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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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기록친구들에게 기록의 즐거움과 손글씨의 매력을 전하고 있는 리니의 첫 기록 자기계발서다. 《기록이라는 세계》에서는 한 줄로 시작하는 날것의 일기,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는 포토로그,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필사, 꿈을 현실로 만드는 미래 일기 등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25가지 기록법을 전한다.

저자는 기록이란 단순히 쓰는 행위를 넘어 단조로웠던 한 개인의 세계를 커다랗게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기록을 통해 무심히 흘러가던 하루를 알아채고, 낯선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내면을 파고들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동기부여와 함께 기록하는 습관, 그리고 좀 더 넓고 깊어진 삶을 선사하는 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달력의 칸을 채운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어요. 1월의 첫 주인 만큼 희망과 설렘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시기인데 당시 전 너무 우울했습니다. 1월 1일부터 무조건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카페에 가서 커피는 물론 디저트까지 먹었거든요. 다짐한 지 하루도 안 되어 내일로 미루는 제 모습이 실망스러웠어요. 그리고 강연 준비나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제때 하지 않아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제게 화도 났습니다.

그렇게 안 좋은 감정들이 가득했던 일주일이었어요. 그다음 주가 되어 기록을 하려고 벽에 붙어 있던 연력을 다시 봤는데 왠지 이전과는 다른 기분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실망한 순간이나 속상한 기억보다 ‘그래도 하루에 한 가지 뭔가를 했네? 괜찮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지난 일주일을 한눈에 보니 꽤 괜찮은 시간을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떤 일이 진행될 때 그 순간의 상황과 감정에 휩싸여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달라 보이는 것들이 있죠. 그때 제가 딱 그랬어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가라앉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어요. p28~29

글을 쓰다 보니 '아무거나'의 애매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 숨어 있는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싶은 분, 내 마음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분, 그 외 취향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취향 발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취향 찾기도 기록을 통해서 했거든요.

디깅은 ‘파다’라는 뜻인데요. 말 그대로 주제에 대한 취향을 파보기로 했습니다. 그달의 주제에 대해 마음이 끌리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다 보면 나의 취향이 조금 더 선명해질 것 같더라고요. 마음이 가는 것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래서 이 취향 찾기 프로젝트의 이름은 ‘월간 취향 디깅’입니다.

p92~93

저는 주로 도트 노트에 필사를 합니다. 글씨를 가득 채웠을 때 줄 노트나 모눈 노트보다 가독성이 좋더라고요. 필사는 대부분 책을 완독한 후에 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책 한 권의 흐름을 이해한 뒤 쓰고 싶어서입니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쭉 들어본 뒤에, 중요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제 생각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필사를 해요.

책을 읽는 과정에서 공감이 되거나 기억하고 싶은 부분, 언젠가 인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는 인덱스를 붙여둡니다. 그리고 인덱스를 붙인 모든 문장을 필사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책 한 권당 노트의 양면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것으로 분량을 정했어요. 분량을 정해두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추려내는 훈련이 되어 좋더라고요. p138

우리의 삶은 단순히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잖아요.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과 깨달음, 성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일,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름의 대안을 찾고 시도해보는 일, 저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욕이 상실될 땐 잠시 쉬었고, 시간 투자가 어렵게 느껴질 땐 매일 하던 일 한 가지를 줄이고 같은 시간에 영어 필사를 했어요. 지루하게 느껴질 땐 필사하는 장소를 바꿔보거나 예쁜 문구를 구매해서 노트 꾸미기도 해봤고요. 영어 실력이 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은 필사하면서 저절로 줄어들더라고요. 행동하는 순간부터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p185

'새해, 기록으로 나를 다시 설계하다.'

종강후 한 달을 쉬면 많이 쉬었던 내가

코로나로 자진 휴직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

긴 시간 어정쩡한 상태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반기엔 사회복지실습과 1급 시험준비를 병행할 계획인데

시어머님 기일과 구정연휴를 무사히(?) 보내고

2025년을 다시 설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책상위를 깨끗이 정리하고

지난 교재들을 분리한 후 새롭게 배송된 교재를 정렬하고

새노트와 새다이어리 3색볼펜과 형광펜 등 문구들을 재정비 할 생각이다.

요즘 대세이기도 하지만

영어필사를 시작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내 기록의 대부분이 이곳 블로그이지만

새해에는 노트와도 친해져 보기로...

점차 더 넓고 깊은 나만의 세계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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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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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작가가 북쪽 홋카이도에서 저 남쪽 야쿠시마까지 나무를 찾아 정성껏 기록하고 오롯이 새긴 감동을 전한다. 첫 번째 에세이 ‘가문비나무의 갱신’에서 마지막 작품 ‘포플러’가 집필되기까지 13년 6개월이 걸렸다.

<나무>는 때로는 착실하게 초목을 배우고, 때로는 가슴 깊이 감상한다. 절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 전원 속의 녹나무, 봄의 꽃과 겨울 숲…. 한 생명 곁에 머문 시간의 기록은 내내 다감하며 오묘하다. 저마다의 나무 이야기 속엔 삶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숨어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나무들은 같은 나무 위에 안착해 자랐기 때문에 일렬종대로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열 맞춰 서 있다. 그러니 아무리 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눈에 '아, 이게 스러져 죽은 나무 위로 새로운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에서 산속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감동이 느껴졌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인가. 이 얼마나 인상적인 이야기인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눈으로 꼭 직접 확인해 보리라 결심했다. P12

그런데 꽃보다 등나무 뿌리를 보고 놀랐다. 천 년을 살아온 ‘옛 등나무’는 뿌리 둘레가 3미터를 훌쩍 넘는데 그 무시무시한 형태에 눈이 압도당했다. 서로 꾸불꾸불 얽히고설켜 땅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뻗어가기도 하는 뿌리를 보면서 강대한 힘을 느끼는 동시에 몹시 배배 꼬인 것, 고집불통, 복잡함, 추악함과 괴상함을 느꼈다. 꽃은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발밑은 보기도 무서워 이 뿌리를 보고 나서 꽃을 쳐다보면 꽃의 아름다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만다. 그러나 옆을 떠나가지도 않았다. 무서운 존재의 짓누르는 힘 때문에 일행이 재촉할 때까지 나는 우뚝 서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꽃에게 추억과 사죄를 마치고 온 것 같았다. 뿌리의 경우, 이번에 새로 대면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어쨌든 다음에 그 뿌리를 또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산과 골짜기에서 자라는, 자연 속의 오래된 등나무, 어린 등나무의 꽃과 뿌리를 보여달라고 할 심산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리를 놓을 때 쓰일 정도로 질기다는 등나무의 강력한 힘에 묶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43~44

오랜 세월 비바람과 햇빛에 노출되어 색이 바래서인지, 아니면 흰머리와 같은 노화 현상 때문인지 적갈색 가운데 회백색의 옹이가 굽이치고 있는 모습이 음산해서 불쾌했다. 뿌리는 넓게 땅 위로 기어 나와 사방팔방으로 얽히고설켜 몸부림치고 있다. 뿌리도 오랜 세월 비바람과 햇빛에 노출되며 색이 바랬기 때문인지, 발에 밟혔기 때문인지 껍질이 벗겨져 하얀 속살이 드러난 부분이 눈에 띈다. P88

숲속에 있다 보면 쓰러져 죽은 나무를 한두 그루 정도는 만난다. 폭풍우 속에서 줄기가 비틀리는 바람에 쓰러져 죽은 나무도 있고, 수명을 다한 뒤 흔들 하고 쓰러져 죽은 나무도 있다. 원인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나무는 모두 다 평안하고 여유롭고 아름답게 잠든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나무를 바라볼 때면 곧잘 나라에 있는 도편수를 회상한다. 그가 숲속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이끼 옷을 입고 누워 있는 나무를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목재는 잘리기 전까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던 나무이고, 쓰러져 죽은 나무도 본래는 뿌리를 내리고 서 있던 나무다. 하지만 숲속에 쓰러져 죽은 나무는 목재가 아니다. 어떤 표현을 택할지 그에게 묻고 싶다. 나는 숲속에 쓰러져 죽은 나무를 일컫는 호칭의 필요성을 깊이 절감하고 있었지만 딱 들어맞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쓰러져 죽은 나무’라는 표현은 직설적이어서 좋지만 좀 더 위로가 필요한 기분이 든다. P121~122

그런 애처로움을 하나하나 만져나가는 동안, 퍼뜩 어느새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나무를 만나고 나무에게서 감동을 받고 싶어 숲속을 걷게 된 것도 요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그때마다 적절한 지도를 받은 덕에 짧은 세월 동안 홋카이도의 가문비나무, 나가노현기소의 편백나무, 야쿠섬 삼나무의 풍모 등 다양한 나무가 주는 감동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음의 때가 씻기면서, 마음속에 새로운 양분이 보급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무와 숲은 좋은 약인데 입에도 달다고 생각했다. P131~132

행운과 불운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무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 불운을 짊어지는 나무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불운을 짊어지는 나무 생겨나기 마련이다. 불운의 형태는 다양하다. 폭풍, 눈보라, 산사태, 쓰나미, 화산재, 들불, 병충해 등으로 많은 나무들이 동시에 같은 불운을 짊어진다. 그런가하면 오직 홀로 겪는 불운도 있다. 나가노현에서 서본 편백 나무는 돌출된 벼랑 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줄기를 보니 무릎 높이 정도 오는 곳에 직사각형의 구멍을 뚫고 철사를 꼬아 만든 줄을 감아 골짜기 아래로 연결해 놓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무슨 공사를 위해 설치한 듯 했다. 튼튼한 밧줄을 설치해 해놓은 이상, 조만간 제법 중량이 나가는 물건을 골짜기 아래로 내려 보낼 것 같았다. 너무 잔혹한 방식이다. 파낸 부위에는 계속 나뭇진이 눈물처럼 방울방울 맺혔다. 어느 정도의 행운과 불운을 겪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나무처럼 얌전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존재가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냐며 불평하고 한탄할 때가 있다. P207~208


여행을 준비하며 비행시간동안 함께할 책은 뭘 가져갈까

고민이 많았다. 무겁지 않고 지루하지 않을...

지난해, 여름 관람한 영상부터 음악까지 너무 좋았던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인 히라야마가 읽던 책이 사뭇 궁금했는데

여행 앞두고 출간 되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해 기내용 가방에 넣었다.



늦은밤,

책을 읽으며 행복해 보이던 주인공처럼

비행기의 흐릿한 독서등 아래서

지루한 비행시간이 나름 견딜만했다.

오호~

내가 목도한 아는 나무도 등장한다. ^^;

오래전 겨울 홋가이도에서 만난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듯

크고, 길고, 웅장했다.

마을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 느름한 자태...

그 인상적이었던 나무의 이름이 '가문비나무'라는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각각의 사연을 담은 많은 나무들과 폭풍, 쓰나미, 들불, 병충해를 겪는

나무의 불운도...

나무를 만나고 나무에게서 감동을 받고 싶어 숲속을 걷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나도 얼른 이 좁은 의자에서 벗어나 나무냄새를 맡으며 숲속을 걷고 싶다.

이제 14시간의 비행기여행은 못할 것 같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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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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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귀국한 돌싱 리에. 글을 쓰며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남편, 아들과 함께 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문병하는 주부 사키.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서 지어진 이름, 쓰리 걸스. 졸업 이후 삼십 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자유롭고 비범한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다시 뭉친 순간 그들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소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직선에서 살짝 벗어난 일상 이야기.

<인터넷 알라딘 제공>

가오루는 묵고 가는 손님인 세이케 리에를 옛날부터 좋아했다. 활달하고, 성격도 말투도 시원시원해서 기분이 좋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다미코와 달리 얘기하기도 쉽고, 중년이 넘은 지금도 학창 시절의 여운이 남아 있어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p25

다미코가 이 언어의 폭풍에 매일 시달리고 있겠구나 싶자,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젊은 시절부터 다미코는 모두의 얘기를 들어 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성실하고 관대하고, 회피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그 용감함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당신 참 용감하다고 하면 지금도 다미코는 곧바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스스로는 알지 못한다. p104

오늘은 빨래하기에 좋은 화창한 날이다. 마당에는 개나리도 피고 설유화도 피고 앵두꽃도 피었다. 한창때는 지났지만 중국 풍년화와 가엽수 꽃도 아직 피어 있다. 회양목에는 두꺼운 이파리 사이사이에 꽃술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박한 꽃이 피어 있다. 창문 너머로 바라만 보아도 사키는 뿌듯해 진다. 흙이 있다는 것은 참 풍요로운 일이다. p115

전화를 건 사람은 모모치였다. 용건은, 아니 그가 맨 처음 한 말은 오늘 날씨가 좋아서 세탁기를 돌렸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집이 충족된 장소로 여겨진다고 해서, 그럼 비가 오는 날에는 충족된 장소로 여겨지지 않느냐고 다미코가 묻자, 비 내리는 날에는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 마시면 충족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비 오는 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릴 수 없거나 화창한 날 세탁기를 돌리지 못했을 때는 어떠냐고 묻자, 모모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p143~144

사키가 사진을 보여준 후로 다미코는 문득문득 셔닐 손수건과 그에 대한 실망이 떠오르곤 한다. 셋이 뭘 모르고 오해했을뿐인데, 왠지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검색도 해 보았지만, 화면에 뜨는 사진은 사키가 보여 준 것과 같은 스타일의 손수건이나 앞치마와 핸드백뿐이다, 다른 종류의 셔닐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어 보었다. 셔닐을 설명하는 문구에는 18세기말에 스코틀랜드에서 생겨난 직물이며 두번의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앞과 뒤의 색감과 무늬가 똑같은 점이 특징이하는 것 외에 셔닐이 프랑스어로 송충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쓰여 있어, 벌레를 싫어하는 다미코는 소름이 끼쳤다. p201

나팔꽃, 밀짚모자, 해바라기, 불꽃놀이, 가오루는 미리 사놓은 갖가지 문양이 있는 엽서에서 상대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을 골라 여름 문안 엽서의 답장을 쓰고 있다. 옛날에는 엽서도 편지도 거의 매일 같이 자주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뜸해지면서 연하장이든, 여름 문안 엽서든 보내 준 사람에게만 답장을 보내게 되었다. 스스로는 보내지 않으면서 그래도 받으면 반갑고 기쁘니, 사람 속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가오루는 씁쓸히 웃는다. p244

여행에서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구름위를 걷는 듯 멍하다.

시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와 눈과 우박을 맞으며 하루 이만보를 걷는 강행군에 더해

유럽패키지여행답게(?) 새벽 기상에 부실했던 식사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스페인여행때만해도 최고의 텐션으로 늘 앞장서서 걸었던 동생도

여행에서 돌아와 꼬박 일주일을 앓고 어제서야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이래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슴 뛸 때 가는게 맞는 듯 하다... ㅠ.ㅠ

새해 어떤 책을 가장 먼저 읽을까하다가

오래전 좋아하는 작가였던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눈에 띄어 데려왔다.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돌싱 리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남편, 아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주부 사키

삼십 년 만에 다시 뭉친 쓰리 걸스!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 지어진 이름,

쓰리 걸스 30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던 세 대학 동창의 재회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바뀐 듯 하다가도

과거 그대로인 듯 보이기도 하는

그녀들의 잔잔하고도 소란스러운 일상 속으로.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멜론 빛 표지가 추운 겨울의 차가움을 뚫고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30년지기 세명의 친구들 이야기...

그 이야기속에는 우리네 이야기도 들어 있다.

노모에 대한 걱정...

근간에 친구 어머님도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 회복중에 계신데

거동이 불편하셔서 친구가 고생이 많았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걱정이고...

염색주기가 빨라지며 짧게 머리를 자르고 '앞으로는 염색을 하지 말까?!'

하는 고민을 하곤 하는데 책속의 가오루도 턱까지 짧게 머리를 자른다.

그과정을 지켜보다보니 다시 고민이 되긴 하는데

다니는 미용실 실장님 말로는

아직은 염색을 안하면 게을러 보이기도 하고

온전히 흰머리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며 말린다. ㅠ.ㅠ

어느새 백내장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고,

건강을 위해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재검을 하고

다행히 별이상은 없지만 1년에 한 번 검사를 받으라고 하셨는데

조만간 안과도 다녀오고, 수영강좌도 알아봐야겠다.

예전만큼 '역시 에쿠니 가오리야!'하는 찐한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공감과 함께 재미있게 읽었다.

오늘은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해봐야지...

상상 속 우리의 미래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우리는 상상했던 대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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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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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책에 인쇄된 ‘글’로 시대정신에 참여

최초 출간일 1335년

스페인 알폰소 10세 국왕의 친조카

48편의 선과 악을 가려보는 어른 동화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 책의 원서 『El Conde Lucanor』의 태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책의 저자는 스페인 치세를 한껏 널리 알린 국왕, 알폰소 10세의 조카다. 14세기 스페인 왕족이자 왕자로 태어난 돈 후안 마누엘이 살았던 당시 사회는 문학 활동을 하찮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헌신하여 스페인 문학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1335년 출간 당시부터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후 스페인 문학사에 초기 산문 문법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도 이 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다.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 ‘여우에게 쫓기던 수탉의 최후’, ‘위선적인 여자가 가장 위험한 이유’, ‘조심해야 할 사람’ 등의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집필한 이유가, 당시 평범한 백성 누구든 ‘도덕적 교훈을 배우고 선과 악의 기준을 스스로 가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기록됐다.

실제로 글은 48편의 어른 동화다. 각 이야기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교훈을 전달하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고 현명한 조언을 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덕적 행동과 비도덕적 행동의 결과를 보여주며 ‘정직과 충성심, 정의가 왜 인간의 삶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남아야 하는가?’에 관한 지금 시대의 가장 절실한 질문에 답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감히 말씀드리면 사람의 지혜나 능력을 파악하는 것만큼 실수하기 쉬운 일은 없습니다. 사람의 본성과 지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세상을 위해 어떤 선행을 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선행을 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행으로 덕을 쌓은 사람이라도 일시적인 쾌락을 추구하다보면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p24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은 '부끄러움(수치심)'입니다. 부끄러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죽음을 감수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일입니다.또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사람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은 일은 피하게 되지요. 이렇게 부끄러움 속에서 모든 덕목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모든 악행의 근원입니다." p34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헛된 협박이나 사람들이 하는 말에 겁먹지 마십시오. 오직 자신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것들에 주의하십시오. 항상 가장 멀리 있는 전초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싸우십시오. p53

자신의 판단만을 믿지 말고, 자만에 빠지지 마십시오.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충직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p108

선은 악의 약속에 흡족했습니다. 신께서 악이 선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하셨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를 큰 승리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악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을 들으시오.” p136

백작님의 영혼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면 모든 선행은 그것이 진심에서 나와야 합니다. 또한, 선과 영혼에 대한 진정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단지 명예나 세속적인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런 목적을 위해 선행을 한다면 결국 백작님의 영혼은 그 선행의 참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p237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서둘러 행동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분풀이를 하면 고통이 줄어들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p280

하는 일없이 바쁜 한 주가 또 시간이

참 부지런히도 지나간다.

나라도 여전히 어수선하고 내 마음도 그렇다.

아직 2024년을 보낼 준비가 안된 듯 한데 벌써 마지막 금요일...

짐을 싸다가 잠시 미뤄놓고 시작만 하고 못 다 읽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탈무드 같기도 하고 동화책 같기도 했던...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바꿔야 한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제목만 보면 엄청 딱딱하고 어려운 얘기가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스페인 알폰소 10세 국왕의 친조카 48편의 선과 악을 가려보는 어른 동화로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TV화면속 연일 싸우는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가끔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 싶은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이 책을 바탕으로 재구성 되었다고...

그러니 백작님,

어떤 친구가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진정한 친구는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p270

난 비교적 친구가 많은 아이였다.

먼저 연락하고 주변을 살피는 나였지만

지금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편한듯 하다.

내 마음이 아직은 그렇다.

믿을 만한 친구,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친구가

내게도 분명 있을터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새해엔 주변도 다시 돌아 보고

부끄러움을 아는 도적적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잘 지내보고 싶다.

정의로운 국가의 국민이 되길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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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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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독서가이자 매일 죽음을 만나는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유쾌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들려주는 ‘어떤 죽음의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 법의학자이자 〈알쓸인잡〉, 〈유퀴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호 교수가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첫 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약 4천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온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마주한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기에 안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당하고 완전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은 바로 그 당사자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나 혹은 범죄로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부주의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가 부주의했기 때문에, 혹은 그 옆의 누군가가 부도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뿐, 완전하고 주의 깊은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사실 얼마나 위험에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p46~47

죽음 이후의 세게는 경험할 수 없으니 우리는 당연히 알 수 없다. 공자조타 "이 삶도 모르는데 저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했는데, 타인과 다르지 않은 범부의 삶을 살아가는 나라고 그 답을 알리가 있을까. 단지 남들보다 주검을 많이 대하다 보니 삶과 죽음을 자주 생각하는 것일 뿐. 법의학자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내가 무상과 허무를 많이 느낄꺼라 짐작하지만, 오히려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긴다고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마치 나무의 맨 끝이 곧 맨 앞인것처럼, 타인의 생의 끝에서 느낀 메시지를 품고 돌아서서 다시 삶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P53

사람마다 대답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이 문제에 답은 단 하나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수영을 제일 잘하는 사람도,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도 아니다. 단 하나의 정답은 ‘물에 빠진 아이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이다. 우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에게 달려가느라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어야 한다. 이 사고 실험에서 말하는 ‘물’은 정말로 출렁이는 연못의 물이 아니다. 학대당하고, 방임되고, 외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 차가운 세계다. p75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p123

가족을 잃은 사람, 상실의 아픔을 껶은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병문안을 가거나 조문을 갔을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자'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는 것. 그 정도가 좋겠다 싶다. 간혹 옆 사람들이 위로 한답시고 그동안의 기억을 자꾸 잊으라고 할 때가 있다. 그만 잊고 떠나보내라고 그런데 가까운 이는 그 사람의 경험이 내 몸에 체화돼 있다. 그 존재가 내 안에 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빨리 잊어라' 그렇게 종용할 필요가 없다. p202~203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지난주엔,

꼬맹이와 여행을 다녀온 후

매일 점심약속이 있었다.

약속 중 하나가 지방에서 10여년을 보낼때

꼬맹이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인연으로 만나

언니가 먼저 서울로 올라오고

몇해 뒤에 나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 결혼을 하고

예쁜 아들을 지난 여름에 출산했다.

내게도 아이를 기다리는 결혼한 딸이 있으니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가 손주 얘기로 흘러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듣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는 얘기를 전해 주었다.

'급성 백혈병으로 손주가 태어난지 50여일만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ㅠ.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만 훔쳐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죽음에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삶과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

시대의 아픔을 치료하는 법의학자 저자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죽음 수업을 마침 읽고 있었는데

이런 구절을 마주했다.

우리 중 누구라도 물에 빠져 죽을 수 있고,

누구라도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나 어떤 섭리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아니다.

잘못한 것에 대한 대가로 주어진 벌도 아니다.

고차원적인 메시지나 특별히 선택받은 이유 같은 것은 없다.

지나가던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그저 이 세상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자 사건일 뿐이다. p119

처음 내가 암선고를 받았을 때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자책 또 원망의 시간을 보냈을찌

미루어 짐작이 된다.

하지만 먼지와 같은 존재인 인간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자 사건일 뿐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이 세상의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이가 껶은 사고, 사건, 고통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책임도 위로도 함께 짊어지는 사회를 꿈꾸라 하지만

지금은 아무말없이 곁에 있어주려 한다.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갈 생각이다.

혹시 또 길을 잘 못 들어서도

다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해 최적 경로를 찾아 새길로 가기로 하자.

내 인생도 내비게이션 같은 태도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우리도 인생을 내비게이션 같은 태도로 살면 좋겠다.

아무리 엉뚱한 길로 들어서도,

몇 번이고 길을 잘 못 들어서도,

코 앞의 분기점에서 방향이 헷갈려도,

얼른 다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면 되니까 말이다.

후회하고 괴로워할 시간에 그저 새로운 최적 경로를 찾아

뒤돌아보지 않고 새 길로 가면 좋겠다. p215



** 이 책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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