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에 대하여 - 질병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을 초래하는
프랜시스 오고먼 지음, 박중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새벽 5시 40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가 봅니다. 일찍 일어나면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걱정을 조금은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젊었을 적에 하던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넘치는 의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의욕을 조금 내려놓았더니 걱정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걱정에 대하여>를 읽게 된 것을 보면, 걱정에 대한 관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미지의 미래에 관해서 초조해하는 반복적 경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독자께ㅐ서는 부디 이 책 읽기를 중단해주시라(11쪽)’는 저자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 책이 “걱정이라는 일에 관한, 그리고 걱정하는 ‘남자’의 일에 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고려말 문장가 이조년은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라고 했습니다만, ‘걱정도 병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다행히 읽다보니 이 책은 ‘걱정’을 정의하기는 하지만 걱정을 의학적으로 정의하여 질병으로 규정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다만 걱정의 의미에 관한 문학적이고 철학적 사색이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얼개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제1장은 “걱정의 임시적 정의를 콕 집어서 내린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걱정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무려 70여 쪽을 끌고가더니 손에 잡히는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5, DSM-5>에서 강박장애를 인용하는 바람에 의학적 정의를 내리는가 하였습니다만, 걱정을 강박장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작가를 포함하여 주변인물들의 걱정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하여 고금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걱정에 이르기까지 걱정의 역사를 살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제2장에서는 “20세기 초부터 걱정에 '대처‘하기 위해 나타난 여러 가지 전략들을 음미했다”라고 하였습니다. 주로 다양한 자기계발서를 살펴았는데, 결론은 자아에 관한 믿음이야말로 걱정의 근원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 <리미널 씽킹>에서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 것인지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파헤친 것에 공감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에 대하여>가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아니라고 저자는 강변을 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결국은 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3장에서는 “이 거대사로부터 대두하는 현행 문제들을 고려했다”라고 합니다. 걱정을 걱정하는 일을 지나치게 문제화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 미래, 그럴싸함, 인과관계, 합리성 그리고 언어와 정신의 관계 등에서 걱정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문제를 철학적으로 키워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걱정을 이성과 연결하여 관계지으려 든 것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니 괜시리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긴장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제4장에서는 “걱정꾼이 됨으로써 생기는 이득의 계산이라는, 얼핏 보기엔 가능하지 않을 법한 과제를 다루었다”고 하였습니다. ‘걱정에도 장점이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눙치면서 진화론적 접근에서부터 걱정으로부터 희망을 불러오더니 아주 노골적으로 걱정이 가지는 장점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걱정꾼의 행복이 과거에 있다고 하였는데, 사실 걱정하는 사람들치고 현재 혹은 미래의 행복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지 과거에 행복했다는 이유로 걱정을 접으려는 걱정꾼은 없지 싶습니다. 나아가 문학이 걱정꾼의 산란함에 오히려 좋지 못할 뿐이며, 시각 형태와 음악형태의 예술이 걱정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꼭 그럴까요?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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