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 팩트 뉴스를 넘어 토크 뉴스의 시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5
엄기영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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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화방송에 재직 중인 엄기영 기자는 앵커와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씨와는 동명이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연유로 엄기영 기자의 간단한 약력도 찾기가 힘들었는데요. 그의 약력과 관련해, 그저 한양대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는 짤막한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저자는 국민일보의 기자 생활로 출발해 언론계에서 근 20여년을 버틴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MBC 백분토론에 관여했고, MBC의 2022년 대통령 선거 방송에도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네바다주립대 UNR의 저널리즘스쿨 방문연구원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의 이 글은 네바다주립대에서 방문 연구를 할 때, 탈고를 마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국내 출간은 2022년 1월에 이뤄졌습니다.

유튜브의 등장은 기존 뉴스 미디어의 사실상, 재편을 초래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대형 포탈과 공존을 모색하던 각 언론들이 유튜브의 충격적인 미디어 진보로 말미암아 이제는 각 방송사의 뉴스 포맷들이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뉴스 미디어의 변화를 현직에 있는 사람답게 꽤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등장하는 '뉴스 토크'라는 용어의 의미는 투표권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정치 전반을 비롯, 그것을 편집해 알리는 미디어 전체에 대한 변혁을 요구했다고 봐도 크게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에 저자는 1장에서,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것보다, 소위 뉴스 토크의 뉴스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이면에 담긴 맥락을 아는 것이 좀 더 핵심 정보"이기에 이러한 부분을 강하게 원하는 시청자들로 인해, 포맷 자체가 변화되기에 이르는데요. 아마도 이러한 변화 자체는 어떻게 보면 진정한 뉴스에 대한 시민과 시청자들의 욕구가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뉴스를 취급하는 기성 미디어의 변화된 시도는 앵커 스스로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 몇 줄을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양자가 '토크 형태'로 자신이 취재한 기사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맥락과 숨겨진 의미 등을 화면을 보고 있는 시청자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이는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의 좀 더 깊은 이해를 돕기도 하고, 해당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방송 이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심지어 댓글을 통한 토론이나 확대된 의견 개진까지 이뤄지게 되는데요. 다만, 이러한 변화는 과거 전통적인 언론을 통해 우리가 수용하고 인정했던 진실에 대한 겸허함과 동시에 사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즉각적이고 부정적인 개변으로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부정적 변화는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백악관 선임고문인 캘리언 콘웨이가 적극적으로 오도한 진실에 대한 거부인, '대안적 사실 alternative facts'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에 대한 합리화 수준을 넘어, 그것을 둘러싼 사건과 저변에 깔린 맥락을 사실의 존중으로 이어져, 견실한 토론의 무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치꾼들이 난립하는 최악의 야바위 공연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저자가 언급하고 있듯, 유튜브를 통해 영향력과 수익을 얻기 위하여 전혀 사실과 관계없는 내용들을 전방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이르게 되는데요. 바로 이 부분에서 일찍이 존 듀이가 강조한 시민들의 정치적 변별력이 무엇보다 필요해지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여겨집니다.

저자는 2장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과 유시민 작가의 지난 토론 방송과 이들의 뒷얘기들을 언급하면서 양쪽 진영에 있는 유력 인사들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입장과 해석에 대한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요. 물론 홍준표 대구 시장의 토론 방식이 전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유시민 작가가 전에 언급한 것처럼 상대 진영에 어느 정도 토론이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은 우리 정치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지난날 계몽주의의 유산이기도 한, '진실에 대한 겸허한 태도'는 우리의 정치가 정치꾼들의 이익을 위한 무대가 되었을 때부터 거의 악랄한 방식으로 매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을 끊임없이 비트는 데 큰 재주를 보였던 인사들이 그저 당과 지지자들에게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그저 존경을 받는 현실은 정치 전반이 시민들의 변별력에 의해 전혀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유튜브와 같은 혁신적인 통합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 언론계의 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물론 이 유튜브의 등장이 앞으로 정치적 진정성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확실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의 극단주의자들의 발호는 마누엘 카스텔이 예견한 미래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 세대의 건전한 정치를 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진보를 거둘 수 있을지는 마찬가지로 불명확합니다만 진보와 보수 양자가 서로를 위한 건실하고 상식적인 '다양한 미디어 언론'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극단적인 언사와 그것의 저열한 나르시시즘을 선동해, 짭짤한 수익 만을 거두려는 가짜 미디어들이 범람하는 시점에 우리는 더욱 우리 자신을 교육해야만 하는 이 사활적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토크 뉴스란, 진행자와 출연자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이슈를 전달하고, 의견과 관점을 담아 분석하는 뉴스 형식이다.

다루는 이슈에 대해 진행자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고, 패널이 충분한 배경 지식과 자신의 관점을 바탕으로 시원시원하게 답변할 때 듣고 보는 즐거움이 생긴다.

전문성을 가진 진행자들은 대선 주자들의 답변이 부족하면, 어물쩍 넘어가는 게 아니라 묻고 또 묻는 방식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질문 방식은 격렬한 토론이 아니어도,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대리 만족감을 충분히 줬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은 유뷰브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구독자의 정치 성향에 맞는 이야기를 하면, 구독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발언이라도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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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8-22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알렉스 캘리니콜스의 책도 그렇고 베터님 읽으시는 책들이 제가 관심 가는 주제가 많네요.
막상 읽기는 미루게 되는 어려운 주제라서 대리만족 할때가 많습니다만 ^^; 2장에 나온 홍준표,유시민 토론은 어떤 장면인지 알 것 같아요.ㅎㅎ 각자도생에 팩트 체크는 물론 크로스 체크까지 해야하는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네요.

베터라이프 2023-08-22 20:54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는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찾다보니 정치와 경제 쪽 글을 읽게 되었고, 결국 민주주의의 약화와 심각한 불평등의 주된 원인이 신자유주의임을 알게 되었죠.
사실 말씀하시는 대로, 이쪽 책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여간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더군요. 결정적으로 아주 재미가 없죠..... ㅠㅠ
그리고 홍준표 시장이 그래도 보수 우파 쪽에서는 토론이 잘 되는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가 유시민 작가에게 하는 그런 낯 뜨거운 수사라고 해야 할까요. 그 얕은 평가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요즘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년에 고민했던 즉, 경제 엘리트들이 정치를 소수의 사적 이익의 무대로 삼아, 자본이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하는 고질적인 사회체제적 문제를 공익에 맞게 개선하는 데 있어 과연 정치와 법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전혀 철회되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도는 엘리트들이 안보를 위해 시민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에 해악이 될 텐 데요.
과거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세계 민주 정치의 매커니즘이 완전히 변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의 당선도 바로 이런 맥락 가운데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요. 증오를 부추겨 그것을 정치적 이익으로 삼는 굴절된 정치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과연 이것의 결말이 대체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걱정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달리 주변 머리도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것 밖에 없으니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미미님.. 이렇게 매번 구차한 저의 서재에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글과 함께하시는 삶이 더욱 윤택하시길 바랍니다~
아.. 마지막은 뭔가 쓸데없는 주례사 느낌이라고 보실 수 있는데, 그냥 기분 탓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