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히데키(1907 – 1981)와 도모나가 신이치로(1906 – 1979)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 과학자들이다.

이론물리학자 유가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1949년으로 전 분야를 통틀어 일본 최초이다. 도모나가가 수상한 것은 1965년이다.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설국’으로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1968년, 오에 겐자부로가 ‘만연 원년의 풋볼’로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1994년이다.

유가와와 도모나가는 연구가 잘 되지 않을 때 죽음을 생각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공통점이다.

이 가운데 더 많은 관심을 끄는 사람은 유가와이다. 자서전에서 유가와는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이론물리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금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을 했다.

유가와는 과학자로서는 드물게 많은 에세이를 썼다.(고토 히데키 지음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202 페이지)

유가와는 논문을 잘 쓰지 않아 학과장인 야기로부터 유쾌하지 않은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원래 도모나가를 초빙하려 했지만 자네 형님이 부탁을 해 어쩔 수 없이 채용한 것이며 도모나가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유가와는 야기를 마음 속에서 끊어냈다고 한다.

이렇듯 유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 페친의 글 때문이다. 도서 디자인 관련 편집 회의에서 이 책(과학책)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글이다.

나는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쉽게 쓰기보다) 쉬울 것 같다는 인상을 갖도록 하는 것은 미끼 아니냐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사실 사기(詐欺)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미끼라 말한 것이다.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의 저자는 학자의 논문은 세일즈맨의 영업 실적 같은 것이라는 말을 한다.

순수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지만 할머니도 이해할 것 같다는 인상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 차원으로 보고 싶다.

유가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중간자(中間子)의 존재를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예언의 배경에 유가와의 비범함이 있다. 어릴 적 한 절에서 형과 놀다가 넘어진 일이 유가와에게 있었다고 한다.

넘어지면서 묘비에 머리를 부딪혀 울던 어린 유가와의 눈에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보였는데 그렇게 흩어지는 햇살을 보고 유가와가 상상한 것이 바로 무수한 별이었다고 한다.

어떻든 나뭇가지 사이로 곱게 흩어지는 햇살을 보고 무수한 별을 상상한 것도 인상적이고 성인이 되어 그 기억을 되살려 중간자를 떠올린 것도 예사롭지 않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를 읽다가 불확정성 원리의 영감을 얻은 하이젠베르크의 사례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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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7-03-25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자의 논문은 세일즈맨의 영업 실적 같은 것‘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03-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blueyonder님... 생각이 같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