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길 없는 대지 - 길 위에서 마주친 루쉰의 삶, 루쉰의 글쓰기
고미숙 외 지음 / 북드라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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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온 여행기 <설국을 가다>를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독후감을 먼저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설국을 가다>의 마지막 교정까지 마치고서야 시간 여유도 조금 생겼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을 떠날 날도 가까워지고 있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루쉰, 길 없는 대지>20여년간 각자의 방식대로 루쉰을 공부해온 필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새로운 방식의 루쉰 평전입니다. 루쉰이 살았던 장소를 찾아가는 한편 그의 작품들을 연대기에 따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루쉰 온 더 로드은 루쉰의 족적이 남은 장소를 필자별로 나누어 방문한 기록입니다. 2부 라이팅 온 더 로드는 루쉰의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역시 필자별로 나누어 정리한 기록입니다.


머리말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루쉰과 생생하게 마주치고싶었을 뿐이다. 그가 머물렀던 곳에 가서 그곳의 하늘과 대지를 음미하고, 그의 사상과 말, 행동을 재연해 보고,(1부에 해당하는 듯) 그의 텍스트를 우리 멋대로 변환해 보고,(2부에 해당하는 듯) 그를 빙자하여 길 위에서 낯선 이들과 접속해보고그렇게 그와 우리 사이에서 새로운 신체성, 새로운 관계가 탄생되는 과정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8)”라고 했습니다.


10월에 떠나는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찾아 대표적인 중국근대작가 루쉰, 라오서, 마오둔의 족적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책은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 루쉰의 행적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을 함께 하는 이유는 1월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에서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취재여행인 셈입니다. 아마도 라오서의 작품과 베이징을, 루쉰의 작품과 상하이를 연결하지 싶습니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이 예고되면서부터 세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할 때보다는 시간 여유가 많아서 미리 읽은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루쉰의 작품으로는 <새로 쓴 옛날 이야기>, <Q정전과 광인일기>, <부엉이의 불길한 말> 등을, 라오서의 작품으로는 <마씨 부자>, <낙타 샹즈>, <찻집>, <고양이 행성의 기록>등을 읽었는데, 마오둔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더 읽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쉰의 경우는 그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집이 나와있고, 루쉰의 연구서도 적지 않게 나와있어서 읽어야 할 책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루쉰, 라오서, 마오둔 등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섣부르게 이야기를 할 계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근대중국의 세 작가들의 행적과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근대일본의 사회적 배경과 전혀 다른 탓인지 문학작품의 성격도 사뭇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태평양전쟁을 벌이기 이전의 일본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안정되었던 탓인지 문학의 사조가 다양하게 발전해왔지만, 근대 시기의 중국의 경우 서구열강의 압박을 받는 와중에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새로이 근대 정부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국공대립의 혼란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문학의 사조 역시 다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격동기를 살아가면서 뒤떨어진 인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루쉰의 삶과 작품활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의 실태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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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
박세현 지음 / 팬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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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하여 읽게 된 책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만화를 미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만화 미학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를 쓴 작가에 따르면 29천 년-32천 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 쇼베동굴벽화는 회화라기보다는 만화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목탄으로 사물의 윤곽을 그려낸 기법이 만화의 기법과 같다고 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만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제21항에는 만화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구획된 공간에 실물 또는 상상의 세계를 가공하여 그림 또는 그림 및 문자를 통하여 표현한 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만화의 기원은 만화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는데, 15세기 유럽이 될 수도 있고, 멀게는 이집트 상형문자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컷과 그림 안의 말풍선을 가진 오늘날의 만화 형식 및 '만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겨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라고 합니다.


어떻든 만화 미학이라는 단어도 생소하여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예스24에서 만화미학을 주제로 찾아보면 만화미학이라는 주제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6권으로 박세현, 백준기, 권경민 등 3명이 작가가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책으로는 2001년에 나온 백준기의 <만화 미학 탐문>인 것을 보면 역사가 그리 짧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가 만화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라는 부제에 걸맞게, 똑같은 그림이라도 좀 다르게 보는 만화미학자의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8)”라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기왕의 미학자들의 시선과는 다를 수 있는 만화미학자의 시선으로 해석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미학과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만화미학자로서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사, 만화미학과 만화비평을 가르쳤던 경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지금까지 읽어온 미학관련 책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철학적 접근이 눈에 뜨였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천지창조: 천지창조의 원리는 수학이다?’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에는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중요한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세상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였다.(10)”로 시작합니다. 미학을 논하기 앞서 철학의 뿌리를 찾아간 셈입니다. 학문의 근원은 그리스 철학이라 할 수도 있으니 미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뿌리인 그리스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예술작품들의 상당수는 저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다만 관련이 있는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여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점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의 목록에는 64권의 책이 올라있는데, 자가 자신의 책 <만화미학 아는 척하기>가 유일하게 만화미학라는 주제를 다룬 것이었고, 외국 저자의 책들 역시 모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점이 눈에 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책을 번역해놓은 듯 중문으로 되어 있으면서 읽는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책을 낼 때마다 글을 읽어가는 흐름이 부드럽지 못한 대목은 꼭 손을 보아야 합니다. 초고를 다듬어 최종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서 판을 짠 다음에도 몇 차례의 교정을 보는 동안 거슬리는 대목이 끊임없이 눈에 띄기 때문에 편집자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꼭 짚고 싶은 대목은 ‘14. 나르시시즘: 나는 대체 누구인가에서 인용한 프리다 칼로의 <두 명의 프리다>에 대한 설명입니다. “두 프리다의 심장이 동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흰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는데, 끊어진 동맥에서 떨어지는 피가 흰 치마를 적신다.(183)”라고 합니다. 하지만 흰옷의 프리다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가위가 아니라 혈관의 출혈을 잡는 지혈감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위로 동맥을 끊은 것이 아니라 끊어져 피를 쏟고 있는 동맥을 찝어서 지혈을 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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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의 아름다움 -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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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미술품을 대상으로 미학적으로 해석한 책들은 적지 않게 읽었습니다만, 최광진교수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저가는 여는 글에서 한국의 미학을 천착해온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민족 마다의 문화적 정체성이 있듯이 우리나라도 역시 나름의 문화적 정체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미학에 대한 그의 천착은 <한국의 미학>에서 시작하여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1: 신명>,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1: 해학>,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을 거쳐 <현존의 아름다움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는 부제가 붙은 <한국의 미학>에서 각각의 문화적 정체성을 문화의지라고 전제하면서, 서양의 문화의지는 근본적으로 분화적이고, 동양은 통합적이라는 사실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적인 동양의 경우도 대륙국가인 중국은 자기를 중심으로 확장하며 통합하려는 동화의지가 강하고, 해양 국가인 일본은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조직화하려는 응축의지가 발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반도국가인 한국은 대립적인 것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접화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극처럼 하늘과 땅의 대립을 조화시키는 점화의지는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이라는 4대 미의식으로 발현되었다고 주장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4대 미의식에 대한 설명을 보면, ‘신명은 현실에서 비롯된 한과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의 가장 뿌리 깊은 미의식이고, ‘해학은 부조리한 현실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낙천적인 미의식이라 했으며, ‘소박은 한국인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미의식이며, ‘평온은 세속적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명상적인 미의식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다른 주제에 대한 설명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만, 저자가 여는글에서 정리해놓은 이 책의 구성을 보면 먼저 서장에서 평온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와 같은 정의에 적용한 방법론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대 불교조각, 고려의 불교회화, 조헌의 문인화를 거쳐 현대미술에서 평온의 미의식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4가지 주제는 우리나라의 미술품은 물론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미술품은 물론 유럽의 것까지 아우르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형식의 조각이나 회화 등 다양한 예술품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불교조각의 평온미를 설명하기 위하여 인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반가사유상을 비교하면서 뒤러, 미켈란젤로, 다 빈치의 회화작품 로댕의 조각을 비교합니다. 석굴암의 본존불 역시 인도의 간다라 불상, 중국 운강석굴의 대불, 일본 가마쿠라 대불과 비교하고 있어 국가별의 불상들이 가진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현존의 아름다움>에서 인용하고 있는 회화, 조각 작품들은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인 까닭에 비교하는 설명들이 금세 와닿는 것 같습니다.


몇 군데 남겨놓고 싶은 대목을 옮겨놓자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의 화제는 두보의 시에서 따온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구나(老年花似霧中看)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화제에 관한 시조를 남겼다고 합니다. “봄날 물가에 배를 띄워서 가는 대로 놓았더니 /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에 물이로다 . / 이 와중에 늙은 이 눈에 보이는 꽃은 마치 안개 속 같구나.(208)”라는 시조입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반도국가인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고, 이념적으로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평온이 요구된다고 하겠는데, 과거에 비하여 현대의 한국 예술작품들은 서양예술을 뒤쫓다 보니 한국적인 미학이 실종되어가고 있음을 아쉽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위기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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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와 수류탄 - 생활사 이론
기시 마사히코 지음, 정세경 옮김 / 두번째테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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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오는 망고와 수류탄이 어떤 관계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제목 <망고와 수류탄-생활사 이론(マンゴ と手榴-生活史理論)>을 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책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연구하는 기시 마사히코교수가 오키나와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방식으로 오키나와 사회의 변천사를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하여 사회상을 정리하는 연구방법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원래 1429년에 3개의 왕국이 통일되어 성립한 류큐왕국이었습니다. 1609년경 사쓰마번의 속국이 되었다가 메이지 시대인 1872년 류큐번으로 강등하여 속령임을 분명히 하더니 1879년에는 강제병합하여 오키나와현을 설치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 본토 상륙을 노리는 미군과 이를 막으려는 일본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오키나와에서 벌어졌습니다. 전투는 결국 미군의 승리로 끝났는데, 미군이 상륙하기 전에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을 모아놓고 수류탄을 두 개씩 준 다음 자폭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2015년 저자가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 증언에 나선 여성이 연구진에게 대접한 것이 망고였다는 것입니다. 칼집을 낸 망고는 꼭 수류탄처럼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미군과 일본군 사이의 전투와 일본군이 강요한 자폭이 벌어졌던 그때의 기억이 끔찍할 법도 한데 오키나와 사람들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했던가 봅니다.


그리고 오키나와 전투를 두고 일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일본은 가해자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인 척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전쟁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일본은 진주만 공습 이전부터 주변국가들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것이므로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 맞습니다.


사회학의 질적 조사 방법론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개인의 경험을 듣다보니 때로는 이야기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차별을 들었습니다. 차별은 때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불이익의 상태만이 아니라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학자 야기 코스케(八木晃介)의 경우 구술자의 구술을 부정하고 사회문제의 문제성을 이론 안에서 유지하는 폭력적인 방법을 구사했지만, 사쿠라이 아츠시(桜井 厚)대화적 구축주의라는 방법론에서는 조사자가 구술자의 구술내용을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의 피차별부락에서의 해방운동에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말하는 남성의 사례를 인용합니다. “차별 같은 거 이제는 없어요당신들이 차별, 차별하면서 시끄럽게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요.(71)”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별을 받았다는 혹은 받은 적이 없다는 인식은 당사자들에 따른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차별의 일반화에 따른 오류일 가능성이 있겠단 싶었습니다.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책으로 묶어낸 <설국을 가다>에서는 시마자키 도손(島崎 藤村)하카이(破戒, 파계, 1906)를 소개하면서 차별에 대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도하여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생각할 여지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내와 함께 <망고와 수류탄>을 읽고서는 오키나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일정을 맞추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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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 - 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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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했습니다. 뉴질랜드의 비중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읽은 <세상 끝 책방 이야기>입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방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가인 루스 쇼는 뉴질랜드 남섬의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에 있는 마나포우리 호수 남동쪽에 있는 마을 마나포우리에서 자그마한 책방 둘을 경영한다고 합니다.


마나포우리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에 마나포우리에서 북쪽으로 불과 21떨어진 테아나우를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수가의 작은 마을 풍경이 어떤지는 알 듯도 합니다.


<세상 끝 책방 이야기>은 작가의 자서전입니다. 출생에서 마나포우리에서 작은 서점을 경영하기까지의 삶을 28개 꼭지로 나누어 기록했습니다. 각각긔 꼭지의 이야기는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꼭지에는 책방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세상 끝 책방 이야기>은 작가와 작가의 책방의 자서전인 셈입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삶은 범상치 않다고 해서는 부족할 듯합니다. 이런 삶을 살아본 사람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은 그런 내용인데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추지 않고 고해성사 하듯이 적어낸 까닭에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요?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작가의 삶 가운데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만, 삶의 방향을 바꾸는데 있어 정상적인 사고로 정할 수 없는, 즉 설명되지 않은 행보를 보였던 경우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습니다.


책방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읽지 않는 이상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책방이야기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도 읽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손에 들어온 책은 제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일단 끝까지 읽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서는 이제 일흔이 넘으니 책이 몇 장 안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옆으로 치워버리지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시간도 없고 또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읽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요.(81)”라고 답합니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 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자왈 삼인행에 필유아사언이니 택기선자 이종지오 기불선자이개지니라)라고 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선한 것은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것은 거울로 삼아 고쳐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즉 좋아하는 책은 물론 좋아하지않는 책도 읽어야 배움이 넓어진다는 생각입니다. 즉 좋아하지 않는 책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이야기 가운데는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일랜더호를 타고 항해를 하며 몇 달 동안 일기를 계속 섰다. 하지만 몇 년 후 승선한 다른 요크 크루세이더호가 뱅골만에서 침몰하는 바람에 그만 그 일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승무원이 모두 사망한 대참사였다. 당시 나는 선장이자 선주였던 자의 능력을 믿을 수 없었고 고민 끝에 크루세이더호에서 내렸다. 사고 몇 달 전이었다.(136)” 근무하던 배에서 내리면서 중요한 소지품을 두고 내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곁을 지킨 이야기에서도 조금은 생뚱맞은 대목을 곁들입니다. “극심한 통증과 모르핀 주사가 반복되면서 어머니의 몸은 서서히 쇠약해졌다. 그래도 어머니의 정신은 맑은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책을 읽어드리면 편안히 지어 보이던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 그 미소가 내 마음속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기억이란 의도하지 않더라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세세한 부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떤 사실을 더해지기고, 잊히기도 하며, 다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되던 어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증인으로서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용기와 내면의 강인함이 선명히 떠오른다.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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