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常用)하는 펜 잉크가 고갈되어 꼼짝 못하고 있다. 다른 것은 별로 가리지 않는 나도 펜은 유독 가린다. 밑줄을 치며 책을 읽는데 평소 사용하지 않는 펜은 아예 쓰지 않을 정도이다. 주위 문구점에서 대체할 만한 것을 살 수 있지만 자주 가는 서울 종로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살 수 있는 미츠비시 펜이 아니면 밑줄 치는 용도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이 펜은 글씨체가 예쁘지 않은 나로 하여금 그나마 자신 있게 글을 쓰게 하고 밑줄을 긋게 하는 펜이다.(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는 사람은 줄도 예쁘게 치지 못한다.) 추사(秋史) 생각이 난다. 그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일반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선서자불택필 비통론; 善書者不擇筆 非通論)

 

글씨 잘 쓰는 사람도 붓을 가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글씨 못쓰는 사람은 말해 무엇하랴.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에게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든 붓이 글씨체를 좌우하는 정도는 작지 않다.

 

문헌에 의하면 추사의 제자 소치(小痴) 허유(許維)는 스승에게 드릴 쥐 수염 붓인 서수필(鼠鬚筆) 같은 귀한 붓을 구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 허유(許維)는 허련(許鍊)이 중국 당나라 남종화와 수묵산수화의 효시인 왕유(王維)의 이름을 따라 개칭한 이름이다.

 

어떻든 독서 초기부터 밑줄을 치며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어느덧 밑줄을 치지 않고는 책을 못 읽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펜 하나 사러 서울에 가야 하는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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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1-20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입니다!ㅎ 줄 긋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서울 가십시요!ㅎ

벤투의스케치북 2019-01-20 14:05   좋아요 0 | URL
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