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 작가 10주기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남긴 산문 660여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집.

그가 세상을 떠나신지 어느 덧 10년, 그 많은 산문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모은 책이니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옆에 두고 싶은 책이다. 나도 그랬다. 이유 붙일 것도, 찾을 것도 없이 그냥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넘쳤다.

가지런한 목차 속에 각 장 당 5편에서 7편정도 모여있는 글들이 금방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여겨질 만큼 많지 않은 양이다. 독자들이 금방 다 읽어 버리고 싶지 않을 양이고 내용이다. 그야말로 야금야금 꺼내 읽는 기분으로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듯 아껴가며 읽었다. 장편도 아니어서 한 편씩 꺼내 읽으면 금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 뒷머리를 덮는 기분을 빨리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가 썼던 낱말들이 풍겨내는 그 맛이란, 여기에도 설명은 필요없다. 특히 티읏을 옛 날 방식 그대로 표현해 놓아서 처음에는 약간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다시 살펴봤다. 요즘 쓰는 방식이 아닌 그 때 그대로의 방식으로 티읏을 써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컴퓨터를 쓰지 않았던 그 때에 작가가 손으로 써 왔던 그대로, 나 어렸을 적에 간혹 어른들 중에서 그렇게 쓰던 그 방식대로 책에 나와 있으니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 질 수 밖에.

일상 속에서 하찮게 여겨졌던 그 날의 그 이야기들도 작가의 그 날 그 기분과 함께 어우러져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져 온다. 그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싶게 구수하달까, 알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바로 그만의 "글 맛" 아닌가 한다.

작가의 40대 비 오던 날의 에피소드는 그 당시 시대상의 느낌도 어찌나 진하게 담고 있는지, 글 속에 전해져 오는 버스 차장의, 그리고 그 때 버스에서 내팽겨쳐지듯 내리던 그 모습은 옛날 느낌 추억도 소환해 주었고, 크리스마스 전 날 쇼핑하던 그 장면에서 소비의 천국을 다시 재현해 주었다. 공중 전화 앞 길게 늘어선 줄 같은, 요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진 듯 오래 된 모습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글을 읽었다기 보다는 그 때 그 상황 속으로 몰입하여 그 장면들 속에 독자를 끌어들여 함께 이야기 속에 있게 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아닐 수가 없었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 그 빙판길에 밤새 쌓여 나온 연탄재 무더기를 어떻게 가져갈까, 혹시 빠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그 때 그 마음까지도, 너무나 정겹다.

"마음이 낸 길" 부터 "이왕이면 해피엔딩" 까지, "소박"하고 "진실"된 그 맛을 다시 한 번 느껴 볼 수 있다. 예전부터 박완서 작가를 아끼고 사랑했던 독자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