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 - 영화의 감동을 따라 걷는 감성 여행기
김인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가까운 곳도 아닌 런던을 두 번 갔습니다. 한번은 일로, 한번은 단체여행으로. 하지만 머문 시간이 2-3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런던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려볼 수도 없습니다. 그저 비스킷의 한 귀퉁이를 조금 씹어본 느낌? 일단 맛을 보았으니 언젠가는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날을 위하여 런던에 대한 공부를 더해가려고 합니다. <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도 그 하나입니다.
이 책을 쓴 김인님은 영국에서 투어가이드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분인데, 벌써 런던을 상당히 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촬영지를 영화음악을 들으면서 여행하고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물론 영화음악까지 잘 이해하는 작가의 특장을 잘 살린 기획이라는 생각입니다. 영화촬영장소를 찾아간다는 기획이고 보면, ‘영화의 감동을 따라 걷는 감성 여행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에 딱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을 무대로 한 영화는 참 많다고 합니다.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고른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패딩턴>, <나우 이즈 굿>, <킹스맨>, <러브 액추얼리>, <어바웃 타임>, 그리고 <노팅 힐> 등 6개의 영화를 담았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노팅 힐> 한 편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런던에서 촬영된 영화는 의외로 많고, 그 영화를 보고 런던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곳의 역사 혹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보다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는 기본적인 내용만 이야기하고,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반응이 좋더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자유여행으로 런던을 찾는 분이라면 <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를 들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인증사진을 곁들이는 것도 그렇고, 줄거리는 물론 감독의 의중, 영화음악에 얽힌 이야기 등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저자가 영화 <패딩턴>을 첫머리 영화로 소개한 것은 런던과 런던 사람들의 특징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페루에 살던 작은 곰 패딩턴이 런던에 와서 살아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 패딩턴에게 비친 런던 사람의 첫인상은 “친절하고 매너 있는 사람들이 가득할 것만 같던 런던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르게 지독하게 차갑다.(13쪽)” 어쩌면 이 책의 작가가 런던에서 받은 첫인상이 이랬다는 것 아닐까요?
영화를 찍은 장소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 <패딩턴>에 나오는 탐험가협회 건물은 런던의 클럽가 폴 몰 104번지에 있는 리폼클럽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Simple is best'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영국다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30쪽)”라고 적었습니다. 영화음악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자세합니다. 두 번째 영화 <나우 이즈 굿>에서 주인공 테사가 실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에서 <Wings>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답니다.(제가 안본 영화라서...) 이 음악을 작곡한 더스틴 오 할로란은 ’미국 출신의 모던 클래식 아티스트로 (…) 피아노연주만으로 슬픔과 환희, 우울, 사랑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122쪽)‘라고 설명합니다.
음악을 했던 저자가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좋아하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확인하기 위하여 촬영현장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분에게는 완벽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