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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충분한 지구사 - 지구의 6대 사건부터 인류의 탄생까지 ㅣ 비주얼 사이언스 북 2
가와카미 신이치 & 도조 분지 지음, 박인용 옮김 / 전나무숲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가와카미 신이치(川上紳一; かわかみ しんいち)와 도조 분지(東條文治; とうじょう ぶんじ)의 책이다. 가와카미 신이치는 줄무늬지구과학이라는 의미의 시마가쿠(しましまがく; 縞々学)라는 학문을 만든 지구과학자다. 줄무늬지구과학을 만든 저자가 공저로 참여한 책답게 “지층의 줄무늬 모양에는 낮과 밤의 되풀이, 조수의 간만, 계절의 변화 같은 지구 표층 환경에 주기적인 되풀이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마그마가 차가워져 굳은 암석에는 지구 내부의 변동에 관한 정보가 간직되어 있다.“는 문장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빙하 퇴적물은 빙하 작용으로 운반된 토석(土石)의 층을 말한다. 자갈, 모래, 진흙 등이 뒤섞인 퇴적물이며 층리(層理)가 뚜렷하지 않다. 빙하 작용으로 운반된 지층인지 토석류 퇴적물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었다.”란 말에도 줄무늬의 하나인 층리 이야기가 나온다. “해양 지각에는 퇴적물이 서서히 축적되는데 대양저가 형성된 지 오래일수록 퇴적물은 두꺼워진다. 중앙 해령이 대양 한가운데 있는 경우에는 원양성 퇴적물로 부드러운 진흙이나 탄산염으로 구성되지만 해구(海溝)에 가까우면 육지에서 온 사암(砂巖)이나 이암(泥巖)이 많다.“는 글에는 줄무늬로 볼 수 있는 단서보다 시간에 따른 두께 변화, 퇴적물 종류의 공간적 분포에 대한 단서가 있다.
대양저에 퇴적한 지층은 판이 섭입할 때 맨틀로 기어들어가지만 일부는 떨어져 나와 육지쪽 판에 붙는다. 이렇게 생긴 지질체를 부가체(Accretionary wedge 또는 Accretionary prism)라고 한다. 부가체와 오피올라이트는 관계가 밀접하다. 부가체 내부에 오피올라이트가 포함된다. 이는 과거에 바다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오피올라이트란 과거 대양 아래에 있던 해양 지각과 상부 맨틀의 파편이 판구조 운동에 의해 대륙지각 위로 밀려 올라와 드러난 암석 조합을 말한다.
지질학적 충격이나 강한 응력(압력)에 의해 격자가 변형되면서 형성된 미세한 층상 구조를 라멜라(lamella) 구조라 한다. 작고 얇은 판(plate) 또는 비늘(scale)을 의미하는 단어다. 석영 입자에서 보이는 라멜라 구조에서 줄무늬 단서가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지층도 태양이나 달 등의 천체 변동과 운동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줄무늬를 살펴보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면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는 관점이 싹틀 것이다. 지구상에는 실로 많은 줄무늬가 있으며 그들 줄무늬에는 지구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줄무늬 모양에 시간이 새겨지는 경우도 많다.
지구를 구성하는 부분이란 지구 내부를 구성하는 지각, 상부 맨틀, 하부 맨틀, 액체 외핵, 고체 내핵 지구 표층의 대기, 해양, 강수, 설빙, 생물권, 나아가 지구 대기인 대류권, 성층권, 또 그 상공에서 우주 공간까지 펼쳐지는 전리권, 열권과 그것들을 에워싸는 지구 자기권을 가리킨다. 이런 각각의 부분은 지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서브 시스템이라 한다. 지구 환경 변동은 지구를 구성하는 서브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고유의 변동이 서브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다른 변동과 서로 관계하여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지구 환경의 변동을 하나의 원인으로 특정 지으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나 메탄 농도의 변동은 어떻게 일어날까? 지구과학 분야에서 대기와 해양, 지각 등의 서브 시스템 사이의 물질 순환을 지구 화학 순환이라고 한다.
기상 관측 기기가 설치된 과거 100년의 기후 변동에 대해서는 수치가 데이터로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더 오래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를 복원하려면 나무 나이테, 산호, 빙상 퇴적물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맨틀이 대류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암석이나 광물 등이 힘을 가하면 천천히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고체 물질의 유동이나 파괴 등의 성질을 리올로지(Rheology; 유동성)이라고 한다. 맨틀 물질의 리올로지는 가해지는 힘에 따른 충격파의 진동수에 따라 달라진다.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지진파 속도의 불균일성이 물질의 온도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속도가 느린 영역은 고온역이며, 속도가 빠른 영역은 저온역인 셈이다. 즉 온도가 높은 영역은 맨틀의 상승류역이며 차가운 부분은 맨틀의 하강유역이기 때문에 현재 지구 내부의 불균일성을 통해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지구 내부를 보면 지진파의 속도가 느린 곳 즉 온도가 높은 영역은 맨틀 심부에서 표층으로 원통 모양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원통 모양 구조는 대류의 플룸 형태가 유사하다. 즉 맨틀 대류의 상승류는 플룸과 비슷하다. 한편 하강류는 판으로 섭입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 형태는 판 모양을 하고 있다. 물질의 온도가 높아지면 부피가 팽창하고 밀도가 감소하며 물질이 더 말랑말랑해지는 성질(강성 감소)을 갖게 된다. 지진파는 딱딱한 물질일수록 빠르게 통과하므로 온도가 높아진 고온역에서는 지진파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
대륙지각은 선캄브리아대에 안정화된 순상지(楯狀地)나 탁상지(卓狀地)부터 최근의 조산운동으로 갓 생겨난 지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에 생긴 지괴의 집합체다. 순상지는 선캄브리아대의 지층이나 암석이 변성 작용을 받아 생긴 기반암류가 노출된 지역이며 탁상지는 선캄브리아대에 기반암류 위에 그다지 변형을 받지 않은 지층이 수평으로 두껍게 퇴적된 지역이다. 캄브리아기 이후에 형성된 조산대는 선캄브리아대의 순상지나 탁상지를 에워싸듯이 분포한다. 순상지와 탁상지를 합쳐 안정지괴(craton)라고 한다.
대륙 지각은 상부 지각과 하부 지각으로 나뉘며 상부 지각은 화강암질, 하부 지각은 현무암질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저자는 지구 근처에서 약 100억 개의 미행성이 생겨났고 그것이 충돌 및 파괴, 합체 및 성장을 되풀이해 현재와 같은 태양계가 생겨났을 것이라 말한다.(120 페이지) 미행성의 충돌로 방출되는 열과 휘발성 물질로 형성된 대기의 보온 효과로 원시 행성의 표면 물질은 녹는 상태가 된다. 이 시기에 행성 표면을 뒤덮고 있는 것을 마그마의 바다라고 한다. 원시 지구의 표면이 녹는 상태가 되면 밀도가 큰 금속인 철과 규산염질 맨틀의 분화가 시작된다. 철의 층은 마그마 바다의 바닥에 축적되지만 중심부에는 초기에 집적한 미분화 물질이 가득 차 있다.
이 미분화된 원시핵은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녹아 철과 규산염으로 분리되었든지 어느 한 시점에 한 방향으로 떠올라 파괴되어 철의 층과 교체되었을 것이다. 원소는 화학적 성질에 따라 몇몇 그룹으로 나뉜다. 철과 쉽게 결합하는 원소는 친철원소, 구리와 쉽게 결합하는 원소는 친동원소, 규산염과 쉽게 결합하는 원소는 친석원소라고 한다. 맨틀의 친철원소 과잉 문제는 지구 형성 초기 핵과 맨틀이 분리될 때 금속과 결합하기 좋아하는 원소들이 이론적 예측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맨틀에 남아있는 수수께끼를 말한다. 이를 지구화학 학계에서는 친철원소 역설이라고 부른다.
생명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의 원자가 모인 유기물이며 유전 정보를 지니고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이 있다. 세포막에 싸여 막을 통해 에너지나 물질을 거두어들여 몸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한 대사 반응을 하고 노폐물을 세포 밖으로 버린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많은 지지를 받는 가설은 원시 지각이 현무암질이었다는 것이다. 맨틀이 대규모로 녹아 마그마의 바다가 형성되고 마그마의 바다가 식으면서 두꺼운 현무암질 지각이 분화했다는 것이다. 이 설은 실제로 원시 지각에 현무암이나 현무암에서 유래한 퇴적암이 있는 점, 변성 정도가 높은 지각에 함유된 현무암이나 퇴적암의 기원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견해로 간주된다.
원시 대기 중에는 산소가 전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지구에서 산소 분자는 광합성 반응의 부산물로 식물이 만들고 있다. 이러한 광합성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도 지구에는 산소를 만드는 화학반응이 있었다. 그것은 대기 상층에서 일어난 일련의 광화학반응에 의한 물의 분해 반응이다. 지구 대기 상층(중간권 및 열권)에서 태양의 강한 자외선(UV) 에너지를 흡수하여 물 분자가 산소와 수소 등으로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에 생명이 언제 출현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질학자들이 시생대 암석에 노출된 지역을 조사하고 퇴적암 속에 검은색 처트가 끼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요하게 지질 조사를 거듭했다. 처트는 미세한 석영(이산화규소) 결정으로 이루어진 매우 단단하고 치밀한 암석이다. 이 암석은 주변 환경의 변화나 높은 열, 압력에도 잘 변하지 않아 수십억 년 전의 아주 미세한 세포 구조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최고의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처트가 검은색을 띠는 이유는 그 안에 탄소 성분의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은색 처트는 그 옛날 그곳에 생명체(주로 단세포 미생물)가 살았고, 그 사체가 암석 속에 갇혔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실제로 지질학자들은 호주 서부의 바버턴 그린스톤 벨트나 필바라 크라톤 같은 시생대 노출 지역의 검은 처트층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인류 가장 오래된 세포 화석인 마이크로화석(미화석)과 이들이 만든 거대 구조물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흔적을 찾아내어 지구 생명의 출현 시기를 약 35억 년 전(또는 그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줄무늬 철광상(호상철광층; BIF)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산소 오염(대산소사건)의 명백한 물증이자 기록이다. 초기 지구의 바다에는 산소가 없었기 때문에 땅에서 씻겨 내려온 철분이 이온 상태로 엄청나게 많이 녹아 있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뿜어낸 산소가 바닷물 속의 철분과 만나자 철이 격렬하게 산화(녹슬기)되기 시작했다. 녹슨 철(산화철)은 물에 녹지 않아 붉은 가루가 되어 바다 기저로 가라앉았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번성하여 산소가 많을 때는 붉은 산화철층이 쌓이고,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이 주춤하거나 환경이 바뀔 때는 미세한 석영 입자가 쌓여 검은색 처트나 회색 규암층이 쌓였다. 이 과정이 수억 년간 반복되면서 겹겹이 층을 이룬 줄무늬 철광상이 만들어졌다.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이 왕성해지면 산소에 의해 대량으로 만들어진 녹슨 철(산화철)이 실리카를 제치고 압도적으로 많이 쌓인다.
철의 침전 속도가 실리카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실리카는 그냥 물이 가득 차서 서서히 흘러넘쳐 쌓인 것이라면 철은 산소라는 기폭제를 만나 순간적으로 거대한 고체 덩어리로 변신해 무거운 무게로 바다 바닥에 내리꽂힌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이 줄어들었을 때 처트(규산염) 층이 쌓인 이유는 당시 원시 바다가 이미 실리카(석영 성분)로 가득 찬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이 왕성했다가 소극적이었다를 반복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태양광(낮과 밤)과 계절에 따른 환경 변화 때문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수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한 시기에는 폭발적으로 증식하며 활발히 활동하지만 온도가 낮아지거나 환경이 불리해지면 성장과 대사 활동을 멈추고 소극적인 상태로 변한다. 여름에는 수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하여 시아노박테리아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광합성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물속의 칼슘 성분을 침전시키고 끈적끈적한 점액질 성분을 많이 분비하여 주변의 모래나 유기물 퇴적 입자들을 강하게 붙잡는다. 이 시기에는 성장 속도가 빨라 두껍고 느슨한 형태의 밝은 색 층이 만들어진다. 겨울에는 수온이 낮아지고 해가 짧아지면서 광합성 효율과 대사 활동이 급격히 떨어진다. 박테리아의 성장과 증식이 거의 멈추거나 매우 느려지며 퇴적물을 붙잡는 힘도 약해진다. 이 시기에는 미생물들이 조밀하게 뭉친 상태에서 미세한 먼지나 유기물이 천천히 내려앉아 매우 얇고 조밀한 어두운 색 층을 형성한다.
결국 시아노박테리아는 자신의 생명 활동을 통해 몸 자체의 흔적을 스트로마톨라이트에 나이테처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바다 화학 구조를 바꾸어 철광층(호상철광층)에도 거대한 계절적 흔적을 새겨놓았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약 35억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한 이후 단 한 번도 멸종하지 않고 진화와 생존을 이어온,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생물 중 하나다. 현재는 흔히 남세균 또는 남조류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녹조를 일으키는 핵심 생물이다.
두 저자는 동일과정설이란 말 대신 제일설이란 말을 쓴다. 두 단어는 영어로 동일하게 Uniformitarianism을 번역한 것이지만 제일설이라는 한자를 쓰는 데는 지질학적·과학 철학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동일과정설 (同一過程說)은 과거와 현재의 과정(Process)이 똑같다는 뜻에 치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지금처럼 늘 잔잔하게 퇴적물만 쌓였을 뿐, 소행성 충돌이나 거대 화산 폭발 같은 격변은 없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제일설 (齊一說)은 가지런할 제(齊)와 한 일(一)을 써서 모든 시대에 걸쳐 자연의 법칙이 한결같고 균일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과거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든 지금 잔잔한 비가 내리든, 그 기저에 흐르는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은 우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Uniform) 적용된다는 본질에 더 부합하는 번역이다.
현대 지질학은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이나 지구 전체가 얼어붙었던 눈덩이 지구 같은 돌발적인 대격변도 지구 역사의 일부로 수용한다. 과정(Process)은 급격하게 변했지만 그 격변을 일으킨 역학적 법칙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의미다. 줄무늬 철광상과 눈덩이지구론은 아주 큰 연관이 있다. 줄무늬 철광상은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가설을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지질학적 증거다. 지구 역사에서 줄무늬 철광상은 약 18억 년 전에 바닷속 철이 모두 소진되면서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약 7억 년 전 지층에서 수억 년의 공백을 깨고 줄무늬 철광상이 갑자기 다시 등장했다.
이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풀어낸 것이 바로 눈덩이 지구론이다. 약 7억 년 전 지구 전체가 얼어붙자 바다가 산소와 차단되어 무산소 상태가 되었다. 이 기간에 해저 화산에서 나온 철 이온이 산화되지 않고 바닷속에 엄청난 농도로 축적되었다. 화산 가스로 인한 온실효과로 얼음이 순식간에 녹으면서 대기 중의 산소가 바다로 유입되었고, 살아남은 시아노박테리아가 폭발적으로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공급했다. 바다 가득 쌓여 있던 철 이온과 새로 공급된 산소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막대한 양의 산화철(녹)이 침전되어 줄무늬 철광상을 만들었다. 완전히 얼어붙은 극한 환경 속에서도 빛 없이 철을 산화시키는 화학합성 미생물들이 얼음 밑에서 활동하며 철광상 형성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빙하퇴적물이 고위도(극지방)가 아닌 저위도(적도 부근) 지역의 지층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 핵심 이유는 과거 눈덩이 지구 시기에 대륙들이 적도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 탄산염암, 저위도 빙하 퇴적물, 호상철광층의 재등장 등은 지구 전체 동결의 증거다. 얼어붙었던 지구 속에서도 물이 흐르던 시기나 공간이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보완적 증거는 잔물결 구조다. 잔물결 구조를 연흔(漣痕)이라 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선캄브리아 시대 말기인 약 6억 3,500만 년 전 ~ 5억 4,100만 년 전(에디아카라기)에 번성했던 지구 최초의 대형 다세포 생물 군집이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신체 대칭성은 현대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기괴하고 독특한 특징 중 하나다. 이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대칭성뿐만 아니라, 현대 생물계에서는 거의 완전히 사라진 전무후무한 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피자의 3등분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로고, 혹은 바람개비처럼 중심축을 기준으로 몸이 정확히 3방향(120도씩)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으로 트리브라키디움이라는 원반형 생물이 이 대칭성을 갖는다.
페름기 후기에서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형성된 지층의 유기물이 풍부한 검은색 이암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지층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멸종 사건인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의 원인과 당시의 파괴적인 지구 환경을 규명하는 핵심 단서로 평가받는다. 검은색 이암(셰일)은 퇴적 당시 산소가 극도로 부족한 무산소 또는 빈산소 환경이었음을 나타낸다. 페름기 말 시베리아 트랩의 대규모 화산 분출로 이산화탄소가 급증하면서 지구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전 지구적인 해류 순환이 멈추어 바다 깊은 곳까지 산소가 공급되지 못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유기물이 썩지 않고 고스란히 퇴적되어 지층이 검은색을 띠게 된다.
숯이나 석탄이 검은색인 것처럼 탄소 성분이 지층을 검게 물들이는 것이다.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이며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호모 하빌리스의 계통을 따랐다. 호모 하빌리스에 이은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두 저자는 현생인류에 이르러 대뇌겉질이 크게 발달하고 지능이 높아진 것은 격심한 빙하시대의 도래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는 말을 한다. 빙하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두 저자는 과학이란 어둠에 싸여 있는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 빛을 쬐는 도구라 말한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면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연구의 싹을 발굴하여 크게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행을 따라 연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과학은 아직 어두운 부분에 새로운 학문 분야가 잠자고 있음이 분명하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풍조 가운데서도 착실한 연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건전한 과학과 사회의 파트너십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