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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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며 바닷물이 부풀어 오른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이 바닷물과 해저면 사이에 강한 마찰이 일어나 지구 자전이 느려진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가 달로 전달되어 달의 공전 궤도가 넓어진다. 이 때문에 지구와 달의 거리는 매년 약 3.8cm씩 멀어진다. 개빈 프레터피니의 [파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는 조석파(潮汐波)를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라 정의한다. 그것은 달과 태양의 인력(引力)이 작용해 지구 전체의 바다를 이동시키는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크다는 것은 외형의 크기를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니라 범위와 스케일이 그렇다는 것이다. 쓰나미가 가장 큰 파도라면 조석은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작용하기에 크다는 것이다. 개빈 프레터피니는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란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구름과 파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현상은 파동이 본질이라는 점에서 하나다. 파도와 구름은 물질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매질(媒質)을 타고 흐르며 만들어내는 형태다. 또한 두 현상 모두 물과 공기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의 산물이다. 두 현상 모두 끊임없이 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에너지가 앞으로 나아갈 때 물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파도가 칠 때 물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원운동을 한다. 저자는 구름관찰자(cloudspotter)는 파도관찰자(wavewatcher)이기도 하다고 말한다.(11 페이지) 흥미롭게도 spotter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거나 포착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watcher는 시간을 두고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본다는 의미가 강하다. 저자는 파도를 갓난 아기기(잔물결), 아동기(풍랑), 성인기(성숙한 파도), 원숙기(너울), 종말기(쇄파) 등으로 분류했다.

 

에너지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꿀 뿐이다. 파도가 자갈에 밀려와 부서질 때 에너지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변하게 된다. 소리도 파도처럼 일종의 파동이다. 다만 물이 오르내리는 파동이 아니라 기압이 변동하는 파동이다. 저자는 파도가 지구에 가하는 맥동이라는 이름의 진동을 지진으로 발생하는 충격파의 미약한 버전으로 본다.

 

보이지 않지만 파동임에 분명한 것은 소리다. 반사, 굴절, 회절은 파동이 방향을 바꾸는 세 가지 방식이다. 파동은 무엇인가에 부딪히면 튕겨 나온다. 이것을 반사라고 한다. 파동은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방향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굴절이라고 한다. 굴절은 파동이 가진 비장의 무기다. 파동이 방향을 바꾸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파동이 경계면에 직각이 아닌 비스듬한 각도로 도달해야 한다. 둘째 파동이 두 물질에서 자연적으로 진행하는 속도가 서로 달라야 한다.

 

빛 같은 것이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파동의 방향이 바뀌는 현상과 속도 차이는 관련이 있다. 속도가 바뀌기 때문에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결합 구조가 단단할수록 소리의 속도가 빨라진다. 금을 통해서는 초속 3240m, 다이아몬드를 통해서는 무려 초속 12000m에 이른다. 저자는 파동 관찰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파도를 바라보는 것에서 충분히 낙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고의 명상법이 될 수 있지만 더 넓은 의미의 파동 관찰자란 종류가 전혀 다른 파동 즉 해변의 파도처럼 눈에 잘 보이는 파동과 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유사성을 찾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119 페이지)

 

파동은 작은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완전히 감싸며 돌아 나간다. 좁은 틈을 통과할 때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회절은 파동의 이치 중 하나이지만 소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회절의 효과는 온갖 종류의 파동에서 나타난다. 날카로운 낚시꾼이 눈으로 수면의 파문을 읽어 물고기의 위치를 파악하듯 우주 학자들은 마이크로파를 감지하는 우주탐사체를 이용해 과거의 중요한 우주 교란에 관한 증거를 찾는다.

 

탐지된 마이크로파 덕분에 우주의 기원과 구성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수십 년간 이어졌던 우주의 기본 성분에 대한 논쟁이 종결되기도 했다.(137 페이지) 자신이 만든 파동 탓에 존재를 들키는 것은 물고기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움직이는 교란체여서 본의 아니게 늘 이런저런 형태의 파동을 발산하므로 감지할 줄 아는 상대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139 페이지)

 

뜻하지 않게 발생한 파동 신호 탓에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참 불운한 일이다. 하지만 동물이 파동을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진화의 막다른 길 끝에서 굉장히 외롭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번식이란 본질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일이니 모종의 소통은 모든 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책의 원제인 [The wavewatcher's companion]에서 wavewatcher은 파도 관찰자라기보다 파동 관찰자라고 해야 더 좋을 것 같다. 파도뿐 아니라 파도의 상위 범주인 파동 일반을 다룬 책이니 [파동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라 해야 좋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재미 이상의 의미도 느낄 수 있다.

 

파동과 진동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그 중 하나다. "파동과 진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진동이 파동을 만들지만 그 관계는 단방향이 아니다. 파동 역시 진동을 만든다. 특히 주기적인 파동은 결국 진동의 움직이는 패턴이기에 더욱 그렇다."(149 페이지)는 글이 그 중 하나다. 지진 역시 진동-파동-진동의 순서로 진행된다. 진행파를 progressive wave라 하고 정상파(定常波)standing wave라 한다.

 

정상파는 한 자리에 머무는 파다. 저자는 풍성 지형학자를 찾아 나섰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자연 지리학과의 안드레아스 바스 교수가 주인공이다. 저자가 안드레아스 파스 교수를 찾은 이유는 물살이나 바람 속에서 나타나는 모래의 움직이는 굴곡이 비록 느리고 입자 형태이긴 해도 파동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레아스 바스는 "저희 지형학자들은 사구(沙丘)를 파동으로 간주하기를 항상 아주 꺼려합니다. 왜냐하면 사구의 형성 메커니즘 자체가 바다의 파도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란 말을 했다. 저자는 불변하는 존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에너지라고 말한다.(211 페이지)

 

충격파는 무엇인가? 어떤 종류의 파동이든 너무 격심해져서 평소의 순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작용할 때 우리는 그것을 충격파라 부른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거대하고 단단한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판들의 상대적 위치는 계속 서서히 변한다. 지진은 판들이 맞닿은 경계에서 엄청난 마찰력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주로 발생하며 이때 판들이 격렬하게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충격파는 지구의 겉과 속에 울려 퍼진다.

 

지진 피해의 대부분을 일으키는 것은 실체파가 아니라 표면파다. 지진이 나면 빠른 P파가 도착해 작게 위아래로 덜컹거리고, 뒤이어 S파가 도착해 좌우로 흔들린다. 그 직후 가장 느리지만 가장 거대한 에너지를 품은 표면파가 도달하면서 본격적인 지상파괴가 시작된다. 표면파의 하나인 러브파는 파동이 좌우로 흔들리고, 레일리파는 위아래로 출렁인다. 레일리파는 바다의 파도와 비슷하다.

 

표면파는 지각 내부를 통과하던 실체파가 지구 표면과 부딪혀 굴절하고 반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상호작용하여 새롭게 합성하여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에 두 차례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하지만 하루에 한 차례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 멕시코만과 남중국해 등이다. 일반적인 바다는 하루에 두 차례 밀물과 썰물이 생기지만 대륙으로 꽉 막혀 입구가 좁아진 만 형태의 바다에서는 지형과 물의 출렁임 주기가 맞물려 하루에 한 번만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 생긴다.

 

일반적인 파도는 해안에 다가오면서 심해파에서 천해파로 바뀐다. 파도 속의 물은 원래 원운동을 하지만 수심이 얕아질수록 원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찌그러져 타원이 되고 결국엔 왕복 운동만 남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해변에 밀려왔다가 쓸려 나가는 파도의 움직임이다. 수심이 파장의 약 20분의 1 이하로 얕아지면 심해파가 천해파로 바뀐다. 일반적인 파도는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서로 겹치기 때문에 해안에 상당히 불규칙한 패턴으로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조석파는 철저하게 태양과 달의 규칙적인 운동을 따르므로 훨씬 더 규칙적이다. 조석 현상이 거의 없는 바다도 있다. 이유는 바다 자체가 크지 않아서이다. 조석이란 달과 태양의 인력과 지구의 자전 및 공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심력이 합쳐져 일어나는 해수면의 주기적인 상승 및 하강을 의미한다.

 

조석이 지구의 생명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되던 시기에 화성 정도의 크기인 테이아라는 행성이 지구에 날아와 충돌했다고 본다. 이른바 거대충돌 가설로 크게 퍽 후려침 정도를 뜻하는 빅 웩(big whack)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닷물이 대륙을 휩쓸며 땅을 깎아내려 미네랄을 바닷가로 운반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책은 빛이 가진 파동 입자 이중성과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연스럽게 전자현미경 이야기도 다루어진다. 전자현미경은 전적으로 전자들의 흐름이 갖는 파동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주사(走査) 전자현미경(SEM: Scaning Electron Microscope)은 가늘게 집중된 전자빔을 시료에 쏘아 시료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튀어나오는 전자들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상을 얻는다.

 

투과 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은 비교적 굵은 전자빔을 극히 얇은 시료에 쏘아 상을 얻는다. 전자현미경이 엄청난 배율로 확대된 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입자의 흐름에 따른 파동인 물질파 덕분이다. 모든 미세한 입자는 충분히 빠르게 가속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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