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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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귀국한 돌싱 리에. 글을 쓰며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남편, 아들과 함께 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문병하는 주부 사키.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서 지어진 이름, 쓰리 걸스. 졸업 이후 삼십 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자유롭고 비범한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다시 뭉친 순간 그들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소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직선에서 살짝 벗어난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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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는 묵고 가는 손님인 세이케 리에를 옛날부터 좋아했다. 활달하고, 성격도 말투도 시원시원해서 기분이 좋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다미코와 달리 얘기하기도 쉽고, 중년이 넘은 지금도 학창 시절의 여운이 남아 있어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p25

다미코가 이 언어의 폭풍에 매일 시달리고 있겠구나 싶자,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젊은 시절부터 다미코는 모두의 얘기를 들어 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성실하고 관대하고, 회피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그 용감함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당신 참 용감하다고 하면 지금도 다미코는 곧바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스스로는 알지 못한다. p104

오늘은 빨래하기에 좋은 화창한 날이다. 마당에는 개나리도 피고 설유화도 피고 앵두꽃도 피었다. 한창때는 지났지만 중국 풍년화와 가엽수 꽃도 아직 피어 있다. 회양목에는 두꺼운 이파리 사이사이에 꽃술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박한 꽃이 피어 있다. 창문 너머로 바라만 보아도 사키는 뿌듯해 진다. 흙이 있다는 것은 참 풍요로운 일이다. p115

전화를 건 사람은 모모치였다. 용건은, 아니 그가 맨 처음 한 말은 오늘 날씨가 좋아서 세탁기를 돌렸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집이 충족된 장소로 여겨진다고 해서, 그럼 비가 오는 날에는 충족된 장소로 여겨지지 않느냐고 다미코가 묻자, 비 내리는 날에는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 마시면 충족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비 오는 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릴 수 없거나 화창한 날 세탁기를 돌리지 못했을 때는 어떠냐고 묻자, 모모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p143~144

사키가 사진을 보여준 후로 다미코는 문득문득 셔닐 손수건과 그에 대한 실망이 떠오르곤 한다. 셋이 뭘 모르고 오해했을뿐인데, 왠지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검색도 해 보았지만, 화면에 뜨는 사진은 사키가 보여 준 것과 같은 스타일의 손수건이나 앞치마와 핸드백뿐이다, 다른 종류의 셔닐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어 보었다. 셔닐을 설명하는 문구에는 18세기말에 스코틀랜드에서 생겨난 직물이며 두번의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앞과 뒤의 색감과 무늬가 똑같은 점이 특징이하는 것 외에 셔닐이 프랑스어로 송충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쓰여 있어, 벌레를 싫어하는 다미코는 소름이 끼쳤다. p201

나팔꽃, 밀짚모자, 해바라기, 불꽃놀이, 가오루는 미리 사놓은 갖가지 문양이 있는 엽서에서 상대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을 골라 여름 문안 엽서의 답장을 쓰고 있다. 옛날에는 엽서도 편지도 거의 매일 같이 자주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뜸해지면서 연하장이든, 여름 문안 엽서든 보내 준 사람에게만 답장을 보내게 되었다. 스스로는 보내지 않으면서 그래도 받으면 반갑고 기쁘니, 사람 속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가오루는 씁쓸히 웃는다. p244

여행에서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구름위를 걷는 듯 멍하다.

시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와 눈과 우박을 맞으며 하루 이만보를 걷는 강행군에 더해

유럽패키지여행답게(?) 새벽 기상에 부실했던 식사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스페인여행때만해도 최고의 텐션으로 늘 앞장서서 걸었던 동생도

여행에서 돌아와 꼬박 일주일을 앓고 어제서야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이래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슴 뛸 때 가는게 맞는 듯 하다... ㅠ.ㅠ

새해 어떤 책을 가장 먼저 읽을까하다가

오래전 좋아하는 작가였던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눈에 띄어 데려왔다.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돌싱 리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남편, 아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주부 사키

삼십 년 만에 다시 뭉친 쓰리 걸스!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 지어진 이름,

쓰리 걸스 30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던 세 대학 동창의 재회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바뀐 듯 하다가도

과거 그대로인 듯 보이기도 하는

그녀들의 잔잔하고도 소란스러운 일상 속으로.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멜론 빛 표지가 추운 겨울의 차가움을 뚫고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30년지기 세명의 친구들 이야기...

그 이야기속에는 우리네 이야기도 들어 있다.

노모에 대한 걱정...

근간에 친구 어머님도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 회복중에 계신데

거동이 불편하셔서 친구가 고생이 많았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걱정이고...

염색주기가 빨라지며 짧게 머리를 자르고 '앞으로는 염색을 하지 말까?!'

하는 고민을 하곤 하는데 책속의 가오루도 턱까지 짧게 머리를 자른다.

그과정을 지켜보다보니 다시 고민이 되긴 하는데

다니는 미용실 실장님 말로는

아직은 염색을 안하면 게을러 보이기도 하고

온전히 흰머리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며 말린다. ㅠ.ㅠ

어느새 백내장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고,

건강을 위해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재검을 하고

다행히 별이상은 없지만 1년에 한 번 검사를 받으라고 하셨는데

조만간 안과도 다녀오고, 수영강좌도 알아봐야겠다.

예전만큼 '역시 에쿠니 가오리야!'하는 찐한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공감과 함께 재미있게 읽었다.

오늘은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해봐야지...

상상 속 우리의 미래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우리는 상상했던 대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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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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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책에 인쇄된 ‘글’로 시대정신에 참여

최초 출간일 1335년

스페인 알폰소 10세 국왕의 친조카

48편의 선과 악을 가려보는 어른 동화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 책의 원서 『El Conde Lucanor』의 태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책의 저자는 스페인 치세를 한껏 널리 알린 국왕, 알폰소 10세의 조카다. 14세기 스페인 왕족이자 왕자로 태어난 돈 후안 마누엘이 살았던 당시 사회는 문학 활동을 하찮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헌신하여 스페인 문학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1335년 출간 당시부터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후 스페인 문학사에 초기 산문 문법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도 이 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다.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 ‘여우에게 쫓기던 수탉의 최후’, ‘위선적인 여자가 가장 위험한 이유’, ‘조심해야 할 사람’ 등의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집필한 이유가, 당시 평범한 백성 누구든 ‘도덕적 교훈을 배우고 선과 악의 기준을 스스로 가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기록됐다.

실제로 글은 48편의 어른 동화다. 각 이야기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교훈을 전달하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고 현명한 조언을 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덕적 행동과 비도덕적 행동의 결과를 보여주며 ‘정직과 충성심, 정의가 왜 인간의 삶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남아야 하는가?’에 관한 지금 시대의 가장 절실한 질문에 답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감히 말씀드리면 사람의 지혜나 능력을 파악하는 것만큼 실수하기 쉬운 일은 없습니다. 사람의 본성과 지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세상을 위해 어떤 선행을 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선행을 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행으로 덕을 쌓은 사람이라도 일시적인 쾌락을 추구하다보면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p24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은 '부끄러움(수치심)'입니다. 부끄러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죽음을 감수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일입니다.또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사람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은 일은 피하게 되지요. 이렇게 부끄러움 속에서 모든 덕목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모든 악행의 근원입니다." p34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헛된 협박이나 사람들이 하는 말에 겁먹지 마십시오. 오직 자신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것들에 주의하십시오. 항상 가장 멀리 있는 전초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싸우십시오. p53

자신의 판단만을 믿지 말고, 자만에 빠지지 마십시오.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충직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p108

선은 악의 약속에 흡족했습니다. 신께서 악이 선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하셨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를 큰 승리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악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을 들으시오.” p136

백작님의 영혼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면 모든 선행은 그것이 진심에서 나와야 합니다. 또한, 선과 영혼에 대한 진정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단지 명예나 세속적인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런 목적을 위해 선행을 한다면 결국 백작님의 영혼은 그 선행의 참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p237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서둘러 행동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분풀이를 하면 고통이 줄어들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p280

하는 일없이 바쁜 한 주가 또 시간이

참 부지런히도 지나간다.

나라도 여전히 어수선하고 내 마음도 그렇다.

아직 2024년을 보낼 준비가 안된 듯 한데 벌써 마지막 금요일...

짐을 싸다가 잠시 미뤄놓고 시작만 하고 못 다 읽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탈무드 같기도 하고 동화책 같기도 했던...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바꿔야 한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제목만 보면 엄청 딱딱하고 어려운 얘기가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스페인 알폰소 10세 국왕의 친조카 48편의 선과 악을 가려보는 어른 동화로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TV화면속 연일 싸우는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가끔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 싶은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이 책을 바탕으로 재구성 되었다고...

그러니 백작님,

어떤 친구가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진정한 친구는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p270

난 비교적 친구가 많은 아이였다.

먼저 연락하고 주변을 살피는 나였지만

지금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편한듯 하다.

내 마음이 아직은 그렇다.

믿을 만한 친구,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친구가

내게도 분명 있을터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새해엔 주변도 다시 돌아 보고

부끄러움을 아는 도적적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잘 지내보고 싶다.

정의로운 국가의 국민이 되길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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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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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독서가이자 매일 죽음을 만나는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유쾌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들려주는 ‘어떤 죽음의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 법의학자이자 〈알쓸인잡〉, 〈유퀴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호 교수가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첫 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약 4천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온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마주한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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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기에 안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당하고 완전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은 바로 그 당사자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나 혹은 범죄로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부주의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가 부주의했기 때문에, 혹은 그 옆의 누군가가 부도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뿐, 완전하고 주의 깊은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사실 얼마나 위험에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p46~47

죽음 이후의 세게는 경험할 수 없으니 우리는 당연히 알 수 없다. 공자조타 "이 삶도 모르는데 저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했는데, 타인과 다르지 않은 범부의 삶을 살아가는 나라고 그 답을 알리가 있을까. 단지 남들보다 주검을 많이 대하다 보니 삶과 죽음을 자주 생각하는 것일 뿐. 법의학자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내가 무상과 허무를 많이 느낄꺼라 짐작하지만, 오히려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긴다고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마치 나무의 맨 끝이 곧 맨 앞인것처럼, 타인의 생의 끝에서 느낀 메시지를 품고 돌아서서 다시 삶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P53

사람마다 대답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이 문제에 답은 단 하나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수영을 제일 잘하는 사람도,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도 아니다. 단 하나의 정답은 ‘물에 빠진 아이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이다. 우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에게 달려가느라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어야 한다. 이 사고 실험에서 말하는 ‘물’은 정말로 출렁이는 연못의 물이 아니다. 학대당하고, 방임되고, 외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 차가운 세계다. p75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p123

가족을 잃은 사람, 상실의 아픔을 껶은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병문안을 가거나 조문을 갔을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자'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는 것. 그 정도가 좋겠다 싶다. 간혹 옆 사람들이 위로 한답시고 그동안의 기억을 자꾸 잊으라고 할 때가 있다. 그만 잊고 떠나보내라고 그런데 가까운 이는 그 사람의 경험이 내 몸에 체화돼 있다. 그 존재가 내 안에 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빨리 잊어라' 그렇게 종용할 필요가 없다. p202~203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지난주엔,

꼬맹이와 여행을 다녀온 후

매일 점심약속이 있었다.

약속 중 하나가 지방에서 10여년을 보낼때

꼬맹이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인연으로 만나

언니가 먼저 서울로 올라오고

몇해 뒤에 나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 결혼을 하고

예쁜 아들을 지난 여름에 출산했다.

내게도 아이를 기다리는 결혼한 딸이 있으니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가 손주 얘기로 흘러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듣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는 얘기를 전해 주었다.

'급성 백혈병으로 손주가 태어난지 50여일만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ㅠ.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만 훔쳐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죽음에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삶과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

시대의 아픔을 치료하는 법의학자 저자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죽음 수업을 마침 읽고 있었는데

이런 구절을 마주했다.

우리 중 누구라도 물에 빠져 죽을 수 있고,

누구라도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나 어떤 섭리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아니다.

잘못한 것에 대한 대가로 주어진 벌도 아니다.

고차원적인 메시지나 특별히 선택받은 이유 같은 것은 없다.

지나가던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그저 이 세상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자 사건일 뿐이다. p119

처음 내가 암선고를 받았을 때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자책 또 원망의 시간을 보냈을찌

미루어 짐작이 된다.

하지만 먼지와 같은 존재인 인간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자 사건일 뿐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이 세상의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이가 껶은 사고, 사건, 고통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책임도 위로도 함께 짊어지는 사회를 꿈꾸라 하지만

지금은 아무말없이 곁에 있어주려 한다.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갈 생각이다.

혹시 또 길을 잘 못 들어서도

다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해 최적 경로를 찾아 새길로 가기로 하자.

내 인생도 내비게이션 같은 태도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우리도 인생을 내비게이션 같은 태도로 살면 좋겠다.

아무리 엉뚱한 길로 들어서도,

몇 번이고 길을 잘 못 들어서도,

코 앞의 분기점에서 방향이 헷갈려도,

얼른 다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면 되니까 말이다.

후회하고 괴로워할 시간에 그저 새로운 최적 경로를 찾아

뒤돌아보지 않고 새 길로 가면 좋겠다. p215



** 이 책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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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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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뇌과학자 가와시마 류타는 7만 명의 뇌를 14년간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독서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뇌 활성화 도구임을 발견했다. 2분만 책을 읽으면 뇌는 새로운 지식을 쉽게 받아들이는 상태가 된다. 매일 1~2쪽만 책을 읽어도 기억력이 향상되어 뇌가 10년은 더 젊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얇은 책이라도 한 권만 끝까지 읽으면 창의력이 향상된다. 독서만으로도 평생 젊은 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이 정확한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일본 뇌 과학계 최고 권위자인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독서의 뇌과학』에서 최신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독서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밝힌다. 다양한 독서 방법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독서가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동시에 뇌를 활성화하는 최고의 자기계발 수단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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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짧은 글이나 단어를 일주일에 다섯 번씩 소리 내어 읽는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외에 다른 변수는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훈련만으로도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이 향상됐다. 증상이 멈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아지는 양상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생명공학기술회사인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합작으로 만든 ‘레켐비’나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만든 ‘도나네맙’ 같은 치매 치료제도 출시되었지만, 이 약제들은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뿐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그런데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을 반복하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책을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뇌가 젊어진 것이다. 이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p17~18

책을 읽는 행위는 뇌의 전 영역을 사용한다. 말하자면 뇌의 전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사실이 이 장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뇌 전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의 내용에 따라 효과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 활동은 읽는 책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앞선 실험에서는 소설을 이용했지만, 다른 장르의 책도 비슷한 결과를 냈을 것이다. 관심이 있는 책이라면 어떤 장르의 책이든 뇌의 전신운동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된다. p37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때, 같은 내용이라도 비교적 빠르고 쉽게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학습법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같은데도 사람마다 습득하는 속도는 모두 다르다. 지식 습득이 유달리 느리거나 끝끝내 익히지 못하는 경우 사람들은 이를 학습 노력 부족으로 치부한다. 정말로 그럴까?

우리 연구진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지식을 잘 받아들이고 익히는 조건이 따로 있으리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학습 속도는 뇌의 특정 부위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p75~76

전통적인 교육은 읽기, 쓰기, 계산하기의 기초와 기본을 반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이야말로 응용력을 기르는 힘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법은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이와는 정반대 기류가 느껴진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채 응용하는 법을 기르치는 데 많은 시간과 수고를 쏟아붓는 분위기다. 학습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응용 학습을 한들 학습 효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p230~231

책읽기는 단순히 쓰여 있는 글을 읽는 수준을 넘어서서 독자가 저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행위다. 자신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담아 저자와 와대화하고 이를 계기로 자기 안의 사고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형성할 수 있다. 단순히 저자와 대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의 글을 계기로 자기안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책읽기는 사람의 복잡한 뇌와 심리로 인해 생기는 종합적인 힘을 높여주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활동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다움을 버리는 길인지도 모른다. p252~253

올한해,

이 책 포함 140권의 책을 읽고 기록했다.

돌아보면 가장 잘 한 일중에 하나가 독서였지 않았을까?!...

불안도가 너무 심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시간도 있었고,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책읽기였던 것 같다.

나이들어 레포트 쓰고 시험보며 공부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책읽기를 한 덕분에 무사히 3학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책에서는 전자책보단 종이책을,

기왕이면 활자가 많은 책을 읽으라고 한다.

굳이 종류를 가리진 않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계속 이렇게 책을 읽는다면 치매도 예방되겠지?!...^^;




책은 주로 알라딘을 통해 구입하는데,

고전을 많이 읽자고 다짐했었지만 역쉬나 많이 읽지 못했다. ㅠ.ㅠ

작년에 비해선 쇼펜하우어를 비롯해서 철학관련책들과 심리치유에세이들을 가까이 했고

그 책들을 통해 어느 정도 치유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것 같다.

내년에는 다시 고전읽기에 도전해볼까한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하는 책읽기,

계속 노력해 보는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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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오답노트 같았던 삶에 그림이 알려준 것들
이유리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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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등의 책을 펴낸 이유리 작가는 그림 속에 숨겨진 욕망과 권력, 사회 모순, 돌봄과 가사 노동자나 뮤즈로서로만 존재했던 여성들의 삶을 우리 앞에 꺼내 펼쳐놓았다. 그는 이번 책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친절과 배려의 가치,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방관, 장애인 인권과 아동권, 세상의 잣대와 무관하게 지켜내야 할 자존…. 그간 예술작품을 탐닉하며 깨치고 체득한 ‘삶의 기본 소양’에 대해. 어쩌면 너무 기본이라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 시대적 배경과 예술가의 삶, 한 번쯤 봐야 할 미술 작품과 자신의 삶을 엮어 다채롭게 풀어냈다.

최초의 여성 곤충학자이자 사이언스 아트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림을 방패 삼아 밀려오는 슬픔, 분노, 우울, 두려움에 맞선 에드바르 뭉크, ‘부부싸움’이라 칭했지만 신체 권력을 앞세워 아내에게 ‘폭력’을 행한 에드워드 호퍼, ‘중립’이라 주장하지만 ‘방관자’로서 가해했던 에밀 놀데 등. 예술가들 역시 보통의 인간일 때가 많았다. 어떤 이들은 시대적 한계와 고통스러운 개인사를 딛고 일어나 경이로운 창작력을 보였고, 어떤 이들은 ‘위대한 예술가’라는 트로피 이면에 굴욕적인 모순의 흑역사를 남겼다.

모순과 위선, 방황과 실패, 외로움과 고통…. 그들도 나와 같이 부족한 인간이었다는 사실, 나와 같이 한계와 좌절을 겪어냈다는 사실에서 오는 묘한 위안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겪어온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나 건네는 조심스러운 조언이기도 하며, 세상의 모든 ‘어른아이’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초대장이기도 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보통 사람’인 그들이 그려낸 그림의 메시지는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있었다. 코코슈카의 그림은 “사랑이란 우리 삶을 마구 할퀴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을 마치 항복하듯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키르히너의 그림은 “내가 추구하는 자유와 해방이 타인의 사회적 약점을 이용할 수 있는 허울이 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죽음을 다룬 뭉크의 그림은 “과거의 상흔은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꾸리기 위한 재료로 삼을 수 있다”고 속삭여주었고, 메리안의 그림은 “넘어지는 게 실패가 아니라 넘어지는 곳에서 머무르는 게 실패”라고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p15

우리네 인생에서 설계가 가능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것, 그 깨달음을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 단지 그걸 언제 깨닫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발로통이 이 긴장감 넘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그림을 그린 것도, 그 사실을 이미 어릴 적에 알았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잔인하게도 발로통 그 자신이 거미줄을 끊어버린 손이었다는 사실까지도.

발로통은 스무 살이 된 1885년, 자화상을 그린다. 그런데 그의 표정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된 이의 싱그러움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스듬하게 선 채로 앞을 보는 그의 눈길에선 두려움마저 엿보인다. 어찌 보면 방금 운 것처럼 두 눈이 충혈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p81

대한민국은 엄마의 불행으로 굴러온 나라일까.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딸들의 이 답변은 오랜 세월 동안 엄마가 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고통을 공유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너 아니면 누가 들어주니'라며 시가와 남편 험담, 어려운 경제 사정 등의 하소연을 딸이 어릴 때부터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엄아가 가많다. 문제는 딸들이 이이 과정에서 엄마의 고통을 내면화하고, 연민 때문에 기꺼이 엄마의 영향력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착한 딸'이 된다는 점이다. p100~101

남자들이 ‘철이 없는’ 이유는 철이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미안해하던 와이어스는 이후 점점 대담해져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헬가를 불러 노쇠해진 자신을 돌보도록 했으며, 2007년 와이어스의 90세 생일파티에도 헬가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한 인터뷰에서 와이어스는 헬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헬가는 이제 가족의 일원입니다. 나는 그것이 모두에게 충격을 준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와이어스는 헬가 시리즈를 끝낸 후인 1993년에 의미심장한 작품을 하나 그린다. 역시 〈대낮의 꿈〉처럼 잠든 사람의 모습이다. 와이어스는 이 작품에 대해 어느 날 아침 이웃집에 들렀다가 그 집 노부부가 창백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부부의 모습은 좀 으스스해 보인다. 침대 속에서 그들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목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p163

오히려 딸에게 필요한 말은 '아름다움 이외의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것일 터이다. 외모보다는 딸이 평소 얼마나 열심히 집중하는지, 용기 있는지, 배려하는지, 창조적인지, 너그러운지 알고 있다고 지치지 지않고 말하기. 그러면 외모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을까. 앤디 워홀이 이40대 때야 깨달은 사실을 지금 알 수 있을까. 누군가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쨌뜬 나는 노력할 뿐이다, 케이틀린 시엘의 시를 되풀이해 읽으며 말이다. "예쁠 필요 없단다. 그건 의무가 아니란다." p245

세상이 소란스럽고

삶이 버겁고 불안할 땐,

나는 정적이고 고요한

미술관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드디어 몸도 마음도 힘들게 하던 기말고사가 끝이났다.

교재가 없는 과목도 있었고, 기출문제도 없어서

어떻게 공부해야할찌 대략난감이었는데

오히려 걱정했던 과목들은 무난히 치뤘고,

나름 열심을 내었던 과목을 망쳤다.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어찌 이뿐이랴.

시험만 끝나면 날아갈듯 신이 날 줄 알았는데

시국이 어수선하니 김씨가 틀어 놓은 뉴스에 머리만 더 아플뿐

시험뒤로 미뤄놨던 여행을 비롯한 모든 일정들에 신이 나지 않는다. ㅠ.ㅠ

모처럼 늦잠을 자고,

큰아이가 울동네에서 전산회계 시험이 있다기에

시험 끝날 아이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 못했던 이유리 작가의 신간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를 읽었다.


에드바르 뭉크, 병든아이, 1885~1886년, 오슬로국립미술관



그러나 뭉크는 어린 시절에 마냥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그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뭉크는 공학 공부를 강요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6세 때인 1879년 기술학교에 들어가지만, 이듬해에 그만둔다. 그 후 1881년, 크리스티니아(현재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왕립미술학교에 기어이 입학했다. 그리고 그림을 방패 삼아 밀려오는 슬픔, 분노, 우울, 두려움에 맞섰다. 캔버스에 생채기를 남기듯 거칠게 그린 〈병든 아이〉는 바로 뭉크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았다는 증거다. p51

주말 소음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내 불안과 슬픔도 그림을 통해 위로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전시 당시 내게도 위로가 되었던 뭉크의 작품 '병든아이'

그림을 방패 삼아 슬픔, 분노, 우울, 두려움에 맞선 뭉크처럼

나도 이젠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펠릭스 발로통, 공, 1899,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이번 책에선 평소 보아왔던 발로통의 작품들과는 달랐던

위의 그림이 참 좋았다.

우리네 인생에서 설계가 가능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것,

그 깨달음을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

파워J인 내게 계획되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

마음이 더 힘들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마음데로 흘러가던가?

어디로 튈찌 모르는 공처럼...

이번주엔 미뤄두었던 일 중에 하나였던 미술관을 찾아야겠다.

그림이 내게 전해줄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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