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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평점 :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비사관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지낸 정혜승 작가는 연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후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문화일보 기자로 일했습니다. 이후 포털 다음에서 인터넷 정책과 대외협력 등을 담당하기도 했는데요. 카카오에서는 홍보 등으로 경험을 넓히며 부사장을 역임합니다. 2019년에 청와대를 떠난 뒤에 메디치포럼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후에 뉴미디이어스타트업 얼룩소를 창업해 15개월을 일했습니다. 추측하건대 저자는 뉴미디어 시대에서 앞으로 새로운 소통과 홍보가 나아갈 길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듯했습니다. 또한 정 작가는 팟캐스트와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여러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2023년 10월, 국내 출간되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 사건 이후, 국가는 국민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를 새삼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재난 사태를 컨트롤 하기 위한 조직 구축에 무엇보다 힘썼던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인데요. 이어지는 정권 교체 이후,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가 예상치 못한 비극적 사고가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이 이태원 참사는 소위 정치 초짜, 즉 검찰이라는 중요한 조직의 고위 공무원 출신이었던 대통령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요구된 상황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이 그 기대를 저버린 과정은 여러분도 이미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거의 명백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다만 이 불행한 정치적 과정과 관련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내용도 여럿 있었는데요.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문제들을 기존에 종로 경찰서가 관행처럼 해왔던 업무들을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용산 경찰서가 도맡게 된 문제라든지, 위기관리센터 재난재해 실무진들이 이전 정부와 일했던 이유로 싹 교체된 일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살 날이 많은 젊은 목숨들이 희생 당한 이태원 참사는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소위, '피해자 다움'을 강요한 정치권과 언론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불행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발생하지 않도록 연대하여, 정부와 정치권의 마땅한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정혜승 작가는 일부 언론이 주도하여 비판한 '피해자 가족들의 정치화 낙인'에 대해 유독 꼬집어 비판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영국의 힐스버러 참사도 당시 시민들에 의해 어느 정도 연대와 조직화 되었고, 정부에 마땅한 정치적 요구를 주장하게 됩니다. 이런 노력 끝에, 영국 EPL의 리버풀 구단 뿐만 아니라 리그에 참여하는 모든 구단들과 많은 축구팬들이 피해자들의 명복을 위해 지금까지도 노력하는 것인데요. 그렇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우리의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피해자 가족들이 서로 모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들이 드러나는 등의 정치적 의도가 밝혀졌습니다. 더욱이 대통령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는 커녕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 비호하고 거듭 신임을 유지한 것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사례로 볼 수 있겠는데요. 말로만 책임 정치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작금의 대통령 부인이 보기보다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저는 지난날 후보 시절 윤대통령의 '전두환 미화 발언'을 잠재운 '개 사과'의 숨겨진 정치적 맥락을 2장 후반부에서 새로이 알게 되었는데요. 이 부분과 관련된 진술이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대통령 여사에 의한 사실상 정치 개입에 대해, 어느 정도 그 신빙성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역사상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정부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지지율이 40%만 올라가도 좋아한다는 용산의 분위기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 책에 실명이 나와있는 여러 극우 유튜버들의 유튜브를 본다는 대통령의 개인적 일화도 참으로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앞선 부분은 지난 2021년에 도널드 트럼프 자신이 주관한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을 충동질하여, 국회 의사당을 무법 천지로 만든 사건을 지켜 보며, "저것이 세계 민주주의의 큰 형이라 불리는 미국 정치의 참모습"과 이상하게 오버랩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저 참담한 사건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가 전세계에 걸쳐,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끝으로 윤 정권의 출범으로 비롯된 소위 '검찰 정치화'는 이곳에서 거의 다루지 못했는데요. 검찰 출신 뿐만 아니라 법조인들이 정치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 정치적 문제들을 저자의 이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모든 검사들과 판사들 가운데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더 많은 다수라고 믿어 왔습니다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검찰 개혁을 비롯, 사법 개혁이 왜 시급한지 다시금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나서서 새롭게 이룩한 민주주의가 이토록 평범한 국민들과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현실 정치의 무용론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텐데요. 그리고 가족을 불행한 사고로 잃은 피해자들에게 정치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용산에 있는 어떤 부부는 확실히 이 책을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본문 7페이지에 오타 한 곳이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가운데 문득 머릿속에 카를 슈미트가 떠올랐는데요. 내 편과 그렇지 않은 적대적인 다른 편이라는 이분법은 그야말로 정치를 붕괴 시키는 것 만으로는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는 실로 불행한 역사의 순간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글 초반에 지난 정부의 총리였던 김부겸 총리의 인상적인 일화가 언급되고 있는데요. 그가 장관 시절, 어떤 상황이길래 장관까지 호출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출동했다는 과거 행적이었는데요. 이는 고위직으로서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의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시가 참사 유족 사이에 연락처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은 한 달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보수 여당은 유가족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사회적 애도조차 방해했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만 전하던 언론은 정작 실제적 진실에 무심한 쪽에 가까웠다. 책임 있는 기관의 상급자들은 불성실한 자료 제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공분만 남겼다.
이들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을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종종 본다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온다.
‘놀러갔다가 죽었다‘는 식으로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여전히,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인근 다른 경찰서, 구청, 소방서에 발령 받아 일하는 이들이 참사 후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수가 좋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이념적이라고 배제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념을 가졌다는 딱지를 붙여 전문성을 폄훼하는 것이야말로 이념적이고 정치적 행위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주권 선언에 이어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지키겠노라 천명한 헌법, 멋지지 않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더욱 압력을‘가하라고 주장한 아베 정권은 한반도 유사 사태 (전쟁)이 발생하기를 기대했고, 그렇게 할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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