 괜찮은데요?
김영진 지음 / 예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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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공부를 시작하려는 아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스피킹이다. 문법타파식 공부를 해 왔기에 발음과 회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교재를 살피던 중 눈에 띈 책이 당신, 발음 괜찮은데요?’였다. 스마트폰 속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나만을 위한 개인 선생님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시간 낭비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스마트폰이 건전하고 독려하고픈 아이템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어짜피 스마트폰은 늘 손안에 있고 이제 방법론만 익히면 되니 호기심으로 반짝반짝해진다.


이 책은 무척 편안하게 읽혔다. 곁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귀를 쫑긋하며 따라가게 된다. 독자에게 일정한 수준을 요구하지 않으니 기초를 시작하는 단계여도 위축되지 않고 걸음을 뗄 수 있다. 발음기호부터 되짚어보고 네이티브 발음이 아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 ‘쓸만한발음으로 목표를 재정립해준다. 2장에서는 드디어 무기를 장착한다. 아이폰 유저나 안드로이드 유저 각각에 맞게 시리, 빅스비 등 음성인식 비서 기능 사용을 위한 설정 안내다. 저자는 강의에서 이미 호응도를 검증했기에 자신있게 좋은 툴로써 제안한다.


3장과 4장은 각각 기본 발음편과 심화 발음편으로 실수하기 쉬운 발음과 주의해야 할 점을 쉽게 설명해준다. 그 이전에 알파벳 발음 기호를 알려주는데 금새 익숙해지면서도 기존의 발음 기호보다 편리하다. 파트 중간에 다양한 부록을 담고 있고 그 중에서도 음절을 설명한 장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주의할 발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어진 문장을 음성인식 비서에게 질문해보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6장의 실전 문장 말하기 연습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다양하게 선정한 좋은 문장을 제시된 시간에 맞춰 읽어보는 훈련은 자신감을 키우고 연습에 대한 동기도 자극한다. 단순하면서도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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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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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연결된 대부분의 영역에 디자인은 담겨있다. 눈치 채든 못채든 디자인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점점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해왔다.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의 디자인 편을 비롯해 여러 디자인 관련서적들을 펴낸 저자는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에서 디자인이 향하는 목표와 흐름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총 아홉 개의 파트에서 건축, 패션, 사운드 등에 초점을 두고, 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역사에 비추어 앞으로 나아갈 디자인의 방향을 함께 예측한다.


첫 관문은 건축으로 여는데 거장 중의 거장이라 불리는, 건축가 중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소환한다. 주류의 길을 걷지 않았기에 자신의 탁월함이 구체화될 때 대중은 더 감탄하고 경의를 표했을 것이다. ‘건물의 외형이 절대화될 때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소외되지만, 건물에서 공간이 강조되면 건물안에 사는 사람이 건축의 중심에 놓이기 때문이다.(p.14)’는 말에서 그의 건축철학을 엿본다. ‘빛의 교회탄생의 감동 등 그의 건축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고 이에 머무르지 않고 암시와 공간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내비치는 방산서원을 비추어 보는 마무리는 신선했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새롭게 자리하게 되었다.


3부에서는 물질적 가치에 집중한 기능주의 디자인 이후 새롭게 부상하게 된 흐름을 주도한 디자이너를 만난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필립 스탁 등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갖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시작하게 된다. 풍성한 사진 자료는 이 책을 더욱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읽어나가도록 돕는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5,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이다. 예술과 디자인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내 안에도 이를 편가르는 마음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정의나 의미로서 그 둘을 가르는것에서 벗어나 무엇이 되었건 진정한 감동, 정신적인 감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묻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주제는 오래 생각해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봄직하다. 파트별로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누가 읽어도 끌릴만한 주제와 질문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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