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 심리학과 뇌과학이 파헤친 시간의 비밀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에는 나이를 빨리 먹었으면 싶었지만, 세월이 더디게 흘러간다 생각했던 것이,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쌓여서 세월이 되는 것이라면 같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시간일 터인데, 느낌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만한 책을 만났습니다. 독일 슈피겔지 과학부 편집장 슈테판 클라인이 쓴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입니다. 저자는 시나 분으로는 잴 수 없는, 시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주제로 삼아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와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신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흔히 시간은 외부에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서의 시간과 우리의 의식에서 생겨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시간에 관한 외부세계와 내부세계의 맞물림을 뇌신경계의 연구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간에 관한 신비를 설명한 mystery편과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다룬 discovery편입니다. mystery편에서는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들, 몸은 어떻게 시간을 느낄까?, 두뇌 속 시간 메커니즘, 왜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갈까?, 현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시간은 어떻게 허공으로 사라지는가, 멈춰버린 시간, 왜 나이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 걸까?, 시간도둑 등 9개의 작은 주제를 담았습니다. discovery편에는 두뇌 속에 숨겨진 시간 되찾기, 시간 부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시간 압박 탈출하기, 시간을 발견하는 6가지 방법 등 시간과 관련된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4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머리에 소개하는 시간에 관한 실험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시계 없이 60일을 지하 130미터의 빙하 동굴에서 보낸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휴대폰으로 외부세계와 교신은 할 수 있지만 그에게 시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는데, 실험이 종료된 60일 후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까지 그는 35일이 경과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 셈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생체시계는 외부의 물리적 시계보다 다소 늦게 흘러간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고유한 리듬을 부여하는 생체시계는 사람마다 다르고 자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데, 오로지 유전자만이 이를 조종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는 순간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른 것입니다. 즉 우리가 어떤 일에 몰두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시간을 의식할 때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즉 두뇌가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은 연장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억에 관한 연구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서 애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숫자가 늘어서 그런지 잘 외워지지 않아서 연필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편입니다. 비밀은 기억의 한계에 있었습니다. 작업기억은 2초가 지나면 지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는 과정은 주의집중에 따라 달라진다고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주의 집중은 각성하고, 관심의 방향을 전환하고, 관심 없는 신호는 억제하여 관심대상에 집중하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는 멀티테스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먼저 처리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모든 과제를 세부단계로 나누어 차근차근 처리하며, 지금 하고 있는 과제와 다른 생각은 바로 메모해두고 본래의 과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다양한 비법들은 여기에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직접 읽어보는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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