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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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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서 이사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나는 내집마련의 꿈을 설계했다. 바로, 전원생활이다. 결혼을 하면서 ' 함께 사는 남자'에게 미래엔 전원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천만다행이게도 그 또한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목표 하나가 같은 선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설레였고 내집마련을 했지만 이 아파트생활이 길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원생활이라는 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꿈이라며 생각을 부풀리고 말아버린다. 게다가 생활의 윤택함(?)을 누리지 못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이는 부자나 할 수 있는 생활이라고 까지 하는데..... 그 이유는 교통수단의 어려움이 아닐까 싶다. 개인의 차가 없으면 도시의 문화를 즐길 수 없다는 문제점. 게다가 교통비는 어쩌냐. 멋들어지는 전원주택을 건축할려면 돈은 또 얼마나 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파트에서 자라지 않았던 나는 아파트 베란다를 못살게 군다. 지저분하게 흙이 떨어지는 건 고사하고, 모양빠지는 스티로폼 박스를 송곳으로 숭숭 구멍뚫어 양파망을 깔고 흙을 담은 뒤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파를 심었다. 가끔 가위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그 파의 푸른 줄기 하나를 따오는 기쁨이란...... 그런데 문제는 게으름이다. 물주기를 잊어버려 죽게 한 화초가 얼마인지 모른다. 허나 파는 다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굳건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파는 얼마전 싹뚝 잘라버린 자리를 새 순으로 채워 올리고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새로 돋아나는 파를 보면서 전원생활을 하면 이런 즐거움으로 내 삶을 채워나가도 괜찮겠다 싶다.

 

 

 



 

 

< 사는게 참 행복하다 >의 저자는 포항 CBS보도제작국장 조중의 작가다. 얼마전 <구룡포에 살았다>책을 펴내 화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의 시골 생활을 담은 이 에세이를 만나니 당장 그가 사는 그 동네로 가보고 싶다. 게다가 그와 내가 사는 곳이 같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공감대다. 다만 나는 도시에 살고 있고 그는 시골에 살고 있다. 요즘 ' 귀농 '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처럼 조중의 작가가 귀농을 한 것은 아니다.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골생활을 즐긴다.

 

예전에 내가 살던 곳엔 좁았지만 마당이 있고, 화단도 있었다. 넓은 옥상은 빨래만 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여름 무렵 쪼로록 화분을 2열로 늘어놓고 매일매일 물을 줬다. 그럼 가을에 활짝 하얀국화 혹은 노란국화가 그 무엇보다도 탐스럽게 피어난다. 평상을 제작해서 여름 날 고기를 구워먹고, 시원하게 누워 별도 구경했던 옥상. 그래서 나는 그런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조중의 작가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던 인생의 반을 뒤로하고 남은 인생의 반을 한적한 시골 생활로 채워넣고 있다. 푸성귀 밥상을 들고 앉아도 행복하단다. 늘 먹던 돈까스와 햄보다도 더 맛있는 야채쌈.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베어물면서 식구들이 둘러 앉아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밥상머리 행복 라이프.

 







 


시골에 살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웠다. 그런데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바람도 그랬고 눈도 그랬고 비도 그랬다.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

이들의 그리움은 나보다 오래된 것이리라.

(중략)

그리움이야말로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힘을 내게 하는 동력이다.

 

 

(P. 16)


 

 

나무로 소박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은 집과 넓은 마당. 마당 안에는 계절마다 마주할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고, 수국이 만발해서 비와 리듬을 맞춰 음악을 연주하고 단풍나무가 수줍게 볼을 붉히고... 떨어진 낙엽들은 발과 함께 스그럭 스그럭 마찰음을 낸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귀에 꽂은 MP3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듣기 좋다. 흙이 이는 길을 걷다보면 그 냄새가 좋아 평소 하지 않던 심호흡도 해보고 봐지지도 않던 하늘까지 올려다보며 웃음을 삐죽 흘리기도 하는 그런 곳. 시골이란 곳은 촌스럽지만 상당히 매력적이다.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생활이 좋다지만 암만 그래도 내 눈은 시골의 풍경을 더 사랑한다. 내 마음보다도 눈이 알아보는 그 곳이 바로 시골이다. 동네 사람들의 사연들, 키우던 진진이가 실종되는 사건, 연탄불 갈러 다니는 수고스러움, 단풍나무의 가지를 쳤지만 그 자리를 다시 치료해 주던 이야기 등등 조중의 작가가 10년동안 시골생활로 있었던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이다. 시골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저자는 시골이 주는 불편함보다 시골이기에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즐겨 앉는 의자를 길고양이와 나눠 사용하고, 텃밭 아래까지 내려오는 고라니의 등장에다  집안으로 날아든 벌 이야기까지...... 어떻게 보면 그냥 조중의 작가가 시골에서 생활한 매일을 굵은 가지들만 정리해 적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생활 에세이의 특징은 이런 소소함이고, 그 소소함이 어느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가 있기에 에세이는 매력적이다. 사람이 다 같을 순 없기에 내 이야기와 다르고, 또 그 이야기들은 나와 닮은 부분이 있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 삶을 통해 저자는 행복함을 찾았고, 저자의 삶을 비추어 나 또한 지금의 삶에서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

 

 

'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도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저자. 저자의 시골생활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나의 꿈을 확고하게 다져준다. 조금 불편하면 어떠랴. 한번 더 걸으면 되고, 조금 심심한 반찬을 먹으면 어떠랴. 탄소발생율을 낮춰 환경을 살릴 수 있고, 조금 외로우면 어떠랴. 외로움은 그 어떤이를 더욱 그립게 하는 추억을 선사하지 않나....... 기우는 해가 쏟아내는 햇살을 맞으며 창가에 앉아 잎차를 마실 때 고라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잘려고 누우면 개굴개굴 거리는 개구리의 자장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활이 주는 몇 안되는 불편함 따윈 걱정말자. 나도 시골에 가서 풍덩한 꽃무늬 바지 입고 호미질로 내 밥상을 푸릇하게 만들고 싶다. 정말 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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