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사회학 - 대구경북 사람들의 마음의 습속 탐구
최종희 지음 / 오월의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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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의 사회학’ 이라기 보다는 ‘대구경북 장년층의 사회학’으로 보는게 더 정확한 제목이 아닐까... 단순히 대구경북 사람들을 탐구했다기에는 표본수가 너무 적고 세대 효과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땅덩어리가 좁은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사회,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역 간 차이보다는 세대 간 차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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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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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계단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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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후기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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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후기 작품들은 모아둔 책.
릴케의 후기 작품들은 초기 작품들에 비해서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장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청년기처럼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점잖지 않다고 생각한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시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옮기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그의 후기 작품들은 원숙미(圓熟美)가 느껴진다.
초기 작품들에 비해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작품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도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시집은 아파트 안의, 갑갑한 방 안에서 읽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자연과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읽어야 더 시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위가 떠나가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고 있다. 아직은 코로나 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이지만, 코로나 19가 종식된다면 화창한 봄날에 이 시집을 가지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 가는건 어떨까...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시간을 붙들어두는 것, 그것이 문제이거늘.
왜냐하면,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어디에 있고, 마지막 존재는 세상 어디에 있는지를 -

보아라,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고
그것이 밤으로 녹아든다.
일어서는 것이 정지가 되고, 정지가 눕는 것이 되고,
그리하여 기꺼이 드러누운 것이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별을 상공에 두고 산들은 잠들어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도 시간은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나의 황량한 마음 속에, 지붕도 없이
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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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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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를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데거가 ‘모든 시인 중의 시인’이라며 극찬했던 시인, 윤동주와 김춘수 시인이 좋아했던 시인.
하지만 의외로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시를 가장 많이 접할 때는 수능 국어 영역 공부를 할 때인데, 국어 영역은 외국 시보다는 한국 시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한국 시만 주로 읽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릴케의 초기 작품들만을 모아둔 책이다.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 소재가 없는 것을 탓하지 말고, 일상의 풍요로움을 언어로 옮기는 것에 신경 쓰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한 그의 작품관이 이 시집에 잘 드러나 있다. 릴케는 정처없이 유럽 곳곳을 떠돌아다녔고, 그러면서 많은 것들과 마주쳤다. - 별, 장미꽃, 소녀, 성당, 그림 등 - 그리고 그 마주친 것들 전부가 그에게는 시의 소재가 되었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사랑을, 슬픔을, 그리고 고독을 보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신(神)과 마주치기도 하였다. 일상에서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인지, 그의 시는 한 사람이 쓴 작품 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시에서는 소녀의 사랑스러움을 노래하지만, 또 다른 시에서는 마치 타고르의 <기탄잘리>가 연상될만큼 종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성격이 판이한, 다채로운 작품을 남길 수 있다니, ‘모든 시인 중의 시인’이라는 찬사가 전혀 과한 찬사가 아니라는걸 느낀다.

은빛으로 밝은

은빛으로 밝은, 눈이 쌓인 밤의 품에 널찍이 누워
모든 것은 졸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만이
누군가의 영혼의 고독 속에 잠 깨어 있을 뿐.

너는 묻는다. 영혼은 왜 말이 없느냐고
왜 밤의 품속으로 슬픔을 부어 넣지 않느냐고 -
그러나 영혼은 알고 있다. 슬픔이 그에게서 사라지면
별들이 모두 빛을 잃고 마는 것을.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축제일 같은 것이다.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길을 걷는 어린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실려 오는
많은 꽃잎을 개의치 않듯이.

어린 아이는 꽃잎을 주워서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데도
머리카락에 앉은 꽃잎을 가볍게 털어버린다.
그러고는 앳된 나이의
새로운 꽃잎에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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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억 광년의 고독 대산세계문학총서 81
다니카와 슈운타로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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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62

세계가 나를 사랑해주기에
(잔혹한 방법으로 때로는 상냥한 방법으로)
나는 언제까지나 혼자일 수 있다

내게 처음 한 사람이 주어졌을 때에도
나는 그저 세계의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내게는 단순한 슬픔과 기쁨만이 분명하다
나는 언제나 세계의 것이니까

하늘에게 나무에게 사람에게
나는 스스로를 내던진다
마침내 세계의 풍요로움 그 자체가 되기 위해

...... 나는 사람을 부른다
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
그리고 내가 사라진다

9월의 노래

당신께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바람에 흔들리는 맨드라미를
말없이 바라본다

당신 곁에서 울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파도 소리 반복되는 저 파도 소리는
내 마음 늙어가는 소리

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 탓이 아니다
내 탓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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