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 1967)의 철학으로의 소풍(Excursion to the philosophy)은 낯선 비일상의 그림이다.
등장 인물이 여자와 남자라는 점을 보면 이상할 것이 없지만 여성이 보이는 반라의 상태는 기이하고 더욱 ‘철학으로의 소풍‘이란 제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얼핏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림 제목이 의미하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이거니와 다림질로 빳빳하게 줄을 세운 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이마에 깊이 주름살이 팬 얼굴과 긴장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심사숙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놓인 침대 겸용 소파에는 반라의 여인이 등을 보이고 누워 있는 그림 자체가 비일상적이다.
남자의 자세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닮았다. 문제는 무엇일까?
제목에 철학이란 이름이 들어있기에 하는 말이지만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 무렵에 날듯 철학이 논의되는 것은 절망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독일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을 길게 설명해 놀라움을 준다.
우리는 경이로운 순간이나 지극히 아름다운 장면들 앞에서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호퍼의 그림을 설명하는 슈미트를 보면 언어의 한계를 느끼는 것도 개인이 가진 역량 차이에 좌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이 설명하기 어려운 경이와 극한의 그림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철학자 저자의 내공에 놀란다. 시를 읽고 싶은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