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쟁 50년의 점령 - 중동 테러리즘의 불씨를 지핀
아론 브레그먼 지음, 정회성 옮김 / 니케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전쟁연구학과 교수로 있는 아론 브레크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중동 전쟁에 참전한 후, 제 1차 인티파다 발생 이후, 비롯된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의한 팔레스타인들에 의한 가혹한 처우와 정책에 반대하여 이스라엘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한 이력이 있는 역사학자입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도 이와 관련한 개인사로 그의 이런 양심의 문제에 대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장인과의 관계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아마도 조국인 이스라엘을 떠나 외지에서 모국에 대한 역사와 중동 전쟁사를 연구 집필하며 현재까지 학자적 양심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바로 이 책도 그러한 결과의 산물일텐데요. 지난 2014년 Cursed Victory라는 원제로 출판되었고, 국내에는 2016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주를 포함한다면 약 630여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주문해서 받았을 때, 전부 소화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아득했습니다만 짬짬이 틈을 내어 3일만에 정독을 마칠 수 있었는데요. 글의 전체적이 구성이 예상외로 꽤 명료하고 번역의 질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1948년부터 1967년 사이의 당시 이스라엘 정치와 외교사 및 전쟁사를 인지하고 있어야만 이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제3차 중동전쟁 이후인 1967년 6월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감행해 승리한 후, 의도하지 않은 전리품으로 요르단 강 서안, 지중해에 면한 가자 지구, 시리아의 골란고원,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것은 지난 제네바 협약에 반하는 명확히 불법적인 이스라엘의 점령화로 저자인 아론 브레크먼은 이러한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이들 점령지역에 대한 ‘영구점령화’에 대해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치적 의도들이영구점령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글을 써가고 있는데요. 이들 지역의 점령 초기에 이스라엘 당국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하긴 했지만 유대인 정착촌 문제와 특히 점령 이후 거주하고 있던 팔레스타인들을 요르단과 시리아 쪽으로 강제적으로 쫓아냈다는 점은 앞선 의심을 절로 갖게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짚어 내고 있는 이스라엘 당국이 주도한 중요한 정책들, 특히 광범위한 군정과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야간 통행 금지, 서안 지역에서 실시한 행정 및 경제적 강제 관리와 팔레스타인들 스스로를 위한 정치적 수단 행위를 사실상 금지한 것은 이들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 통치 행위와 다를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에 저자는 글의 말미에서 인도 등에 행해진 영국의 식민지 정책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교묘했다고 평가하며, “이 책에 기술된 이스라엘의 40년 점령기를 두고 훗날의 역사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역사에 크나큰 오점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것이라 믿는다”는 매우 겸허하면서 연구자적 양심에 의한 평가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스라엘 군에 의한 군사적 보복행위와 PLO나 하마스에 의한 테러 행위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문제이며, 국제 사회와 동맹국인 미국, 여러 유럽국가들이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수많은 군사적 작전에 많은 우려와 중단을 요구했고 점령지 내에서 팔레스타인들에게 최소로 필요한 물과 전력과 같은 인간 생황의 기본적인 보장 또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차단되어 왔다는 점은 지금도 자신들을 성공적인 개방된 민주주의 국가로 자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심각한 괴리 현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현저히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현실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속내로 미국에 추진된 평화 협상은 작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크게는 중동국가들간의 관계 개선 및 평화 구축에 있었는데요. 여기 3부에는 이러한 노력들의 일환으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PLO를 상대로 중재 노력을 기울인 정치외교적 노력들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특히 노회한 아라파트 전 PLO의장과 에후드 바라크,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들 간의 협상 내용들이 꽤 상세히 나와 있는데요. 특히. 동예루살렘의 중요한 이슬람 성소인 ‘하람 알샤라프’ 지위 및 주권 문제가 서로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되며 협상의 공식적인 해결을 도외시한 조건이었습니다. 당시의 아라파트 의장은 이집트와 시리아 등의 아랍국가들의 심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캠프데이비드와 프랑스 파리의 여러 협상에서 이 하람 알샤라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문제를 클린턴 대통령이 용인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이 성소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만약 팔레스타인 국가가 용인받는다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겠다는 주장과 함께 타협이 불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좋은게 좋은것이라는 취지의 클린턴 대통령의 설득과 외부의 한 서양 정치인의 시각이 얼마나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한 것인지 알 수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기 말까지 중동 평화 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사적인 업적을 위해 기울인 것이라 할지라도 클린턴의 외교적 노력이 무조건 폄하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슬람이라는 유일무이한 종교가 수많은 개인들의 일상의 삶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은 계몽주의의 혜택을 받은 다른 시민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란 어려분 문제입니다. 다만, 오늘날의 테러리즘과 관련해서 이 이슬람 율법의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해석을 이슬람 종교인들이 나서서 관리하고 제거할 필요는 있지만, 이슬람 자체가 정치적 수단인 많은 중동 국가들에게 있어서 율법을 어떤식으로든 개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무고한 희생자들을 끊임없이 양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알다시피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이 책을 통해 이스라엘 정치와 정치인들의 복잡한 셈법과 시종일관 비타협적인 유대주의와 평범한 팔레스타인들의 희망을 대변하지 못하는 전자와 동일한 노회하고 정략적인 종교정치인들의 실상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과연 평화를 위해 정치적 협상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정치적 평화가 많은 일반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 정치도덕론적 원론이 거부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보는 태도를 단순한 현실이 결여된 이상주의적 입장이라고 단언하기는 쉬우나 누구나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권리에 대해 이들이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또한 뒤에 정치 세력들이 이것을 거의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숨은 의도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2005년에 반환된 가자지구에 대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교묘한 통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안보와 생존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주의를 보여주고 있고 군사적으로도 ‘방어적 공격’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며, 모사드에 의한 정치인 및 테러 지도자들의 암살과 관련해서도 정치적으로 필요하다면 무슨 짓이든 감행할 의지가 있는 국가로 여겨져 다소 복잡한 감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대해 비재래식 군사력(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과 관련하여 어떠한 개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나 미국 내에 수많은 유대인 단체를 움직여 여론을 환기시키고, 자신들의 정보 단체를 움직여 정보를 쥐어짜내는 모습은 마키아벨리가 희망했던 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어떠한 도덕적 문제에 연연하지 않은 그야말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상적인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더불어 현재의 동맹외교와 관련해서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반환하면서 미국에게 자신들이 양보했으니 막대한 비밀 원조를 요구한 이스라엘의 소위 외교력에 대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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