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메워지고 말았지만, 종갓집 토방에 서면 울타리 밖으로 커다란 방죽이 보였습니다. 그 시절부터 마음 한 구석에 작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집에 사는 꿈을 담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의 삶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그 꿈은 조금씩 바래가고는 있지만, 꿈을 아주 버린 것은 아닙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나서 꿈이 조금 더 진해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 꿈은 아마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의미합니다. 소박한 삶이 선(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선(善)이라는 생각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뉴욕의 알프레드대학교 철학과의 엠리스 웨스타콧교수의 <단순한 삶의 철학>을 읽으면서 가진 생각입니다. 위에 예를 든 <월든>의 소로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인들이 소박함과 단순함을 칭송하고, 사치와 낭비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리게 살기’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소박함보다는 편리함과 사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는 ‘소박함은 도덕적 가치가 내포된 개념인가?’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소박함을 규명하려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1장은 ‘소박함(frugality)’과 ‘단순함(simplicity)’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2장에서는 단순한 삶이 인간의 도덕적 성향을 강화하는가에 대한 주요 논쟁을 검토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단순한 삶과 행복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4장과 5장에서는 앞서 제시한 논점에 대한 다양한 주장에  담긴 편향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즉, 4장에서는 소박한 삶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과 함께 부와 욕망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을 짚었습니다. 5장에서는 사치스러운 삶이 가져오는 순기능을 탐구하였습니다. 6장에서는 소박함을 멀리해야만 행복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소비사회에서 소박함의 철학이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검토합니다. 7장에서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미래의 환경적인 재앙을 막아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검토합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이 단순한 삶을 칭송하는 이유가 4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1. 도덕적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일 뿐 아니라 덕을 배양해주고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2. 실용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행복에 이르도록 한다, 3. 미학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인간이 추구하는 좋은 삶 가운데 한 가지 미적인 모법을 보여준다, 4. 종교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신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삶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에 들어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탐욕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과거라면 개인의 악덕으로 규정되던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의 사치는 다른 사람의 소득으로 이어지므로 사치는 경제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전하는 문화유적도 옛 사람들의 사치가 만들어낸 유물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경제체계는 소비수요에 의하여 움직이므로 소비가 위축되면 그 파장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사치는 개인의 몰락은 물론 사회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자의 소득수준에 맞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근본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것이나, 지나친 빈곤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사치는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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