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을 읽으며 등장인물도 생각보다 많고, 쉽지 않아서 작가분이 책의 앞부분에 친절히 표시해둔 청나라의 왕의 계보를 들추어가면서 읽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시기에도 패륜은 있지만 왕이기 전에 아버지와 아들인데 서로 죽이려고까지 하는 권력에의 욕구가 참으로 두렵게 느껴지고 부자간에 서로 애틋한 정이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숨기고 수박 겉핥는 소리만 하는 두 사람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소현에게는 봉림 외의 형제들이 있어 그 길고 외로운 시간들을 감내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무엇이며, 형제란 또 무엇인지에 대해 그 존재의 감사함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타국에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 조선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채 청의 황제에게 모욕을 당해가면서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에 근거한 소설이기는 해도 그 고뇌와 고독을 너무도 그림처럼 그려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동생인 봉림과는 너무 다른 성향의 소현이 어찌보면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결정적인 순간 뒤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나는 그 역시도 본국에 있는 임금인 아버지를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직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내 아이들 역시 내가 잠시만 사라져도 분리불안을 겪는 듯해서 마음이 무척 아파온다. 소현이 수년간 부모 곁을 떠나 있었으나 봉림을 왕으로 추대하기 위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의 사후에 소현의 핏줄을 싹 다 없애버렸다 하니 아버지의 독함이 하늘에 닿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소현의 죽음이 참으로 베일에 싸여져 있고, 진실은 어디에 있을지 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듯 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에 충실한 우리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그 기록조차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진실에 대한 갈구는 커져만 간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에 있었고, 조금더 올라가면 속국의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들은 그 고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유란 그 자유가 구속되고 속박되어야 그 진가를 안다고 하지 않던가~ 죽은 자는 비록 말이 없지만 그의 가치와 진실에 대해 파헤치고자 노력한 작가 덕분에 잊고 있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