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 괜찮은 척 하지만 실은 나도 기대고 싶어
김이율 엮음 / 블루웨이브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보다는 아마도 ‘괜찮은 척 하지만... 실은 나도 기대고 싶어’라는 부제가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대로 감정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는 없었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책을 열어 첫 번째로 만나는 내용은 활짝 핀 벚꽃 사진입니다. 그것도 치렁치렁 늘어진 가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런 사진 말입니다. 배경은 비스듬하게 열어  린 덧문 아래도 굵직한 창살이 질러져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을 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컴컴한 외관이 그저 먹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꽃이 더 화사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래로 ‘스쳐 지나간 것은 왜 하나 같이 다 그리운 걸까?’라는 구절이 눈길을 끕니다.

한 장을 더 넘기면 젊은이 몇이서 비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옷을 뒤집어쓰고 무단횡단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죽죽 내리 긋는 빗방울이 선명합니다. 여기에서 ‘스며드는 것들은 왜 하나 같이 아픈걸까?’라는 구절이 젖은 아스팔트길에 깔려 있습니다. 광고계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작가의 내공이 절로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러면 언제 이유 없이 눈물이 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글쓴이는 그런 순간을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만큼 아프고 눈물겨운 것’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저자이지만, 막상 큰 슬픔이 찾아왔을 때는 희한하게도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달 쯤 지나면서부터 여러 개로 아주 작게 썰린 작은 슬픔으로 바뀌어 수시로 찾아오더라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글이 있는 것을 보면 큰 슬픔은 아마도 어머니와의 이별인 듯합니다. 그것도 아주 영원한 이별 말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그리운 날이면 하염없이 우는 것을 빼고는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그리움으로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던가 봅니다.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분들과 넉넉한 시간을 두고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그 분들의 생각이 나더라도 눈물바람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편히 쉬실 수 있게 된 것을 오히려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 꽃이 피면 네 생각이’난다는 산문을 읽고나서야 첫장에 담았던 벚꽃 사진이 이해됩니다. 첫눈이 오면 만나자던 사람이 지금은 멀리 있나 봅니다. 벚꽃이 활짝 핀 날 만났던 그 사람과의 약속이 눈을 닮은 벚꽃 피는 날 되살아나는 모양입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라고 적고, 이어서 ‘사랑은 짧고 그리움은 일생이 된다’라고 한 것을 보면 사랑했던 사람과 사별한 것은 아니고 부득이하게 떨어져 있나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당신을 담고 산다’라고 한 것을 보면 재회의 기약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 그를 떠나보낸 뒤로 ‘내 안에서 나를 채우고, 주어진 침묵의 소통을 즐기며 살아가겠다’고 스스로를 달래는 것을 보면 글쓴 이는 참 마음이 여린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대가 괴로워하고 방황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가슴 아프다’라고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여전히 너를 들으며 아직도 나는 살아갑니다’라고 자기 위안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없어서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읽는 이들이 각자 자신의 처지를 대입해서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각자의 감성의 키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작가만큼의 감성을 키우려면 책을 자주 열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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