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올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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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4-08 0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승호님의 시는 한폭 그림이네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

루피닷 2023-04-08 19:17   좋아요 1 | URL
시는 잘모르지만 구절마다 와닿는부분이 있을 때는 있는거 같아요~
조금씩 알아가야죠ㅎㅎ 금방되는게 별로 없더라고요~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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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07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이 시 정말 좋아했어요.
물푸레나무도 궁금했고요
그때가 생각나요^^

루피닷 2023-04-08 19:21   좋아요 2 | URL
좋아하시는 시를 올리게 되어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과거가 추억되는게 있다면 정말좋죠~^^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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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행복은 상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독립적인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비교심이다. 언제나 우리 눈에는 남들이 더 행복해 보이고 남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불행하게 여기게 된다. 특히 주번에 세속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있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행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울해한다. 나는 이것을 ‘주변인식‘이라고 부른다. ‘당연심리‘는 개개인에게 상황을 진보시킬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나쁘게 보는 것은 ‘비교심리‘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대다수가 이 ‘비교심리‘가 가져온 소비 때문에 돈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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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오늘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에게높은 값을 지불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주어진단 하나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예술을 할 수있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내가하는 일이 더 나아지고 나의 예술이 더 중요해질수록 나의 선물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다. 내 선물을 누구에게 줄것인지 훨씬 까다롭게 고를 수 있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 걸맞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그 일을끝마치고 나서 유대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선물을 주고받을수록사람은 더 끌리게 되고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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