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빈자리 (특별보급판) - 지난 5백 년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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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뉴스에서, 어느 밀렵꾼이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을 몰래 잡아다가, 배를 가른 후 쓸개에다가 고무호스를 연결해 놓은 모습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고무호스를 연결해서 쓸개즙을 채취했던 그 끔찍한 영상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도 잊혀지지 않으리라…. 그 때의 충격과 더불어 멸종 위기에 놓은 야생동물들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종씩이나 되는 야생동물들이 사라져 가는데, 그 동물의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착하고 귀여운 반달가슴곰도 이런 탐욕스러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언젠가는 멸종될 것이다.   

  이 책은 실제로 찍은 사진보다 더욱 생생한 모습의 동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멸종 된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자연의 빈자리」를 통해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동물관련 다큐멘터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인데, 그 채널에서조차 단 한번도 다루어지지 않았던 (내가 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멸종된 생물의 모습들을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라 감회가 남다르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에세이 형식이나 논문 형식으로 길게 써내려간 동물기가 아닌, 생물의 간단한 소개와 커다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도감처럼 소개란은 매우 짤막하다. 멸종된 정확한 날짜와 멸종된 이유, 생물의 분포지역과 간단한 습성 등. 한 페이지가 채 넘지 않는 간단한 소개 글이다.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의 생물들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기에 아쉬웠지만, 학회에서조차 남아있는 자료가 워낙 없으니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야생동물 전문화가 ‘피터 샤우텐’의 그림들은 실제로 내 눈앞에 그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예상보다 조류가 압도적으로 많이 소개되어 있다. 솔직히 조류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굉장히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새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매우 안타까웠다. 특히 ‘도도’라고 하는, 체중이 25kg이 넘는 거대한 비둘기과의 새를 다시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공룡시대를 다시 보는 듯 신비로움에 경악할 것 같았다. 통통한 허리가 얼마나 예쁠지, 커다란 부리가 얼마나 튼튼할지, 또 울음소리는 어떨지, 모든 것들이 궁금하지만,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새 ‘도도’를 이제 우리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생물 대다수가 내가 좋아하는 포유류가 아닌, 대부분이 조류여서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리고 멸종된 생물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의 생물들이 아닌, 일부 특정 지역에 한해 소개되어 있다는 점 또한 아쉽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종들의 슬픈 최후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드는 반면, 너무도 안타까운 감정으로 고개가 숙여짐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들의 그림을 보며 생태적인 습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의 모습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이 파괴된 이유는 오직 단 하나, 바로 ‘인간’때문이다. 새롭게 찾은 대륙에 정착해서 개발을 일구고, 살림을 파괴한다. 사냥과 채집이라는 이유로 그곳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을 죽였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동물들을 잡아먹어야 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수천만 마리나 되는 새들과 여우를 사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서, 그 후에는 재미나 돈을 위해서 동물을 죽였고, 결국은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연이 주는 경고는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척 위험한 신호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에서 사라진 수많은 생물들처럼 결국에는 인간들 역시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최후의 모습이 결코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황폐한 지구. 동물들은 물론이고,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적막한 기계의 도시. 그 텅 빈 자연의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 있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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