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연필로 스케치 하고 수채물감으로 맑게 색을 입힌 동물들과 주인공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저마다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 아이와 친구라는 점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관찰책으로 쨍하게 카메라로 찍힌 실제 사진으로 구성된 책들만 보여주다가 눈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손그림으로 그려진 동물을 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자연을 카메라라는 인공의 기계로 담지 않아서 그런 느낌이 든 것일까? 실사로 접해주어야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인지하겠지 하는 생각은 의외로 무너졌다. 스케치된 그림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물이름을 대는 너무나 귀여운 딸들...^^ 주인공 아이는 자연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동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개발에 정면 거부를 표명한다. (실제로 입장을 표명하기에 우리 아이들은 너무 유약하지만 말이다.) 나 역시 아파트 대단지에 살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동물 등 자연을 접하게 해주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넘어져도 포근히 감싸줄 흙이 아닌, 세게 까져서 무릎을 쓰라리게 하고 피나게 하는 콘크리트 바닥이 전부인 동네에 우리 아이들은 살고 있다. 위험한 동물이 아니라면 산책로에 함께 해도 좋을텐데... 우리 아이들이 동물을 보려면 주말 교통체증을 뚫고 미어터지는 동물원에서 아빠 어깨에 올라타 무등을 타고 봐야 하는 이 현실... 이대로 개발 위주의 삶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더욱 황량한 미래를 맞이하겠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동화로 접하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바, 우리들이 추구하는 미래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책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블레이드 러너 도 생각이 나고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날씨 탓이었을까? 가까운 미래를 상정하고 글을 쓴 작가... 그러나 막연한 상상의 세계라고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늙고 나이들어 병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막상 나이들지 않고 세상은 변해가는데 자신은 늘 그대로라면 그것도 또한 그리 즐겁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과학실험실에서 철저하게 제3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관찰하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때로는 자극적으로 때로는 잔혹하게 느껴져 중간중간 읽기 힘들었다. 초기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어렵기도 하고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당황했지만, 점점 드러나는 스토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차이는 서로간의 소통과 감정교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 모성, 눈물까지 말살된 채 기계화 공정의 룰을 따라가서 60세로 판정나면 더이상의 가치가 없는 폐기물 처리가 된다는 것... 사랑과 애착으로 형성되는 2세와 스킨십조차 할 수 없이 모유를 분비하는 호르몬을 투입하여 아기와 엄마는 서로 눈도 맞출 수 없이 먹이고 먹는 각각의 역할만을 할 수 없는 시스템... 갓 태어난 아이의 영롱한 눈빛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싶었다. 젊은 세대인 내가 읽어도 미래세계가 섬칫한데 연세 많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무척이나 서글퍼질 내용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애완동물이 된 진과 세파를 다 견뎌낸 나이든 여인 수의 이야기... 각자 따로 떨어져 모진 어려움을 견뎌내고 수십 년 후에 재회한 두 사람~ 우리 사회는 분명 건강하고 아름답지만 어두운 부분도 있음을 조명한 작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침잠한 후 드디어 써냈다는 이 책... 심도있는 이야기~ 때로는 스피디한 진행으로...때로는 아픔을 여과없이 차분히 노출하는 작가~ 미래의 이야기지만 눈에 보이듯이 형상화해낸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다음 작품에는 더욱 어두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여 기대가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와의 대담 파트를 읽으며 이해를 다 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겼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부모님 그리고 시부모님을 떠올려 보게 된다. 또한 다 읽고 나니 남편에게도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흔히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식들 잘해줘 봐야 다들 자기들 혼자 큰줄 안다...키워준 공이 없다...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자식이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자식들의 뒤를 끊임없이 좇으며 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우리들의 부모님... 이 책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필자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그리운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거칠고 주름진 손이 클로즈업된 사진은 가슴이 쿵 내려앉게 했다.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저 철없이 부모님 곁을 떠나서 독립하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해 있다가 막상 결혼해 생활해보니 부모님의 품이 그리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더 살뜰히 챙겨드릴 것을...예쁘고 듣기 좋은 말도 많았는데... 왜 그렇게 표현하질 못했는지...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 책에서는 부모님 살아실제 꼭 함께 경험하고, 부모님께 해드리면 의미있는 것들에 대해 몇가지 열거한다. 목욕탕에 가서 때도 밀어드리기, 노래방에 가서 실컷 함께 노래부르기 등등~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가 흔히 말하는 낀세대 라고 하지 않는가~ 위로 부모님을 하늘같이 섬기셨고, 아래로는 자식, 며느리 눈치보기에 바쁘시니... 특히 딸을 위해 손주 돌보는 것까지 마다 않으시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돌보는 입장이라서일까? 더욱더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옛날 식구들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겠다시며 아랫목에 어머니의 고단한 몸을 누이시기 보다 먼저 가족들의 밥공기를 들이미셨던 어머니...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내가 받은 그 커다란 사랑만큼 우리 딸들에게 내리사랑으로 다 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나마 필자는 아들보다는 딸이 부모에게 더 가까운 것 같다는 부러움을 나타낸다. 아무래도 딸들은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큰 경험을 하기에 부모에 대한 애틋함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셨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내가 먼저 남편과 함께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여 보다 친근한 부모로 아이들에게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우리들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시고 이만큼 장성하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따뜻한 전화 한 통과 함께 이번 연휴에 찾아뵙고 손주들의 귀여운 재롱도 보여드리며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손주들과의 정다운 끈을 이어드리고 싶다.
핸드폰 악동이라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양한 입장에 서볼 수 있었다. 10여년 전 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가서 중3 담임을 해보았는데 그 시절에도 수업 중에 문자메시지 보내고 장난치고 사탕을 먹고... 어린이의 순수함을 벗어난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대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때는 교사를 꿈꾸었지만 현장에서 이상과 다른 현실에 적잖은 실망을 해서 그 길을 접었지만 교사란 아이들의 인생의 등대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라 지금은 가끔씩 그 길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어느덧 아이들이 조숙해서인지 그러한 상황이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발생하는구나 싶은 것에 우리 선생님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나... 학부모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니 무척 당혹스러웠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이 있지만 근무시간에는 곁에서 지켜볼 수가 없으니 아이와의 연락이 더욱 간절해질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학교에 쳐들어간달지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호기심 많고, 나쁜 의도는 없지만 핸드폰의 사용예절에 대해 배우지 못한채 쥐게 되는 핸드폰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중간에는 핸드폰 중독지수를 알아보는 칼럼이 소개된다.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깜빡하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한 경우 하루종일 회사에서 안절부절하는 내 모습도 중독자의 모습과 다름 아니리라. 수업 중에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곳에 핸드폰을 모아두는 핸드폰 호텔... 또는 핸드폰 없이 1박2일을 친구들과의 캠프생활로 지내보는 경험~ 다양한 솔루션을 이 책은 신선하게 제시하고 있어 일선 교사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경험으로 희한하게 듣고자 하지 않는데도 공공시설이나 대중교통에서 핸드폰 통화를 큰소리로 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 대화내용에 신경이 쓰여 목적지까지 통화자와 함께 3자 통화를 하듯이 통화내용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는 경우가 많다. 벨소리가 마치 자신인양 과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디서나 울려퍼지는 벨소리로 성가신 경우도 꽤 많으니 정말 문제가 된다. (사실 늘 진동모드인 나는 벨소리와는 무관하니 필요없는 지출도 발생이 안된다^^) 예절교육, 가정교육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때이다. 아이들이 커서 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 되기 때문이다.
소현을 읽으며 등장인물도 생각보다 많고, 쉽지 않아서 작가분이 책의 앞부분에 친절히 표시해둔 청나라의 왕의 계보를 들추어가면서 읽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시기에도 패륜은 있지만 왕이기 전에 아버지와 아들인데 서로 죽이려고까지 하는 권력에의 욕구가 참으로 두렵게 느껴지고 부자간에 서로 애틋한 정이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숨기고 수박 겉핥는 소리만 하는 두 사람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소현에게는 봉림 외의 형제들이 있어 그 길고 외로운 시간들을 감내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무엇이며, 형제란 또 무엇인지에 대해 그 존재의 감사함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타국에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 조선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채 청의 황제에게 모욕을 당해가면서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에 근거한 소설이기는 해도 그 고뇌와 고독을 너무도 그림처럼 그려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동생인 봉림과는 너무 다른 성향의 소현이 어찌보면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결정적인 순간 뒤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나는 그 역시도 본국에 있는 임금인 아버지를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직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내 아이들 역시 내가 잠시만 사라져도 분리불안을 겪는 듯해서 마음이 무척 아파온다. 소현이 수년간 부모 곁을 떠나 있었으나 봉림을 왕으로 추대하기 위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의 사후에 소현의 핏줄을 싹 다 없애버렸다 하니 아버지의 독함이 하늘에 닿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소현의 죽음이 참으로 베일에 싸여져 있고, 진실은 어디에 있을지 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듯 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에 충실한 우리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그 기록조차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진실에 대한 갈구는 커져만 간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에 있었고, 조금더 올라가면 속국의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들은 그 고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유란 그 자유가 구속되고 속박되어야 그 진가를 안다고 하지 않던가~ 죽은 자는 비록 말이 없지만 그의 가치와 진실에 대해 파헤치고자 노력한 작가 덕분에 잊고 있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