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올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3-04-08 0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승호님의 시는 한폭 그림이네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

루피닷 2023-04-08 19:17   좋아요 1 | URL
시는 잘모르지만 구절마다 와닿는부분이 있을 때는 있는거 같아요~
조금씩 알아가야죠ㅎㅎ 금방되는게 별로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