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 무한한 창조의 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5
프란체스코 갈루치 지음, 김소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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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별로 예술의 경계를 긋곤 한다. 중세의 비잔틴에서부터 문화부흥의 최절정을 달렸던 르네상스를 거쳐 로코코, 바로크, 그리고 인상주의에 이어 피카소가 존속해 있던 입체주의까지. 미술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한번쯤 들어봤을 미술사의 짧은 개요들이다. 개인적으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입체파나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엔 무리라는, 개인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르네 마그리트’와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들을 본 이후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힐 수 있었고, 이 이후 달리나 피카소의 작품들도 찾아보면서 커다란 관심을 두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 피카소가 나를 사로잡았던 그림은 바로 ‘우는 여자’였다. 추상적인 초상화를 결코 선호하지 않고 사실적인 묘사에 집착하던 내가 피카소 그림 속 ‘우는 여자’를 보며 왜 그러한 절망감에 사로잡혔는지 나로썬 알 수 없다. 장황하게 설명해 놓지 않아도 그림을 보고 감동이나 감상에 사로잡힐 수 있기에 회화라는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별한 부연 설명은 오히려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 피카소의 ‘우는 여자’와 ‘꿈’. 지금은 피카소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우는 여자’를 볼 때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절망감이 나를 사로잡는다면, ‘꿈’을 볼 때는 기묘한 미소가 내 입가에 퍼져 나온다. 그녀가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상상해 보면 절로 웃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이 그녀의 무의식을 방문했을 테니까.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화가라 일컫는 피카소의 매력은 무엇일까? 복잡하게 수식을 덧붙이는 일렬의 행위가 얼마나 불필요한지 그를 보면 느낄 수가 있다. 내밀함 속에 감춰진 피카소를 들여다보지 못하지만 평생 그를 괴롭혀왔을 가십의 논란 속에서도 메마르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며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속되게 말해서, 어린 아이도 그릴 수 있을 듯 제멋대로 들쑥날쑥한 붓 터치가 그토록 놀라운 발견을 해낼 줄이야! 모사는 또 다른 모사를 낳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많은 화가들에게 최초라는 영감을 심어준 피카소는 위대한 화가임에 틀림없다. 그는 가능성을 믿었기에 도전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남들이 다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닌, 오직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화가에게 행복은 자신의 그림을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인정받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피카소의 행복치수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을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19세기 예술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며,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며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다. 명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피카소를 누구나 동경하고 사랑하겠지만, 이 유명한 스페인 남자를 괴롭혔던 악몽은 단 하나, 죽는 순간까지 결코 마르지 않았던 예술에 대한 열망이 아니었을까. 마치 강박처럼 그를 괴롭히며, 동시에 살아가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인 예술.  
   
  피카소가 고흐를 존경했었다는 새로운 사실과 그의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작품들을 먼발치에서나마 구경할 수 있었기에 참 좋았다. ‘마로니에북스’의「위대한 예술가의 생애」시리즈의 제목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가 살았던 삶의 흔적을 간결한 연대표와 함께 살펴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이 시리즈를 더욱 편애하게 될 듯하다. 피카소가 회화가 아닌 조각과 도자기, 문학의 영역까지 침범해서 다소나마 성공을 거두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피카소의 평전이 아닌 이상 그의 삶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는 없지만, 피카소 미술관에 다녀오기 전 워밍업 삼아서 읽어본다면 유용한 정보들로 머릿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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