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네 분께 경복궁 해설을 했다. 내가 치른 첫 full 해설이었다. 광명 출신의 네 여자 분인 그분들은 여중 또는 여고 동창들이었다. 그 분들 가운데 미술대학을 졸업한 분이 눈에 띄었다. 나이보다 10년 정도는 젊게 보이는, 모델을 해도 좋을 것 같은 그 분은 놀랍게도 최근 몇년간 마음 고생 때문에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이라고 했다. 골프 때문에 팔꿈치가 아파 약을 복용하는 그 분을 보며 한 친구가 저 사람은 결혼 때문에 미술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내가 그 분에게 골프에서 힘 빼는데 삼년이란 말이 있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그 분은 사실이라 답했다. 그 분은 큰 근육을 쓰는 골프 때문에 그림의 섬세한 필치를 포기하게 되더라는 말도 했다. 힘 빼는데 삼년이란 말을 물은 것은 내가 힘을 뺀 스윙에 비유될 법한 쉬운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네 분들 가운데 문화 해설사가 있다. 그리고 올 여름 췌장 수술을 받은 분도 있다.
내년 봄 다시 경복궁 또는 다른 궁 해설을 통해 그 분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김소연 시인의 ‘목련 나무가 있던 골목‘이란 시가 생각나 해설사분께 보내 주었다. 나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봄이 올 때까지 주먹을 펴진 않을 겁니다 내 주먹 안에/ 당신에게 줄 밥이 그릇그릇 가득합니다 뜸이 잘 들고 있/ 습니다 새 봄에 새 밥상을 차리겠습니다 마디마디 열리는/ 따뜻한 밥을 당신은 다아 받아먹으세요˝
모두 이 추운 겨울을 잘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