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만든 것은 음식이 아니라 ' 잃어버린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나 예정된 인생의 종착점. 죽음이다.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떠한 동요도 없고, 후회도 번뇌도 없을 텐데.... 그러나, 여기 호스피스에서 만난 이들을 보면 그것도 아닌듯 하다. 무엇이든 경험이 중요한데, 죽음은 경험이 없는 유일한 삶의 행보다. 느닷없기만 한 죽음때문에 우리는 '죽음'이 거북하고 그 어떤 것보다도 두렵다. 죽음의 시점에 다가갔을 때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어떤 것을 정리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유언을 써야 할까? 그리고 어떤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을까......





 

" 마지막 식사, 어떤 음식을 먹겠습니까?"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서 만난 호스피스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 그들은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이고 가족과 함께 혹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준비해 나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가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로이히트포이어 (등대의 불빛) 호스피스의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하루를 길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그 때를 알지 못하면 죽음은 먼나라 이야기인듯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호스피스 환자들은 다르다.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갔다는 것은 의사도 더이상의 치료를 포기한 것이며 자신의 몸은 어떻게든 복구될 수 없는 상태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삶의 마지막 정거장에서 여남은 몇일을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

 

 

'내일이면 죽을꺼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이제 곧 죽을꺼야. 죽을텐데 말은 해서 뭐하고 음식을 먹으면 뭐해.' 라는 생각들로 보낼 것 같던 그들은 오히려 죽음을 담담하게 기다리며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소망을 이루어도 본다. 그들에게 그 짧은 시간은 추억을 머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자고, 먹고, 배설하는 것 세가지가 얼마나 큰 행복을 줄 수 있을지도 알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그야말로 남은 생애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삶의 호사다.

 

 

생애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요리가 무엇인가. 생명의 촛불이 흔들리는 그 순간 그들은 그 어떤 대단한 요리보다도 평소 즐겨먹었던 요리를 원했다. 매우 소박하고 개인적인 음식들......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보니 그저 생각나는 사람, 엄마다. 대장암 말기 전위성 간암 말기. 초기 진단이 이 모양이였으니 엄마의 남은 생애를 계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짧게 3개월 길게 6개월이다. 이건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말이다. 의사가 선고라고 말 하지 않아도 우리 가족들은 알았다. 틀에 박힌 이 예후기간을 말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보다 훨씬 오래 사셨다. 복수가 차 오르기 전까진 그런대로 잘 지냈다. 하지만 간이 점점 커져 장기를 내리누를때 눌린 신경 덕분에 어깨가 무너진다고 고통을 호소할 때에 나에게 부탁한 요리가 있다. 바로 무 시래기 조림이였다.

 

 

막연하게 무 시래기 조림이라면 누구는 고등어를 넣고 조리고, 누구는 그냥 무 시래기만 넣어 조린다. 상세한 요리법을 설명하지 않으면 모를 지극히 개인적인 요리법. 이 책 속 어느 부부가 즐겨먹던 응유디저트 처럼 만들기 쉬운 요리는 그들이 먹던 방식의 차이로 똑같이 만들어내기 어렵다. 요리사는 수차례 반복하고 조금씩 맞을 맞춰나간다. 나 역시 엄마에게 무 시래기 조림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아파서 말 할 힘도 없는 엄마를 성가시게 굴었다. 그리고 아빠와 나는 각자의 방법대로 만들었고 각자 3~5번의 실패끝에 성공해냈다. 엄마는 무 시래기 조림에 오징어내장을 넣어주길 원했다. 참 간단한 요리법인데 그토록 맛이 다르다니...... 루프레히트 요리사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이런 전통음식을 만들면서 실패를 맛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요리법에 대한 자부심보다 환자의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 더 소중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기뻐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기뻐했다.

 


 

먹고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환자들은 먹는 즐거움을 빼놓지 않고 만끽한다. 호스피스에 들어오기 전 삶을 포기해 버린 환자가 음식의 즐거움을 느끼고 다시 생기를 찾는다는 것 또한 요리사로써 더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호스피스에 들어온 환자 대부분이 저세상으로 떠나지만 떠나기 전 머무는 정거장, 호스피스에서 남은 생애를 따뜻하게, 잔잔하게 보낼 수 있다면 참 다행일 것 같다. 물론 주변의 환경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고 먹는 즐거움이 없으란 법은 없다. 인간의 본능, 먹는 욕구가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집착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살아 있음에 더없이 감사하고 가족과의 지난날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니 참으로 인간답지 않은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동안 부모님 물건을 손대지 않았소.

1년이 지나고서야 조금씩 치웠소.

물건들과도 작별할 시간이 필요하다오.

(P.215 중에서)
 


 

 

 

삶에 등 돌리는 적절한 순간이 언제인지, 늘 궁금하다. 하지만 때론 알고 싶지 않다. 나는 오래도록 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날엔 고통없이 사라져버리고 싶기도 하다. 가끔 나의 종말을 생각해본다. 고통스러워하면서 죽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때론 갑작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죽을까봐서도 겁난다. 교통사고로 그자리에서 죽으면 내 가족들은 그 아픔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세상 최고로 고통스러웠다. 아픈 사람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나 못할 짓이였으나......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엄마가 자신의 죽음을 알았다면( 비밀로 했었다...... 끈질기게도 나는 간경화라고 속였다.)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의 마지막 삶을 정리할 시간을 앗은 죄인이였다. 김치에 삼겹살을 넣어 볶은 것이 먹고 싶다며 웅얼거리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먹지 못했을지라도 입에 넣고 우물거리게라도 해 줄껄 하는 후회감이 밀려든다.

 

 

만약 내 생애를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는 그 날이 온다면 나는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먹으면서 행복해 했던 그 음식을 기억해 내고 싶다. 아직 메뉴를 정하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행복이 담겼던 그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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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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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우리에겐 적어도 같은 색의 피가 흐르고 있다. (P. 227) 

  

눈이 펑펑 내리는 나라에 사는 개들은 털이 북실거리고 덩치도 크다. 따뜻한 곳에 사는 어떤 개들은 덩치도 작고, 아기자기 귀엽다. 털이 짤막한 녀석도 있고 코가 짧은 녀석도 있고 가지각색. 그래도 애견가들에겐 다 같이 이쁜 강아지들이다. 그냥, 나고 자란 곳이 달라 생긴 것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다 같은 개일 뿐.  다리 짧아서 귀엽고, 날렵한 몸매라서 멋지다. 어떤 개가 황실 개고 서민 개인가. 아니다. 다 같은 개 이고, 인간의 반려동물 중 최고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더운 지역 사람들은 멜라닌 발달로 검고, 더운 공기때문에 낮은 콧대를 가지며, 키도 작다. 추운 지역 사람들은 흰 피부에 높다란 코가 필요하다. 멜라닌의 정도가 다르기에 눈동자 색도 다르고 키 또한 크다. 그래서 흑인에서 백인에 이르기까지 피부색이 다른 인간이 있는 것이다. 누가 우월한 것은 없다. 백인에게서 흑인이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니다. 그냥, 백인은 백인이고 흑인은 흑인일 뿐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사람들이 전하는 희망찬 이야기 <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앞서 만나 보았던 <희망로드>라는 책과 비슷한 분위기다. 그래서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어느 순간 난 울고 있다...... 소개되어 나오는 검은 아이도 울고, 저자도 울고 나도 운다. 저자가 수없이 외치던 ' 미안하다'라는 활자는 내 눈을 통해 입으로 터져나온다.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라는 글귀를 따라 읽으며 훌쩍거렸다. 무엇이 미안하냐고, 되려 찾아와 줘서 고맙고, 넋두리 들어줘서 고맙다는 현지인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미안하다. 그러나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줄 순 없었다. 그 돈으로 인해 이웃들이 상처를 받고, 분란의 여지가 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란다. 그저 구호품을 전달 하는 방법밖에 없던 순간들이 저자 최민석을 더 힘들게 했다. 

 

 

포토에세이의 매력은 글로 전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는 사진이 채워 준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을 더욱 이해할 수 있고, 그곳의 실상을 파악하기 좋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아이들의 눈빛은 글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유별남 작가의 사진은 다큐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가난한 그 곳은 아이러니 하게도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다. 어찌 보면 신은 공평하기도 하고 불공평하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졌으나 살기 힘들다. 그들은 차라리 쓰레기 더미에 살더라도 먹고 살고 싶어 한다. 당장 내일이 걱정인 그들. 잠들기 전 내일 눈을 뜰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그들. 살기 위해 하루 8시간씩 물을 길러 나서야 한다. 하루의 8간 이상을 물 얻는데 써 버린 터에 농사일도 못한다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콸 쏟아지는 물이 그들에겐 생계를 흔드는 중심이었다.

 

 

 


그때 그 꼬마친구야. 아직도 나는 고민하고, 아직도 나는 흔들리고 있단다. 어느 시인은 말했어.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내가 만났던 너희들처럼. 나도 흔들리고 있어. 그러니 우리 조금 더 힘을 내볼까.

우리 조금 더 버텨볼까. 여기엔 말이야. 보이지 않겠지만 아직 흔들리는 너희를 위해 바람을 막아줄 사람들이 아주 많단다.

너희를 위해 비를 막아줄 사람들이 잔뜩 있단 말이야.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내보자. 꼬마친구야. 그리고 그때, 정말 미안했어.

정말, 정말.......

 

(P. 170)

 


 

연기자 정애리씨는 오래전부터 구호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십 수 년 전부터 어르신 목욕봉사며, 자모원 아이들이며, 해외아동까지 돌보고 있다는데 후원하는 해외아동 수만 206명이라고 한다. 고정적 수입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싶어서 멍해졌다. 가만보자......나는 올 한해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의 주머니돈을 털어보았는가. 정애리씨만큼 후원할 수는 없다. 나도 내 형편이 있으니까. 하지만 꾸준히 어떤 아이를 위해 후원금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그런사람이 얼마만큼이나 있을라고......싶었는데 이번달에 읽었던 해외구호활동 관련 책들을 종합해 보면 수십만, 아니 수백만일 수 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다.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 소심한 몇몇의(불규칙적 후원) 후원만으로 ' 괜찮아. 나는 후원했잖아?'라며 자만(?)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머쓱해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저자의 말 ' 미안하다.'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이 아이들 앞에 서서 펜을 들고 있는 저자와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먼저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하는 사진작가는 그들 앞에 서 있는 자체가 미안한 것이라고 한다. 존재 자체가 미안한 상황. 더 건강하고, 잘 살고 있고, 맘놓고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이유가 미안한 것이란다.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눈물을 이해하니까, 그래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했다.

 

에티오피아는 ' 녹색기근'이란 닉네임이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푸르른 풍경. 그러나 부족한 식량으로 아이들이 죽어간다. 에티오피아의 에이즈 아이들. 그 중 압둘이란 아이의 말이 가슴을 콱! 하고 누른다. 월드비전 사람들이 질문을 해도 말이 없던 그 아이. 뭔가 죄를 지은 듯 땅만 보던 아이가 월드비전 식구들이 떠나려 할때 달려와 저자의 소매끝을 붙잡고 영어로 또렷하게 말했다.

" Pray for me(날 위해 기도해주세요)."

배고프다, 날 좀 데러가달라, 돈을 좀 달라. 물을 달라. 학교에 가고 싶다는 등등의 수많은 말을 뒤로하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자는 그 아이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자고 말하지 못한다. 희망만을 부르짖기엔 현실이 참담하다. 희망이 당장 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마저 없다면 살 가치 조차 없을 거다. 그래서 희망없이 살 수는 더더욱 없다.

 

굶주린 자도 희망을 가져야 하고,  배부른 자도 희망과 꿈을 가진다. 희망이란 그 어떤 굴곡을 가지지도 않은 직선이고 그 어떤 그라데이션도 가지지 않은 색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평등이다. 그 양도 그 색도 간섭할 수 없는,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제2의 빛인 것 같다.

 - 세상은 너희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은 계속 너희를 모른 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게. 세상은 너희를 잊어도,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P. 300)

틀렸다. 저자의 말은 틀렸다. 세상은 이제 점차적으로 그들을 인식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이 책을 읽은 그 어떤 이들이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도움의 손길은 점점 커질 것이고, 작은 시작이지만 언젠간 큰 줄기를 이룰 것이다. 나도 약속할게. 너희를 절대 잊지 않아. 희망의 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널 위해 기도할거야........정말 약속할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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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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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서 이사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나는 내집마련의 꿈을 설계했다. 바로, 전원생활이다. 결혼을 하면서 ' 함께 사는 남자'에게 미래엔 전원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천만다행이게도 그 또한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목표 하나가 같은 선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설레였고 내집마련을 했지만 이 아파트생활이 길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원생활이라는 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꿈이라며 생각을 부풀리고 말아버린다. 게다가 생활의 윤택함(?)을 누리지 못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이는 부자나 할 수 있는 생활이라고 까지 하는데..... 그 이유는 교통수단의 어려움이 아닐까 싶다. 개인의 차가 없으면 도시의 문화를 즐길 수 없다는 문제점. 게다가 교통비는 어쩌냐. 멋들어지는 전원주택을 건축할려면 돈은 또 얼마나 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파트에서 자라지 않았던 나는 아파트 베란다를 못살게 군다. 지저분하게 흙이 떨어지는 건 고사하고, 모양빠지는 스티로폼 박스를 송곳으로 숭숭 구멍뚫어 양파망을 깔고 흙을 담은 뒤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파를 심었다. 가끔 가위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그 파의 푸른 줄기 하나를 따오는 기쁨이란...... 그런데 문제는 게으름이다. 물주기를 잊어버려 죽게 한 화초가 얼마인지 모른다. 허나 파는 다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굳건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파는 얼마전 싹뚝 잘라버린 자리를 새 순으로 채워 올리고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새로 돋아나는 파를 보면서 전원생활을 하면 이런 즐거움으로 내 삶을 채워나가도 괜찮겠다 싶다.

 

 

 



 

 

< 사는게 참 행복하다 >의 저자는 포항 CBS보도제작국장 조중의 작가다. 얼마전 <구룡포에 살았다>책을 펴내 화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의 시골 생활을 담은 이 에세이를 만나니 당장 그가 사는 그 동네로 가보고 싶다. 게다가 그와 내가 사는 곳이 같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공감대다. 다만 나는 도시에 살고 있고 그는 시골에 살고 있다. 요즘 ' 귀농 '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처럼 조중의 작가가 귀농을 한 것은 아니다.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골생활을 즐긴다.

 

예전에 내가 살던 곳엔 좁았지만 마당이 있고, 화단도 있었다. 넓은 옥상은 빨래만 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여름 무렵 쪼로록 화분을 2열로 늘어놓고 매일매일 물을 줬다. 그럼 가을에 활짝 하얀국화 혹은 노란국화가 그 무엇보다도 탐스럽게 피어난다. 평상을 제작해서 여름 날 고기를 구워먹고, 시원하게 누워 별도 구경했던 옥상. 그래서 나는 그런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조중의 작가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던 인생의 반을 뒤로하고 남은 인생의 반을 한적한 시골 생활로 채워넣고 있다. 푸성귀 밥상을 들고 앉아도 행복하단다. 늘 먹던 돈까스와 햄보다도 더 맛있는 야채쌈.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베어물면서 식구들이 둘러 앉아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밥상머리 행복 라이프.

 







 


시골에 살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웠다. 그런데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바람도 그랬고 눈도 그랬고 비도 그랬다.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

이들의 그리움은 나보다 오래된 것이리라.

(중략)

그리움이야말로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힘을 내게 하는 동력이다.

 

 

(P. 16)


 

 

나무로 소박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은 집과 넓은 마당. 마당 안에는 계절마다 마주할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고, 수국이 만발해서 비와 리듬을 맞춰 음악을 연주하고 단풍나무가 수줍게 볼을 붉히고... 떨어진 낙엽들은 발과 함께 스그럭 스그럭 마찰음을 낸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귀에 꽂은 MP3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듣기 좋다. 흙이 이는 길을 걷다보면 그 냄새가 좋아 평소 하지 않던 심호흡도 해보고 봐지지도 않던 하늘까지 올려다보며 웃음을 삐죽 흘리기도 하는 그런 곳. 시골이란 곳은 촌스럽지만 상당히 매력적이다.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생활이 좋다지만 암만 그래도 내 눈은 시골의 풍경을 더 사랑한다. 내 마음보다도 눈이 알아보는 그 곳이 바로 시골이다. 동네 사람들의 사연들, 키우던 진진이가 실종되는 사건, 연탄불 갈러 다니는 수고스러움, 단풍나무의 가지를 쳤지만 그 자리를 다시 치료해 주던 이야기 등등 조중의 작가가 10년동안 시골생활로 있었던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이다. 시골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저자는 시골이 주는 불편함보다 시골이기에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즐겨 앉는 의자를 길고양이와 나눠 사용하고, 텃밭 아래까지 내려오는 고라니의 등장에다  집안으로 날아든 벌 이야기까지...... 어떻게 보면 그냥 조중의 작가가 시골에서 생활한 매일을 굵은 가지들만 정리해 적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생활 에세이의 특징은 이런 소소함이고, 그 소소함이 어느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가 있기에 에세이는 매력적이다. 사람이 다 같을 순 없기에 내 이야기와 다르고, 또 그 이야기들은 나와 닮은 부분이 있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 삶을 통해 저자는 행복함을 찾았고, 저자의 삶을 비추어 나 또한 지금의 삶에서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

 

 

'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도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저자. 저자의 시골생활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나의 꿈을 확고하게 다져준다. 조금 불편하면 어떠랴. 한번 더 걸으면 되고, 조금 심심한 반찬을 먹으면 어떠랴. 탄소발생율을 낮춰 환경을 살릴 수 있고, 조금 외로우면 어떠랴. 외로움은 그 어떤이를 더욱 그립게 하는 추억을 선사하지 않나....... 기우는 해가 쏟아내는 햇살을 맞으며 창가에 앉아 잎차를 마실 때 고라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잘려고 누우면 개굴개굴 거리는 개구리의 자장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활이 주는 몇 안되는 불편함 따윈 걱정말자. 나도 시골에 가서 풍덩한 꽃무늬 바지 입고 호미질로 내 밥상을 푸릇하게 만들고 싶다. 정말 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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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습관 -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의 10가지 비밀
이승남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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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의 10가지 비밀  - 100일동안 100명의 생생 셀프 안티에이징 보고서

 

우리나라 티비 프로그램중 ' 스타*'에서 실제 나이보다 20년 젊어보이는 사람들이 나온 적 있다. 게스트들은 그사람들의 실제 나이를 알아맞추느라 바쁘고, 시청자인 나도 눈을 꿈뻑이며 HD화면빨로도 찾아낼 수 없는 숨은 나이를 발견해 보고자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도데체 어디서 그런 젊음을 얻은 것일까? 성형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전제가 없었다면 보톡스 혹은 필러같은 성형의 힘이거니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티에이징. 요즘 연예인들의 나이를 모르는 피부와 몸매를 드러내보여 모두다 안티에이징에 힘쓰고 있다. 비타민을 챙겨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고현정의 피부비결의 솜털세안법이 유행이며 고현정은 차안에서 절대 히터를 틀지 않는다는 비법, 황신혜의 운동다이어트법 등등.. 모두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사람들의 작은 노력들이 일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죽음을 맞이한 보도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헬스장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풍요롭다고 하니, 건강증진의 시대가 도래된 것은 확실하다.

 

KBS프로그램 중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자주 뵙던 이승남 박사님이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비법을 전하고자 저술하신 <젊음의 습관>을 만났다. 게다가 청소년, 젊은 여성, 젊은 남성, 중년남성, 갱년기 여성으로 세분화하여 그에 맞는 건강보조식품(비타민&미네랄제품)까지 출시하게 하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복용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와 국민의 건강을 위한 노력으로 저술, 방송활동, 건강식품개발등에 매진하고 계신 이승남 박사님의 명강의를 한권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연령대별 공통 행동 강령

 

1. 하루 1.8리터 이상 물을 마셔라.

2. 슈퍼푸드, 하루도 거르지 말고 먹어라

3. 비타민, 건강보충제가 아니라 필수영양제다.

4. 평소 먹는 양의 4분의 3을 30번씩 꼭꼭 씹어 먹어라.

6. 잠이 보약이다. 숙면ㅇ르 취하라.

7. 생활 속 피부 습관을 반드시 지켜라.

8. 칼슘 섭취와 제자리뛰기로 뼈를 튼튼히 하라.

9. 꾸준한 자극으로 뇌를 단련하라.

10. 호르몬을 지켜라.


얼마전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운동했더니 원래 체력이 강한 사람 못지않게 오래 산 반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안하면 타고난 체력과는 상관없이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몸을 아끼지 말라는 이승남 박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늘 집에만 있는데다 날이 쌀쌀하다는 이유를 더해 앉아서 책 읽거나 아이들과 노는 일이 다인 내가, 이리뛰고 저리 뛰며 엉덩이 붙일 시간이 없던 일하던 때와 비교하면 훨씬 못해진 몸이다.  몸이 자꾸만 뻑뻑해지고, 뻐근하고 힘이 없는 듯 하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오르며 작은 동산조차 한번에 오르지 못해 몇번이고 쉬어야 하는 체력에 스스로 흠씬 놀랐다. 그래서 요즘 나가지는 못해도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 오고 있었다.

 

스트레칭만으로도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직업의 특성상 충분히 알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물을 2리터 정도 마셔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아는데...이렇게 쉬운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 이 책의 100인의 참가자들 역시 대다수가 물마시기의 실천으로 큰 변화를 얻어낸 사람들이였다. 그리고 밤에 눈뜨고 뭔가를 하는 일. 예전 직장생활이 교대근무지라서 밤에 눈뜨고 일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올빼미족이라 불리우며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까지 새벽에 잠드는 일이 허다하다. 건강을 위해 점차 시간을 당기고는 있는데, 나부터 변하는게 순서임은 틀림없다.

 

자연에 가깝고 영양 가득한 식품을 우리는 슈퍼푸드라고 한다. 이런 식품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도 풍부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신진대사를 수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은 우리 몸에서는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강력추천 슈퍼푸드=

단백질에 좋은 ㅣ 가지,감,감자,검은쌀,검은콩,검은깨,고구마,고추,김,깻잎,녹차,달걀,당근,도토리묵,등푸른 생선,마,마늘

지방에 좋은 ㅣ 메밀,무,미나리,미역,다시마,밤,버섯,브로콜리,사과,석류,솔잎,수박,멜론,식물성기름,양배추,배추,양파

탄수화물에 좋은 ㅣ 양파,연근,오렌지,옥수수,올리브오일,우유,유자,자두,자몽,조개류,치즈,카레,콩류

식이섬유에 좋은 ㅣ 토마토,파,파래,파인애플,키위,포도,호박,멸치

 

몸이 자주 붓는다면 자기전 물을 과하게 마셔서 그렇거나 또다른 이유, 바로 중금속때문이란다. 중금속이 몸에 쌓여 있어 그러하다는데, 그럼 어떻게 중금속을 배출해야 할까? 배출방법 첫번째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항산화물질을 섭취해 중금속의 독성을 무력화. 두번째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균형을 맞춰 자연스럽게 독소를 배출해 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강력한 항산화제는 바로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비타민C다. 비타민 C를 과하게 먹어 설사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비타민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몸에 독소가 많이 쌓인 경우엔 설사가 긍정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모발검사로 중금속의 중독 여부를 확인해 보는 절차가 필요하겠다.

 

자가진단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물론, 단락의 요점정리로 머릿속을 정돈하게 하고, 상세한 설명으로 오래 기억되게 도와주며 100인의 참여자의 생생한 체험후기를 통해 나와 비교해 볼수 있다. 이 책에서 얻은 또 하나의 작은 지식! 바로 생수를 먹어라는 것. 최근 주변에서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생수가 잘 먹히니 끓인 보리차를 두고 마셔라고 권유받았다. 보리차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승남 박사님은 생수를 권한다. 생수가 잘 먹히지 않는다면 둥글레차나 옥수수차를 진하게 끓여 ' 생수와 섞어 마셔라.'라고 권하고 있다. 끓인 물은 미네랄 등이 파괴되기 때문이란다.

 

우리 가족은 건강보조식품을 먹지 않는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된다. 저절로 생기는 것이 비타민 아니냐 라는 사고가 지배적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밖에 나가 해도 못 보는 나, 골고루 음식을 챙겨 먹지 못하는 나는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 C제품을 챙겨먹어야 한다. 자만하지 말고 지금부터 열심히 내 몸을 위해 젊음의 습관을 들이자. 처음이 어렵지 습관되면 쉬운 것들이다. 하루 세끼 식사를 먹는 것처럼, 하루 세번 양치질을 챙기는 것처럼 젊음의 습관을 생활습관처럼 길들여보자. 어느순간 흘러가는 세월을 10배속느림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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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로드 - 걷고 만나고 사랑하라
KBS 희망로드대장정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의 눈을 보면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요즘들어 부쩍,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개발 도상국인 줄 안다. 그러나 세계적인 평가를 보면 그 어떤 나라보다도 IMF를 빨리 극복한 나라. 그리고 선진국 단계로 단숨에 도약한 나라라고 한다. <희망로드>에 소개된 8개의 나라. 그 나라중에는 우리가 힘들 때 자원을 공급했던 나라도 있었다. 지금은 입장이 바뀐 상태. 우리가 힘들때 그들이 구원의 손길을 주었듯이, 우리도 이렇게나마 도울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전광렬 - 라이베리아(북대서양에 접한 서아프리카에 위치)

한고은 - 페루(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

박신양 - 시에라리온 ( 서아프리카 남쪽에 위치)

유승호 - 남부 아시아 인도의 남쪽 인도양에 위치)

이성재 - 볼리비아 (남아메리카 중앙부 브라질 남서부에 위치)

엄지원 - 우간다 (아프리카 중앙 동부에 위치)

고두심 - 동티모르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섬)

한은정 - 앙골라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

 




 

여덟 명 스타 - 고두심, 전광렬, 박신양, 이성재, 한고은, 엄지원, 한은정, 유승호 - 행동이 말보다 큰 소리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돌아왔다......

 


이 책은 ' KBS 사랑의 리퀘스트 희망로드 대장정 ' 제작팀과 우리나라 8명의 스타가 함께 8개국을 찾아가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한 기록이다. 미디어로 접한 것보다 더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함에 이맛살이 펴지지 않는다. 인간도 층이 있나? 인간도 높고 낮음이 있었나 싶어 되돌이표를 무한 반복했다.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읽고 다시 읽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던가. 용변을 본 물을 길러 빨래를 하고 옆에선 그 물을 마시고 있다. 다섯살 아이가 6개월짜리 아이와 몸무게가 같다. 전광렬은 아이를 한참 안고 있어도 팔이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8개국 중에서 가장 참옥한 지역을 꼽으라면 서 아프리카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이다. 시에라리온에서 박신양이 만난 촌장님의 오른손. 손가락이 없는 그 손을 잡은 박신양의 손. 그 사진 한장을 보면서 나는 기껏 8개국 중에서 3번째 나라를 마주했는데 눈물이 흘러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우선은 너무 화가 났다. 최고급 다이아몬드 원산지로 유명한 이곳은 내전으로 피해가 막대했다. 1996년 3대 대통령 아메드 테잔 카바가 국민들에게 "평화를 위해 손을 잡자"라고 선포하였는데, 그때 반군의 수장이 '"손이 없다면 투표도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곤 닥치는대로 아이들의 손 다리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자신의 팔 다리 혹은 손 발을 잘린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 노 리즌 " 이라고 답하면서 환하게 웃었단다. 이유없다고.....그런데 왜 투표도 못하는 아이들의 손을 잘랐던 것일까. 이 울컥하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책을 잠시 덮었었다. 소년병들이 자신의 부모와 형제의 팔, 다리, 목숨을 찔러야만 했던 그 순간들이 끔찍하다. 죄를 지은 그들이 돌아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인지.....

 




울고있는 이 가족들의 부서진 가슴을 주워 나는 옷 속에 넣었다. 
그것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P. 173) 



희망을 갖고 있는 한, 꿈을 꾸는 한,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것을 이곳 아이들은 안다. 그래서 얼굴의 근육은 굳지 않고 우리에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열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꿈이 꺾이지 않도록, 그 희망이 젖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동안 무심하게 '"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아니야. 나도 살기 각박한데....나의 이 작은 푼돈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한 지난날이 떠올라 화끈거린다. 하찮은 100원도 모이고 모이면 그들에겐 생명을 구할 영양 죽 한 그릇이 될 텐데......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았다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를 대지말고 도와주자.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그리고 꿈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자. 

그 아이들의 때묻은 얼굴, 악취나는 옷가지들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눈빛에 뻑뻑해져 오는 내 눈을 비볐다. 아이키우는 엄마라서 더 아리는 가슴이 아닐까 싶다. 8명의 스타가 그 나라에 선물한 학교, 의료, 트렉터등이 그들에게 희망의 싹에 물을 주고 퇴비를 주어 나무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이들의 꽃같은 얼굴이 시들지 않도록, 희망의 날개가 눈물에 젖지 않도록 그들을 내 품속에 품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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