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현대인의 위기는 일할 때가 아니라 일을 멈출 때생긴다. 자기가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그 시간인것이다. 퇴근 시간이 되면 우리는 회사의 의자에서,
서류에서 놓여난다. 우리를 붙들고 있던 것들,
끝없이 명령하던 것들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기계는, 모든 도구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자동적으로 재빨리 사물성을 회복한다.
그러기 때문에 방패나 칼은 싸울 때에만 무기일 뿐,
평화로울 때에는 조각과 마찬가지로 벽의장식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의 일이 끝난다 해도 도구적존재로부터 곧 인간성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터에서 벗어나면 술을마시거나 유흥장을 기웃거리거나 어두운골목길에서 서성대고 있다. 자신의 자아와만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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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고독을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려고하면, 우리가 이 책에서 걷고 있는 길을 너무 멀리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과 일체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뭔가 신비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독자에게 주지 않기 위해, 그 대답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가리켜주고 싶다.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타인들과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에서도 인간은 적이나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든, 또는 일을 하거나 생산을 하기 위해서든, 살아남고 싶으면 타인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 P37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엇을 위한 자유‘를 뜻하는 적극적인자유와는 다르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시간이 오래걸리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신이 빠져나온 세계와 여전히 연결되어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일부다. 그가 살고 있는 땅, 해와 달과별, 나무와 꽃, 동물, 그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간 집단도 모두 자연이다. 원시 종교들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 느끼는 일체감을보여주는 증거다. 생물계와 무생물계는 그의 인간 세계를 이루는일부다. 아니, 인간은 아직도 자연계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다. - P52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 할 때, 15세기와 16세기를 연구하는 것이 특히 유익한 출발점이 되는 이유는 그 시대와 현대가 이념적으로 유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시대의 사회적 양상에도 근본적인 유사성이 존재한다. 나는 이 유사성이 어떻게 이념적 유사성과심리적 유사성의 원인이 되는가를 보여주려고 애쓸 작정이다. 그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대다수가 경제 및 사회 구조의혁명적 변화 때문에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위협받고 있었다. 특히 중산계급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우월한 힘과 독점권에 위협을 받았다. 이 위협은 개인의 고독과 무력감을 더욱 조장하여, 위협받는 사회 구성원의 정신과 이데올로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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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서 소녀가 결국에는 얼어 죽잖아요. 근데 그 전에 성냥불이 확 타오르는 순간 어떤 행복한 환상을 봐요. 그게 소녀의 마지막 축제인 거예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 P26

잘 산 사람이 잘 죽는다는 겁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잘 죽지,
흐지부지 사는 사람은 흐지부지하게 죽습니다. - P68

사실 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바뀌었어요.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정성껏 일하게 됐고,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이 된 셈입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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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 P178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
꼬여 있던 문제들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 P179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몸집이 크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 앉아 가장 오래
‘혼자를 견딜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 P182

그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생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P183

모두에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다른 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죠.
나는 빠르게 평가하지 않고
이해할 때까지 생각을 거듭합니다. - P193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바쁘다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대부분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려는 마음이 부족해서 실패하고 맙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시간은 하려는 마음을 만들 수 없지만, 하려는 마음은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쓸데없이 소모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 그게 시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충만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시간도 충분하지만, 마음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게 바로 좋은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모든 것이 내게 좋은 방향으로 흐릅니다. - P200

사람의 마음은 정말 다 달라서 관계는 언제나 참 힘든 문제입니다. 주변을 보면 기본적인 예절이나 매너라서 지키는 게 당연하지만, 늘 자꾸만 추가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상황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야 알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다툼이나 불화는 설명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준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지도 마세요.
기본적인 예절과 매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과 만나야 대화도 통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친구와 다 잘 지낼 수는 없죠. 누군가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지금의 친한 사이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관계의 법칙에서 언제나 통하는 이 사실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얕은 자는 언제나 시끄럽지만, 깊은 자는 조용합니다." - P228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죠.
그것 역시 내게 주어진 자유입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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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성

하늘이 만든 것에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굽이쳐 흐르는 강의 곡선이 그렇고 솟구쳐 오른 산봉우리의 능선이 그렇다. 수천 번 수만 번 쳐다봐도 하늘의 구름 모양은 제각기 다르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돌이 있지만 하나같이 그 형태와 빛깔은 다르다.
똑같은 돌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돌 하나하나는 모두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연은 큰 돌이든 작은 돌이든, 돌 하나하나에 독자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82

뽕나무

거친 뽕잎이 부드러운 비단이 되기 위해서는 누에에게 먹혀야 한다. 거친 인생의 육체가 고운 영혼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죽음에게 먹혀야 한다.

뽕나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누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러나 그 누에 때문에 뽕나무는 더 귀중하고,
생명의 보호를 받는 나무가 되었다. - P101

시간

우리는 두 번 다시 똑같은 강물 속에 서 있을 수 없다. 물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그런 것이다. 우리는 같은 현실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 P104

꽃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화가 아니라 투쟁이다 - P109

꽃은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꽃은 침묵의 언어를 가지고 사랑을, 평화를, 인정을 그리고 꿈을 가르쳐준다. 아무렇게나 벼랑에 흩어져 핀 진달래는 소박한 전원의 사랑을 말한다. 3, 4월의 벚꽃은 감정을 들뜨게 하고 5, 6월의 달리아와 해바라기는 눈부신 열정과 강렬한 생을 맛보게 한다. 그윽한 국화, 싸늘한 수선화, 쓸쓸한 달맞이꽃,
청수한 제라늄, 뜨거운 샐비어, 그 모든 꽃들은 우리에게 위안과 희망과 기도와 사색의 자세를 알려준다.

꽃은 허식이 아니다.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가꾸어진 땀의 결정이다. 딱딱한 돌과 음흉한 땅벌레들을 피해 맑은 수분을 퍼 올리고 거친 흙더미에서 양분을 획득한 슬기의 깃발이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기 표현을 위해서 밝은 색채와 유현한 향취를 갖는다.
그랬을 때만이 정말 꽃은 꽃답게 필 수가 있다.
열매는 자기 표현에 대한 하나의 보상일 따름이다. - P110

이파리

나무 이파리들은 수천수만 개의 잎이 있어도 각도가 다 다르다. 그래야 햇볕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나면 전부 그늘이 될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똑같이 햇볕을 받을 수가 있다. 놀라운 세계다.
인간들도 나무 이파리처럼 서로 방해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그러한 배열을 알 수만 있다면 분쟁이 생길 일이 없다. - P113

이름

우리는 자기의 직장 내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을 밀고자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호루라기 부는 사람)‘라고 한다. 이름 하나로 부도덕한 밀고자가 다른 곳에서는 반칙한 선수에게 경고의 호루라기를 부는 당당한 심판자가 된다.
정치적인 시선과 그 행위는 언제나 이름 짓기.
이름 부르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한쪽에서 의식화라고 부르는 것을 반대편에서는 세뇌화라고 한다. 다양한 의견은 중구난방,
자유경쟁은 약육강식이 되고, 사소한 일상적 언어 표현에서도 신중한 사람은 우유부단한 사람,
신념은 고집불통, 열정은 광기로 각기 평가의 수식어가 달라진다. - P131

인재

말 중에 천리마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게 천리마인 줄 모르고 수레를 끌게 하는 거야.
단숨에 천리를 달리는 게 짐짝을 끌라고 하면 소만도 못하잖아. 백락이라는 사람은 말야,
이거 딱 보면 명마라는 걸 알아봐. 그래서 이렇게 말이 있는데 백락이라는 사람이 딱 일 초만 멈춰 서서 봐도 말의 값이 몇십 배가 뛰는 거야.
천리마가 중요해? 백락이 중요해? 백락은 천리마는 아니지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사람.
그러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천리마는 아니야.
뭐가 돼야 해? 백락이 되어야 하는 거야. 자기는 천리마가 아니더라도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그게 인재보다도 나은 거야.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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