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평화론 - 하나의 철학적 기획, 개정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이한구 옮김 / 서광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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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학계에 큰 획을 그은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과 관련된 형이상학을 당시에 전무했던 고유한 사유체계로서 정립해 그의 이론을 변형해 이론을 받아들인 수많은 사상가들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인류 역사에 대단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그의 이 책인 ‘영구 평화론은’ 프랑스 혁명 이후 맺어진 바젤 강화 협약을 배경으로 정치와 철학, 역사가 망라된 칸트의 고유한 사고가 여실히 잘 드러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전세계에 영구적 평화가 가능한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고 읽는다면 의외로 칸트의 여럿의 선견지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지 않나 감히 평가해봅니다.

칸트는 여기에서 전쟁이란 각 국가가 폭력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자연 상태 (이 경우 적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률 기간은 없다) 라고 밝힙니다. 전쟁 상태에 이르거나 그것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전제 군주정일 경우에 단지 유희나 재미만으로도 이 전쟁이 발생 할 수 있으며 다만 온전한 공화제여야만 영구적 평화를 비롯한 전쟁이 없는 상황애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간기와도 같은 단기 평화에 대해서는 칸트가 따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의 실질적 정체가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평화를 이루는 여러가지 조건과 수단들을 잘 구성해서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습니다. 이 책이 나왔던 1796년과 지금의 시점은 꽤 현실의 간극과 체제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칸트가 왜 시대를 앞서는 사상가였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국가를 구성하고 이를 주도하는 권력 체제에 있어서 이 국가권력을 쥐는 사람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 대의성은 커지며, 그 체제는 공화정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칸트는 전제합니다. 이러한 민주제에선 폭력 혁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 체제가 유지되고 이러한 것이 각 국가들간의 평화를 위한 선결 조건임을 밝히는데요. 평화와 공화제와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꽤 의미심장합니다. 어쩌면 ‘민주평화론’이 칸트의 이 글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비약일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뒤이어 국내법, 국제법, 세계 시민법이라 열거하는 이른바 ‘공법’이 국가들간의 행동 논리의 기준과 목적이 되고 개인에게 보편적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굳게 인지한다면 세계 시민법에 의거해 많은 이들이 보편적인 우호로 나아갈 것이라는 체계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자연 상태의 인간이 보편적 의지와 이기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면 확실히 여기에는 법의 필요성이 요청되는 것이겠죠.

뒤이어 추가조항이과 부록에서는 영구 평화의 보중과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에서는 정치와 법과 정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정치와 철학의 측면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자연 상태의 인간’ , ‘섭리’, ‘공화적 체제’ 등에 평화에 이를 수 있는 배경적 이론을 강화하고자 하는데요. 자연에게 부여받은 인간이 생활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 자연의 의지가 담긴 섭리, 궁극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는 평화에 이로운 공화 체제를 결국 국제법에 귀결시키면서 우리의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더불어 도덕과 정치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지만, 주관적으로는 특유의 이기적 성향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이것은 또한 양자 사이에 존속할 수 있고, 존속해도 좋다고 칸트는 말합니다. 약간 무의미한 동어반복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결국 이것은 정치와 도덕간의 갈등이 인간이 진보하는데 숫돌과 같은 역할로 도움이 되리라고 여기는 칸트의 중요한 의미 부여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와 정략을 구분하고 앞에서 “별다른 저의 없이 공개적으로 표현되고 과감하게 제시된 정치 이론가의 의견이 국가에 어떤 해독을 끼치지 않을까 의심해서도 안된다”라는 언급이 바로 이런 취지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물론 이것은 어떠한 악의적인 해석이 개입되지 않기를 바라는 칸트의 바람이지만 정치가 평화에 이르는 길을 닦을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결국 이런 영구적 평화의 마지막 길에는 세계 연맹을 비롯한 세계 국가의 필요성이 요청된다고 결론내는데요. 이 이론적 토대들이 현재의 국제 정치에 써먹을 수 있는지는 대충 보더라도 불확실해 보입니다만 막연한 평화주의로서 구호에 이르기보다는 “이성은 인간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중요하게 여겼던 칸트의 사상이 철학과 역사, 정치 등을 포함하는 진실로 ‘영구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봤던 것 같습니다.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여러 정치적 불안정성을 내포하며 시작된 1790년대에 칸트는 어쩌면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를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측 모두를 파괴하고 일체의 정의마저 파괴할 수 있는 섬멸전은 영구 평화를 한낱 인류의 거대한 묘지속에서나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칸트의 외침은 거대한 인류의 죽음에서만 비로소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바로 우리의 시대가 인류 멸절의 무기로 무장된 시대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 같은 기시감을 안겨준다고 해야할까요. 그가 이 인류 멸절의 무기를 예상했을리는 없지만 지금의 이 세계의 평화는 더할나위 없이 영구적인 것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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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2-03-22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칸트가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지, 또 있다면 뭐라고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베터라이프 2022-03-22 18: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김민우님 ^^ 일단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인용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국가간의 전쟁 상태와 관련해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칸트의 이해가 어느 정도는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 날 뿐입니다 ㅠㅠ 일단 제가 귀가해서 다시 한번 일독을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튜버 헬마우스님이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리뷰 영상을 올린적이 있는데 논란 가능성이 있긴하지만 그냥 가볍게 보셔도 될 듯한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Redman 2022-03-22 19: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베터라이프님!! 헬마우스라는 유투버도 있었군요 ㅋㅋ

베터라이프 2022-03-22 20:28   좋아요 0 | URL
참고로 헬마우스라는 분이 정치색이 있으신 분이라 그걸 감안하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전체 일독을 하셨는데 요약이 되어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소리가 제법 크니 볼륨 조절도 적당히 하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