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군(郡) 도서관이 어떤 때는 멀게 느껴진다.

아니 멀지만 참고 가는 것이다. 왕복 40분이 걸리는 그 도서관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 책을 빌리고 반납하던 해가 있었다.

지난 2007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지금은 한 달에 두, 세번 가는 정도이다.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책을 대하는 마음, 빌리는 책과 사는 책의 비율, 체력, 책을 대하는 요령 등등에서.

이런 점들에서의 변화 때문에 도서관을 덜 찾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책을 소중히 여긴다.

다만 빌리는 책보다 사는 책이 더 많아졌으며 체력은 나빠졌으며 많이 세련되고 효율적으로 책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든 반납 기한인 어제 연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집 가까운 곳의 반납함에 책을 넣고 도서관에 전화했다.

반납함의 책은 바로 수거처리되지 않아 이틀이나 사흘 정도 연체가 될 수 밖에 없는데 반납함에 넣은 사실, 그리고 그렇게 한 배경과 심경 등은 당연히 알리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 전화한 것이다.

직원은 내 이름을 듣더니 도서관 이용 많이 하는 분이시죠? 연체 처리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우수(?) 고객에 대한 예의 차원의 조치인가? 감사한 일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가까운 반납함에 책을 넣은 데에는 심리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다.

나는 이를 적당한 선에서의 퇴행이라 부르고 싶다. 컨디션을 회복한 후 서울의 서점에 가서 가장 최신의 책들을 살 것이라는 생각도 작용했지만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것이 메인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내게 최선은 여행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여행은 미루기로 한다. 유보가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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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0-30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애용하는 우수 고객을 위한 멋진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 분의 아름다운 응대였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10-30 14:3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좋은 해석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