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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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아일랜드문학의 대가 윌리엄 트레버의 대표 장편소설로,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주변부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온정어린 시선,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민이 녹아든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삶의 장면들은 세심히 들여다볼수록 기괴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띠며, 개인의 삶과 운명은 어떤 사건 하나로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출신 소녀 펠리시아가 여정을 떠나는 서사를 중심으로 하나, 문학에서 전통적으로 기대되는 이야기, 즉 미성숙한 주인공이 길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성숙에 가닿거나 깨달음을 얻는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펠리시아 역시 홀로 여정에 오르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지만 독자의 예상이나 바람과는 다른 방향이다.

펠리시아는 남자친구 조니를 찾기 위해 영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보수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와 오빠들, 백 세에 가까운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뒤로하고 떠나온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조니와 재회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낯선 나라의 산업 단지를 하염없이 거닐며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러던 중 힐디치라는 한 중년 남성과 마주치는데, 그가 선뜻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공장의 구내식당 매니저로 일한다는 그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으로 상냥하고 친절하다. 조심성 많은 펠리시아는 처음에는 그를 경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진다. 한편 힐디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어서 그는 펠리시아는 도시를 헤매고 다니며 예상치 못한 여러 인물과 함께하게 되는데, 저마다 슬픈 사연을 하나씩 지니고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괴로워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설 속에서 만나고, 충돌하고, 엇갈린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기차에 사람이 들어찬다. 말없이 신문을 읽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곧 시선을 돌린다. - 사람과 집과 차, 철탑과 안테나 - 전부 자리잡을 만큼 넉넉한 공간은 없다는 듯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역이 아닌 곳에서 기차가 멈출 듯하자 사람들 얼굴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조니도 일하러 갈 것이다. 펠리시아는 그를 그려본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두르는, 하지만 태평하고 걱정 없는 그를,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녀가 본 그의 마자막 모습, 그녀가 아직 광장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버스에 오르던 그날 오후의 옆모습과 그의 느긋한 표정을 펠리시아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저멀리서, 속삭이는 메아리처럼, 낮게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p15~16


힐디치 씨의 사생활은 한편으로는 평범하고 예상 가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밀스럽다. 공장 동료들은 그를 외모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사람 좋고 유쾌한 인물로 생각한다. 퉁퉁한 풍채에서는 그가 오래사는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고, 미소 짓는 모습에서는 외향적인 인생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힐디치씨는 종종 그의 내면 깊이 존재하는 다른, 더 어두운 면에 가닿곤 한다. 더는 미소가 필요치 않을 때 그는 우울한 사람이 된다. p19


어느날 저녁 초인종이 울리자 그는 잠깐 망설이다 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레코드 바늘을 들어올린다. 그가 평안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는 것뿐이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혼란스러움에 떠밀려 - 한순간 거기 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사라지는 희망, 위안의 조그만 부스러기라도 찾고 싶어 낙담한 가운데서도 손을 뻗으며 - 천천히 홀을 가로지른다. p271


다시 한 번 그녀의 생각이 옮겨간다. 부엌바닥에 쓰러지 어머니에게로, 그후 다정한 위로의 마음을 담아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가져다준 조개껍데기에게로, 녹색 점박이 알들, 존 카운터의 노래, 그 무렵 어떤 기색도 내비치지 않던 아버지의 쓸쓸한 눈, 떠나버린 남편이 안긴 치욕에 대한 답이었던 형벌 같은 상처, 아들을 향한 암처럼 조용한 사랑, 살인을 한 남자의 저 깊은 곳에도 다른 영혼과 다를바없는 영혼이, 한때는 분명 순수했을 영혼이 있었을 것이다. p319


 

비를 간절히 기다리던 때도 분명 있었을텐데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비가 장마도 전에 자주 내리는것 같다.

이렇게 비오는 날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딱 읽기 좋았던 책

'펠리시아의 여정'


신간소식에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내가 딱 좋아할만한 블랙과 대비되는 묘한 분위기의 푸른빛 표지에

내가 또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작가라고 하니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자 싶었드랬다.


처음하는 해외여행 그것도 혼자하는...

아주 오래전이지만 언어도 잘 통하지 않은 낯선 도시에서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당황스러웠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친구가 오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고

국제미아(?)가 되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던 그날의 기억...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출신 소녀  펠리시아는

남자친구 조니를 찾기 위해 영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펠리시아펠리시아 역시 홀로 여정에 오르며  

여러가지 일들을 겪게 되는데 책을 읽기 전

조금은 낭만적인 여정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내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험란한 여정이 펼쳐지고 있어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와 주변의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힐디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종종 내면의 깊은 상처를 감추기위해

겉으론 더 다정하고 위풍당당한 사람을 만나곤 한다.

'살인을 한 남자의 저 깊은 곳에도 다른 영혼과 다를바없는 영혼이,

한때는 분명 순수했을 영혼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저자

 

트래버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은 선함에 관한 이야기'라 말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선은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것을 끔찍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접한 후에야 눈에 보인다. 『펠리시아 여정』역시 여정의 끝에 이르러서야 주변에 선이 흐른다. 평범한 사람들이 선을 행한다. 부랑자들의 이를 치료하는 치과의사며 노숙인들에게 수프를 나눠주는 여성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작가도 인정한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 서너 페이지에 가서야 나오는 것은 좀 공평하지 못한 것 같다." p326


 


이 책은 '펠리시아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만한 영화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펠리시아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찌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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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취사선택의 기술
인나미 아쓰시 지음, 전경아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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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원고를 마감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일본의 인기 서평가가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 인생에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멘탈, 소통, 일, 물건, 습관… 인생의 다양한 범주에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알고 보면 나를 ‘피로’하게 하는 것이 참 많다고 말한다. 당장 나를 짓누르는 피로한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필요 없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목록에 귀 기울여보자.

각 장 마지막에는 지금 얼마나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스스로 체크해보는 ‘Not to do list’ 페이지를 구성했다.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지나치거나 적절치 않은 ‘필요’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일들이 당신의 인생에 펼쳐질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려는 태도는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다면 필요 없는 물건을 채워 넣기 전에 그것을 받는 사람이 어떤 기분일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그 행위 자체를 의심받거나 실례를 범할 수도 있다. 어중간한 선의는 때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p21


자신을 지나치게 포장하면 언젠가 반드시 가면이 벗겨져서 망신을 당하거나, 좌절하여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평범하게, 성실하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며 내일도 다시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강하다. 실패를 거듭한 후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p50


일을 하면 힘들어지는 이유는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무릇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완벽할 수 없고 잘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못 하는 걸 인정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불현듯 다른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p135


100가지 물건을 앞에다 두고 고심 끝에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 결과 최종적으로 15개가 남았다고 하자. 이 경우 15개가 남은 상태가 나에게 맞는 미니멀리즘이 된다. 왜냐하면 그 정도가 나에게 필요한 것이니 말이다. 뭐든 다 버리라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고 필요한 물건만 남기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한다.  p189


책을 읽으며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필요한 내용이라면 자연히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읽은 내용중에서 1퍼센트쯤 될까? 만약 그 1퍼센트가 자신에게 쓸모가 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독서는 대성공이다. 이에 관해 나의 졸저 <1만권 독서법>의 내용을 인용해보겠다.

머릿속에 남은 게 많지 않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거의 다 잊어버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만 머릿속에 응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뭔가가 머릿속 한구석에 남았다면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 부분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으며, 한 권을 독파했다는 의미는그 한 구절을 만나는데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p200



불필요한 99%는 버리고

내 삶에 필요한 1%만

제대로 골라내는 취사선택의 기술!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어느 순간부터 미니멀라이프의 삶을 꿈꾸게 되었으나

늦은 퇴근을 핑계로 혹은 가족들 불편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미리미리 사놓고 쟁여놓았던 맥시멈라이프의 삶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결심해놓고도

그 쉬운(?)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종종거리며 집안을 치웠다.

'언젠가는 필요하겠지'하며 모아놓은 뽁뽁이 한 묶음

가볍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못버리고 있던 플라스틱 용기

아무리 닦아도 없어지지 않은 물때로 고민하던 머그잔들을 정리하고

생각난김에 여름분위기나는 린넨 식탁보로 바꾸고나니

찐빵처럼 손이 붓고 손목은 아프지만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나를 늘 피로하게 하는 것이라면?

진지하게 집착했던 것이 사실은 내 인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면?

나를 짓누르는 피로한 것들로부터 해방시켜줄 “Not to do list”



다 내 얘기 같았던 '인생은 감정을 어떻게 줄이느냐의 문제다'를 시작으로

요즘들어 되도 않될 블로그에 대한 고민을 어느만큼은 해결해준

'안 할수록 나는 나다워진다'까지 필요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내려 놓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또한 다독을 하며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난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였는데

'만약 그 1퍼센트가 자신에게 쓸모가 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독서는 대성공이다.'이라는 저자의 한 문장이

앞으로도 책읽기를 계속할 이유가 된 것 같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을 들려주신 모든 분들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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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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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 제리코에서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지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1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수한 황홀감, 그 자체다"라고 한 워싱턴 포스트의 평처럼 우아하고 방대한 지식을 갖춘 이 에세이들은 미술사학자의 책도, 예술가의 책도 아닌, 그저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의 책이다. 다만 소설가로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두고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것이 그림이 될 때까지의 과정, 그를 거쳐간 손길과 화가의 삶, 그 앞에 섰던 다른 이들의 감상까지 집요한 조사와 정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리드미컬한 한 편의 드라마를 엮어낸다.

탁월한 안목으로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아주 사적인" 이 책은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해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줄리언 반스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지적이고도 인간적인 그림 안내서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

 

 

 

 

플로베르는 한 예술 형식을 다른 예술 형식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명화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브라크는 우리가 그림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야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경지에 이르기란 요원한 노릇이다. 우리는 뭐든 설명하고, 의견을 내고, 논쟁하기 좋아하는 구제 불능 언어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림 앞에 서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잘거린다. 프루스트는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림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누구와 닮았는가 촌평하기를 좋아했다. 아마 그것이 직접적인 심미적 대립을 능숙하게 피하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격이나 설득으로 우리를 침묵 속에 빠뜨리는 그림은 드물다. 그런 그림이 있다 해도 침묵은 잠시뿐, 우리는 바로 그 침묵을 설명하고 이해하기를 원한다. p16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그림은 역사의 닻줄을 풀어 던지고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메두사호의 뗏목〉은커녕 〈난파 장면〉도 아니다. 우리는 그 운명의 뗏목에서 일어난 잔인한 고통을 그저 상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받는 그들이 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 그림의 비밀은 에너지의 패턴에 있다. 다시 한 번 그림을 들여다보자. 점처럼 작은 구조선으로 손을 뻗는 저들의 근육질 등을 통해 솟아오르는 격렬한 용오름을 보라. 그 모든 안간힘을 보라.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의 인간적인 감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듯이, 우리는 이 그림의 모든 게 집중된 저 용오름의 몸부림에도 아무런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희망뿐 아니라, 모든 짐스러운 갈망, 그리고 야심과 증오와 사랑(특히 사랑). 이 같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만한 대상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드문가? 우리는 얼마나 절망하여 신호를 보내고, 하늘은 얼마나 컴컴하며, 파도는 얼마나 높은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길을 잃고, 파도에 쓸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우리를 구조하러 오지 않을지도 모를 무엇을 소리쳐 부른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축소의 과정이 아니다. 자유롭게 하는, 확대하는, 해명의 행위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결국, 재난의 쓸모는 거기에 있다. p54~55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에 맞지 않는 기질을 지녔다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참된 낭만주의자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지녔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1855년, 〈화실〉과 〈오르낭의 매장〉이 만국박람회에 전시되지 못하자 쿠르베는 직접 전시회를 기획해서 데뷔했다. 이에 대해 보들레르는 “무장 폭동의 난폭함 그 자체”였다고 기록했다. 그때부터 쿠르베의 인생과 프랑스 미술의 미래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내 자유를 얻고 있다. 나는 예술의 독립을 지키고 있다.” 그는 그렇게 썼는데, 뒤의 말은 마치 그저 앞의 말을 공들여 다시 표현한 것 같다. p93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머리를 문처럼 그려. 누군가의 머리가 흥미로우면 난 그것을 아주 크게 그리지.” 한편, 그의 그림에는 ‘개성’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영혼은 그리는 게 아니야.” 세잔은 투덜거리곤 했다. “몸을 그려야지. 젠장, 몸을 잘 그리기만 하면, 영혼은-몸에 그런 게 깃들어 있다면-사방에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단체브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세잔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실물과 닮았다는 점보다는 인물이 거기 실제로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세잔을 가리켜 “우리가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밀도의 재현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했다. p164~167


피카소가 자신의 인간 동료들을 대한 방식에 관한 글을 읽으면 “인간 동료들”이라는 말이 과연 적합한 용어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피카소는 맹렬한 귀재에 신적 존재로서 고집과 허영심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올림포스산에 거주하면서 인간사에 불쑥불쑥 개입하던, 극히 이기적이고 농간에 능한 장난기 많은 신과 같았다. 상대가 친구나 연인이면 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크기만 할 뿐이었다. 프랑수아즈 질로가 말했듯이 “그의 가장 비열한 장난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특별히 따로 예비되어 있었다”. 브라크는 질로처럼 피카소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p299



지난 3월,

김수정 작가의 신작 '미술 경험치를 쌓고 있는 중입니다'를

읽던 중 예술책 독서모임에 들어가고 싶어지게 만든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이 책은 책의 두께도 있거니와 그림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작가의 설명에 쉽게 진도를 내지 못하고

다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


 



화사한 꽃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로만 알고 있던 르동

그래서인지 푸른빛이 감도는 르동의 <책 읽는 카미유 르동 부인>은 좀 낯설다.


남자는 그의 친구나 처를 보면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여자를 보면 그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자를 보면 여자의 인격을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자를 보면 여자의 인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남녀를 관찰하고도 그들 사이에 은밀하고 미묘한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가장 깊은 행복은 반드시 가장 깊은 화합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p195 


책읽는 모습이 좋아 그림구경하다가 옆 페이지에 있던

르동이 아내 카미유 팔트를 만나기 9년전에 썼다는

위의 글에 급 반성모드가 되었다.

블로그에서 심심치않게 김씨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로썬

갑자기 훅 가슴을 파고든 이 글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결론은 앞으론 나부터 잘하자!.... ㅠ.ㅠ




또 다른 한작품 발로통의 <거짓말>

따라 그려 보고 싶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그린다는 발로통의

 '우아한 노을, 주황과 보랏빛 하늘'을 기억하고 있는데

작가가 작고 강렬한 유화라고 표현한 이 작품이

나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을 시작하며 수채화하고는 또 다른

강렬함을 캔버스위에 담아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찌도...


충격이었던  론 뮤익, 프로이트의 작품

15장 이것은 예술인가이후는 내게 좀더 어렵게 다가왔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하며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훗날 이책에서 만난 화가들의 전시회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보게 될 것 같다.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북카트에 넣어 두었다.

곧 읽어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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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
마담롤리나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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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그림으로 사랑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번째 에세이다. 마담롤리나는 예민한 감각 덕분에 섬세한 그림을 그리지만, 예민하기 때문에 깊은 좌절과 우울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별것 아니어도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순간이 우울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담롤리나는 의도적으로 웃는 순간을 보존하고 기억하기로 다짐했다. 웃음이 피어나는 순간, 주변의 풍경이 한층 밝아지는 것처럼 무채색 같던 일상에 색이 칠해지는 순간들을 그려 담았다.

이 책에는 일상을 좋은 날로 만드는 마담롤리나의 다양한 다짐들이 담겨 있다. 내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웃는 순간을 모아 하루를 좋은 날로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은 거창한 목표가 아닌 잘 보낸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지니까. 다짐뿐만 아니라 나를 미소 짓게 했던 확실한 일상의 행복들도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를 따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떠올리거나, 웃을 거리를 찾아 스스로 행복을 준비해 보자. 기억해 둔 행복들이 잊히지 않는 단단한 하루를 만들고, 오늘의 소소한 기쁨들을 찾는 태도가 훗날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서점>

 

 

우리는 무엇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지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를 다년가 지켜본 결과, 샤워하기 싫은 날 욕실에 크게 음악을 틀어 두면 흥이 솟아 저절로 씻게 된다거나, 제철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디저트카페의 문을 여는 즉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스로를 잘 파악할수록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울할 때, 실망했을 때, 외로울 때의 나를 위해 각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분 전환의 메뉴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p21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영영 계속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냥 행복할 때도 방심할 수 없고, 절망 속에서도 한 번만 더 힘을 내자고 마음먹게 된다.

굴곡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대신 출렁이는 변곡점의 파도를 탈 때마다 그만큼의 경험과 지혜들이 착실히 쌓인다고 믿는다. 고된 시기를 겪을 때는 지ㅌ친 날개를 접고 둥지에서 쉰 날을 기다린다. 힘든 시기를 이겨 내고 아늑하게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오늘도 그날을 상상하며 견딘다. p111


걱정은 하면 할수록 부피와 힘이 커진다.

걱정을 걱정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작업비가 계속 입금되지 않아 고소장을 쓰기로 결심하고 손이 먼저 나갔던 것처럼, 큰 문제가 닥치면 그때그때 몸을 움직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프리랜서인 지금은 여전히 불안에 떨면서도 다음에 일어날 일이 궁금해 셀레는 삶을 살고 있다. 만약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들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의연하게 해결해 나가며 아몬드처럼 단단해지고 싶다. p187


나를 열렬히 사랑하지 않는 내가 못 미더울 때가 있었다. 자기애사 부족하면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심리학 서적을 읽은 후 거울 앞에서 "나는 나를 사랑해!"라고 소심하게 외쳐 보기도 했다.

하지만 흉내에 불과한 노력들은 소용이 없었고, 결국 억지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나'로 바꾸기보다 자의식 과잉과 결핍 사이에 서 있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좋아할 만한 점이 생기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혐오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기로.

저마다 맞는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긍정하면 되는 것이다. p193


나를 미소 짓게 하는
확실한 행복의 조각들.


*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 듣기만 해도 흥이 솟아나는 플레이 리스트
* 제철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디저트 카페
* 기분이 좋아지는 칭찬과 응원의 말
*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의 피로감 없는 수다
* 반려 식물의 여리고 부드러운 새잎
* 주말 오후의 달콤한 낮잠
* 옷 안으로 불어드는 초여름의 신선한 바람


"당신을 웃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이책은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하는데

표지부터 알록달록 넘 예쁘다.^^


책장을 넘기며

겁도 없이 그림일기로 100일 위젯미션을 시작해서인지

웃는 순간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그림, 

자신의 생각을 시기적절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가 부러워진다.



"나를 웃게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 아침일과후 마시는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

* 비오는 날 듣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음악들
* 시간마다 다른종류의 식빵을 구워내는 동네빵집

* 기분이 좋아지는 이웃들의 공감과 댓글

* 느긋하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
*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의 여행
* 반려 식물의 여리고 부드러운 새잎
* 해질녘의 석양과 시원한 바람

* 아직도 "엄마~"하며 뛰어와 안기는 꼬맹이


 

좋은 일만 기억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더 사랑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고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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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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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은 말한다.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하지만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우리는 수시로 깨닫는다. 여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철학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는 것은 어떨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이자, 그들의 삶과 작품 속의 지혜가 우리 인생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매력적인 글솜씨로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 에릭 와이너가 이 여행의 동반자로 나선다.

[알라딘 제공]


우리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의 음악가 마일스 킹턴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p6


우리는 명백한 것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간과가 실수라고 생각했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 p57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소음을 미리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진정한 소리는 새로움이라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p178


나는 이것이 노년의 최종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물길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카이로스의 지혜.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심지어 물러나는 것에도. p474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간절히 여행을 떠나고 싶은 때이여서일까

6월이 시작되며 읽을 책을 고르는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띄인 책은

표지에 마치 만화같은 기차그림이 그려져 있던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였다.


이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열네명의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로

그동안의 읽었던 철학책들처럼 무겁게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음에도

책의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아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의 인생에 도움이 될 철학자들의 이야기중

내가 가장 공감되었던 섹션은 13장이다.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추억에는 일종의 마법, 나이에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마법이 있다."

"현재 나는 내 삶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고, 지식의 불안전한 조각들을 다시 읽고, 다시 보고, 깍아 내고, 간극을 메우고, 모호한 것을 명확히 하고, ㅅ한산이 흥터져 있는 요소들을 하나로 붙이고 있다.


2. 친구를 사귈 것

"보브아르는 마치 모든 것을 잊기로 한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관계가 삶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난 너를 위해 살지는 않지만 너 덕분에, 너를 통해서 살아.' 우리의 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나이가 들면 특이하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내 생각을 안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여행을 통해 보부아르는 계속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보부아르는 여행길에서 평화를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원을 품은 순간을 산다. 나 자신의 존재도 잊어 버린다."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노년이 이전 삶에 대한 터무니없는 패러디가 아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즉 개인과 집단에, 대의명분과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에 헌신하는 것이다."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하루의 리듬과 내가 하루를 채우는 방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의 하루는 언제나 비슷하다. 하지만 나에게 내 삶은 침체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활동을 위한 시간이 있다면 게으름을 피우기 위한 시간도 있다. 카이로스다. 우리 문화는 후자가 아닌 전자만 중요시 한다.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스므살의 시지포스는 어쩌면, 어쩌면 이번에는 돌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못한다. 일흔다섯 살의 시시포스에게는 그런 환상이 없다.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더 넓고 덜 사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자아의 벽이 조금씩 약해지도록, 자신의 삶을 점점 더 보편적인 삶에 어우러지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프랑스의 평론가 폴 발레리가 시에 관해 한 말은 우리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그저 포기할 뿐. 끝마치지 못한 일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세상에 끝마치지 못한 일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사람은 삶을 온전히 살아낸 것이 아니다.



요즘들어 부쩍 자주 잘 늙어야겠다는 고민을 하는 중이어서인지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은 많은 생각과 함께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 실천할 일은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이다.

백신 접종한 김씨 보호자(?)로

유난히 고단했던 주말을 뒤로 하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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