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란 무엇인가 - 반프랑스 혁명에서 현대 일본까지
우노 시게키 지음, 류애림 옮김 / 연암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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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대 사화과학연구소 교수이자 도쿄대에서 정치사상사와 정치철학을 전공한 학자인데요.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4년 번역 출간된 ‘서양 정치사상 산책’으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많은 학자들과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소개해 드릴 이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는 서양의 근간을 이루는 보수주의에 대한 해석이 동아시아 학자에 의해 쓰여진 경우라 꽤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약간 기대를 갖고 책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우노 시게키 선생은 글의 초입에서 보수주의의 버크를 언급하는 보수주의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제도와 관습이며, 이러한 양자는 역사속에서 다듬어져 온 것이고, 자유를 유지하고 민주화를 전제하는 질서있고 점진적은 개혁을 지향하는 근거로 해야 한다고 정의하며, 반대로 무늬만 보수주의자들은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과거의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현실의 역사적 연속성을 무시하며, 자유를 위한 제도를 파괴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한다면 그것은 결코 보수주의라 말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드번크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과거의 역사는 단절되어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유산이며 그것의 축적된 이야기를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도 보수주의의 가치라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참으로 너무나 부끄러운 자칭 보수주의자들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에드먼드 버크는 이와 관련하여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을 강하게 부정했는데요. 서로 교류가 있었던 토마스 페인과의 격렬한 논쟁도 바로 프랑스 혁명에 대한 관점이 매우 달랐기 때문인데요. 저자인 우노 시게키 선생에 따르면 버크는 그야말로 과거 역사의 단절이라는 거대한 집합체인 이 프랑스 혁명을 매우 불행한 것으로 본 모양입니다. 자신의 영국은 왕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과거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프랑스 혁명과 그의 보수주의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프랑스 혁명으로 공화와 민주주의의 길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버크가 보기에 이러한 류의 급격한 진보는 결국에는 국가와 사회를 붕괴시키게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권리장전을 포함한 영국의 정치 변화 자체가 점진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개혁이라고 여겼던 것으로 아마도 이러한 사고의 과정이 자신의 보수주의가 어떤 틀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 18세기 후반, 버크에 의헤 그 기초가 확립된 보수주의는 그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른 역할을 부여받는데요. 그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대척점으로서의 보수주의입니다. 물론 나치 독일 이전의 히틀러의 괴상한 민주주의가 독일의 사회주의를 제거하기 위해 벌였던 술수의 모습과 같아선 안되지만 사실상 극적으로 이념의 분화가 벌어지고 있던 당시의 유럽에서 영국의 보수주의가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지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문화적인 입장의 전통주의를 중요하게 여겼던 T.S 엘리엇을 저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엘리엇은 각각의 계급에는 상존하는 문화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상위와 하위 개념으로 분류할 수 없고, “한 나라의 문화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은 지나치게 통일 되어서도 지나치게 분열되어서도 안 된다”는 그의 주장을 실으며 엘리엇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보수주의의 기반에 있는 것은 이와 같은 공통감각이고 전통 관념이며 나아가서는 유머 감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그 문화적 굴절성에 비교하면 명백하게 다른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오해와 오독이 되고 있는 하이에크와 관련해 그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어쩌면 보수주의의 탈을 쓴 자유주의자 혹은 리버럴로 해석되어야 할텐데요. 법의 지배라든지 개인의 자유, 선택의 자유를 중요시 여긴 하이에크는 전체적으로 보수주의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노예의 길은 당시의 암울한 이념의 대결 분위기에서 국가에 귀속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한 반사회주의적인 태도를 지녔던 것은 분명합니다. 뒤이어 합리주의 자체를 비판했던 마이클 오크숏의 사례 또한 법에 따른 통치를 20세기 사회에 복권 시키고자 했던 것 또한 그 역시 보수주의의 틀로 이해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전체에서 저자의 두 가지 통찰을 발견했는데요. 미국의 보수주의가 기독교와 결합해 반지성주의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과 조지 W. 시절의 네오콘이 국제법과 유엔을 불신하고, 반대로 규칙을 지키게 하고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이 중요하다고 여겼다는 평가와 이는 곧 과거 미국의 고립주의 전통에서 비이성적으로 변화된 미국의 신보수에 대한 중요한 설명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어빙 크리스톨만 짧게 언급되고 네오콘의 시조인 레오 스트라우스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성찰적 근대화를 앞서서 부르짖었던 앤소니 기든스의 주장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과거 세계 제2차대전 이후의 복지와 안정을 주축으로 하는 정치경제적 주의가 급격하게 보수와 신자유주의로 돌아서게 된 것은 건전하고 도덕적인 진보주의가 부재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저자인 우노 시게키 선생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대로 영향력이 있는 진보가 전무했기 때문에 보수주의가 사회의 대척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해 봐도 진보와 보수의 건전하고 균형적인 무게추가 사회 안정에 좀 더 기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가 존재하는에 대해서도 여기 이 글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21세기의 보수주의는 가급적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야만 하고, 과거 사회주의에 맞서려고 했던 보수주의의 정신대로 법과 사회를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는 비정치적이고 관념적인 이데올로기들을 견제하는데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도와 사회를 신봉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역할이라면 당연하고 마땅하게 그 앞길에 서야만 하겠죠.


리뷰는 기존의 걸 지우고 다시 재업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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