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설득; http://blog.yes24.com/document/10128036>을 읽으면서 유럽 귀족들의 삶을 엿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흔히 귀족하면 멋진 성에서 살면서 호사스러운 삶을 살 것으로 짐작을 했던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의 언론인 폰 쇤부르크가 쓴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은 그들의 삶의 진면목을 조금 더 깊세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데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읽게 된 것이지만, 사실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를 배우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귀족인 저자는 재산은 별로 없었지만, 독일의 유력한 언론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부를 쌓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불어 닥친 불경기에 해고통지를 받고 급박한 상황을 맞게 되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자의 선조는 도적떼를 막아달라면서 제공하는 금품으로 부를 쌓아 튀링겐의 잘레 강변에 쇤부르크성을 처음 세운 이래로 물덴란트로 세력을 확장하고, 18세기 무렵에는 작센의 남서부 지방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제후자리를 차지한 베티너 집안의 도전에 무너지고 말아 1803년에는 작센왕국에 봉토를 넘겨주어야만 했고, 150년이 지나지 않아 공산주의자들에게 모든 성을 빼앗기고 말았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부모세대는 상실을 감내하기 위하여 절약을 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저자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난해지는 데 뛰어난 역량을 지니셨다고 말할 수 있다(17쪽)”라고 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부를 누리고 있는 친척들 덕분에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세월이 무섭다고 부유한 귀족들도 가난한 친척들을 거두는 일이 만만치 않았음인지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차 한 잔 마시겠다고 나타나서 30년 동안 머물러 사는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저자 자신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근검절약을 체득한 부모에게 반발했던 저자는 친척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흉내내기를 하다가 부모님께 야단을 맞기도 여러 차례였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저자가 해고통지를 받고는 드디어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 이 책입니다. “지나친 소비에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기를 수 있도록 몇 가지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적은 돈을 다루는 법을 제때에 배우는 사람은 곧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 계층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자는 망해도 의연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예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배울 점을 정리합니다. 다양한 부문에서 절약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먼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기라고 권합니다. 집, 외식, 자동차, 휴가여행, 등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닏. 그리하려면 남의 시선을 무시할 필요도 있는데, 모름지기 귀족이라고 하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생각하기 나름이므로 대범하게 무시해도 좋을 것입니다.

3부에서는 돈, 즉 부가 행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과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그의 설명 가운데 사도 바울이 말한, ‘너희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듯 소유하라!(191쪽)’는 구절과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말한 ‘사치는 부유함이나 화려한 치장이 아니라 천박하지 않음에 있다(213쪽)’라는 구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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