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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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달려가야 할 날이 훨씬 더 많고, 옆도 뒤도 살펴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본인이 그 일을 겪어 보거나 주변 가까운 이들에게 일어나서 직접 간접적으로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삶 가운데 바로 죽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하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무척 도움 될 듯 싶다.

어떤 이유로이든지, 삶은 지속되지만 그 끝은 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 책은 그 모든 죽음과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보여 준 여러가지 말, 행동, 상황들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암 환자와 가족들 이야기 이다. 18년 째 의사 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접했다. 생의 그 끄트머리에서 보여 준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들은 남아있는 가족들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것들을 남겨 줄 수 있을까. 그것은 한결같은, 주어진 삶을 의미있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어야 할 것인가, 와 같은 과제를 남긴다. 메멘토 모리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연하게 생각해 봐야 할 과제인 것이다.

총 4부의 구성으로, 1부에서는 "예정된 죽음 앞에서' 이다. 마지막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응과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독자 스스로에게도 질문이 되어 줄 부분이다. 내 생이 얼마나 남았있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반응을 보일 지, 그리고 어떻게 그 삶을 채워가고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 봄직 하게 한다.

"내 돈 2억 갚아라." 대단히 공감되는 환자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형제간에도 돈은 마지막 떠나는 길 앞에서도 해결되어져야만 하는 과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남는 사례 하나는, 늘 똑 같은 일상 속에서 마지막 그 순간 까지도 일상을 그대로 진행해 왔던 환자의 사례이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상을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대로 행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는 그 것 자체가 저자는 평범하지만 위대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이라는 소제목으로 2부에서도 계속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3부, "의사라는 업" 과 4부, "생사의 경계에서" 에서 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고충, 삶의 방식과 타인의 슬픔을 어떻게 해석해 가는가, 와 같은 깊이있는 생각들도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부분이다.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잣대, 남의 고난과 슬픔을 함부러 평가하거나 틀 속에 넣어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특히, 죽음이 먼저 닿기 전에 삶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한 번 쯤 해 볼 필요,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막상 그 날, 그 시간이 닿아 왔을 때에는 너무나 어이없고 준비 없었음을 탓하기 전에, 실제로 환자들이 해 볼 만한 모든 치료를 다 해 보느라고 남아있는 그 마지막 시간들을 치료에 쏟아 붓느라고 인생 정리의 시간을 다 소진해 버리고 겨우 한 달 정도의 시간만으로 인생을 정리한다고 하니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느끼게 한다. 외국의 사례에서는 대부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어느 편이 더 나을지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연명 치료, 기증, 법률 같은 부수적인 부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니 이 또한 좋은 부분이다.

특히, 암환자가 패혈증이 있을 때에는 기증도 할 수 없다는 그 말, 처음 알았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이 책에 나온 사례들, 그 밖의 절차, 법률 같은 것을 먼저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은 그 순간들이 이미 지나가 버린 한 사람으로서 아직 다가 오지 않은 시간들을 마주 대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이 책, 정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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