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치를? 왜? - 요즘 것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이형관.문현경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여러 가지 이유로 흥미 있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치를? 왜?>라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끕니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대한민국의 백성 누구나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것인데, 마치 외계어를 대하듯 ‘정치’를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것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이라는 부제는 마치 정치에 무관심한 집단이 있고 그들을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요즘 것들’이라고 한 것은 보면 젊은이들을 위하여 정치가 무엇인지 설명해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의 첫머리가 “대한민국의 청년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신분 중 하나는 ‘취업준비생’이다.”라고 시작하는 것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정치에는 관심을 둘 틈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들 역시 취업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어 한이 쌓였던 모양입니다. 어떻든 그 과정 가운데 ‘탈락자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아 발표가 난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원자도 있었다’라는 대목에서는 동병상련하는 입장이라서인지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가하면 ‘정치에 실망했거나 신뢰하지 않는, 혹은 무관심한 우리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역시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 맞는 듯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실망했거나 신뢰하지 않는‘ 세대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장년들이 아닌가 싶은 시절 같습니다. 삽화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그려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본론에 들어가면 정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들을 객관적으로 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크게 다섯 개로 나뉜 글을 투표, 국회의원, 대통령,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을 주제로 합니다. 간혹 편향된 시각을 들어내는 듯한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뽑은 제8대 대통령선거가 민주 선거가 아니라는 대목에서 ‘매수된’이라고 잘라 말한 대목이 그렇습니다. 그 또한 당시의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는 합법적인 것이었으며, 우리의 역사 가운데 하나라는 점과 그들이 ‘매수되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의 분석과 관련해서도 2012년 대선이 ‘계급 배반 투표’의 전형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역대 선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여촌야도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크게 뒤흔든 사건의 벌써 세 차례나 생겼다는 점입니다. 정권이 바뀌는 선거혁명이 세 차례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 백성들이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성숙했다고 보이는 대목입니다. 물론 촛불이 정의인 것처럼 예단하는 것은 옳은 시각은 아닙니다. 촛불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대표한다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는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 재평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적어도 2008년의 촛불시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근거에 바탕한 것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투표라는 과정을 통하여 뽑은 정권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점점 커진 왜곡된 행위가 아니었나하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도는 드디어 박근혜정권을 전복하는데 성공하기까지 했으니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우려한 듯, ‘민주주의도 (…) 막역한 정서를 자극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막역한’은 맥락으로 보아서는 ‘막연한’이 옳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세력에 대한 편견의 편린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였지만, 그보다 더한 경우는 과연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떻든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전제가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남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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