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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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실망스러운 책이다. 에리히 프롬의 글 자체는 울림을 주지만, 이 책은 글 내용 이외의 문제점들이 있다.

1. 책 제목
책 제목을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로 했지만, 원래 제목은 Authentisch Leben, 우리 말로 하면 ‘진정한 인생’ 혹은 ‘진정한 삶’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라는 제목은 이 책에 실린 에리히 프롬의 글들을 대표하는 제목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제가 훨씬 에리히 프롬의 글들을 잘 대표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2. 국내 미발표작
책 겉표지에 <국내 미발표작>이라고 도장이 쾅 찍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내 미발표작>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 모든 글 내용이 <국내 미발표작>인 것이 아니다. 7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2개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발췌한 글들이다. 겉표지부터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이미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미발표작인 글들이 5개나 되어도 각각의 글들의 분량이 적고 오히려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발췌한 글들이 분량이 길다. 전체 책 쪽수가 206쪽인데 그 중 70쪽 가량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발췌한 글들이다.
구매하기 전에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구매한다면 나처럼 구매 후에 이 책에 실망하고 후회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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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시집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지음, 정제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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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의 대표적인 저작 <마스나비> 1권을 발췌, 번역한 책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와 교훈을 주는 우화들이 섞여있는 책이다.
루미가 시에서 노래하는, 사랑하는 이는 그의 스승이었던 샴스 타브리즈 일 수도 있고, 그가 하나가 되길 바랐던 “그의 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그의 시는 800년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고요한 정적 속에 있는 것 같은 감동을 준다. 그가 시에서 노래하는 “사랑”은 단순히 스승이나 신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루미는 이 시집에서 이별,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을 노래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긍정을 표현하는걸 주저하지 않는다. 사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슬퍼하지 않았겠지만, 사랑을 했기에 느꼈던 행복에 대해서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사랑했던 이는 떠나갔지만, 사랑했던 이의 존재는 가슴에 지워지지 않고 영원토록 함께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별을 하는 것에 슬퍼할지 망정, 그것 때문에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상이 달라져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우리의 근본적인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한, 루미의 시집은 계속 읽힐 것이고 우리에게 계속 감동을 줄 것이다.

사랑은 비밀의 별을 관측하는 것.
이 사랑이 어디에서 오든 마지막에 우리는 그것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든 사랑을 설명해보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수줍어집니다. 어떤 달변가의 설명보다도 더 정확하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침묵입니다.
사랑을 쓰려 하면 우리는 성급해지고 사랑을 쓰는 연필마저 스스로 부서질 것입니다.
사랑을 설명할 때 이성은 낮잠에 빠진 나귀와 같이 무력해집니다.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그 자체입니다.
태양은 태양이기에 떠오르는 것, 이유는 반드시 자신 안에 존재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와도 같지 않기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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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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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우리를 매혹시킨 근대적 기계들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닮아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구불구불 흘러내려가는 강을 닮아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곧잘 지체되며, 때로는 거꾸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지만, 그때가 바로 흐름에 몸을 맡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에 온전하게 몸을 내맡길 때, 우리는 근대 이후의 인간, 동시대인이 됩니다. 그때 저는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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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망치는 남자 - 어떻게 나는 나쁜 관계의 습관을 버렸나
도널드 밀러 지음, 최요한 옮김 / 옐로브릭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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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면 눈치 없는 행동을 해서 정나미 떨어지게 만드는 남자들의 행동을 묘사한 책일 것 같지만, 이 책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다.
저자가 크게 강조하는 것은
1.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2. 상대방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욕심을 버리기

이렇게 크게 2개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약점을 노출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솔직한 모습 대신 거짓된 모습을 연기하게 되고 여기서 오해가 생겨난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약점을 어느 정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욕심은 상당히 포괄적인데, 독단적으로 명령하는 독재자형 뿐만 아니라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이며 남의 동정을 살려는 플라퍼형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항상 자신은 피해자,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듦으로써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려고 한다.
어떤 인간관계든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인간관계는 상호 참여를 통해 이루어야 하며 그 참여는 어느 한쪽이 위에 있는 불평등한 것이 아닌, 평등한 참여야 한다.

사랑은 지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이란 결국 모험이다. 내가 정을 쏟는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끝까지 빌어야 하며, 상처를 주더라도 상대를 기꺼이 용서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들 또한 나를 용서할 것이므로.
진정한 러브 스토리에는 지배자가 없는 대신 참여자들이 있다. 사랑이란 변화무쌍하고 복잡하고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모험의 이야기로, 주는 것은 아주 많지만 보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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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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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난 책을 잘못 고른 줄 알았다. 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이건 수필이 아닌가? 다시 한번 책 표지를 들여다 보았다. 분명히 ‘김연수 소설’이라고 쓰여있었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의 스무살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김연수의 초창기 작품이기에 문체는 요즘 작품들에 비해 다소 거친 느낌을 주지만, 오히려 <스무 살>이라는 제목에 더 어울리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은 무엇이든 서툰 시절이 아닌가? 이런 문체들이 스무 살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스무 살은 무엇이든지 서툴고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무 살은 어느 때보다도 눈물을 많이 짓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눈물들이 나중에 스무 살 이후를 살아갈 우리들이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너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김연수의 이 소설은 그러한 스무 살 시절의 눈물, 그리고 스무 살 이후 시점에서 바라보는 스무 살을 생생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 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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