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미치다 - Alice가 런던에서 찾아낸 102개의 판타지, 개정판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최은숙 지음 / 조선앤북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 7월에 여름휴가를 받아 영국과 아일랜드를 다녀온 길에 딱 하루 런던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이틀을 묵었으니, 런던과 인연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있다고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두 차례나 머물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 런던을 제대로 느껴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단체여행이었기 때문에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런던을 소개하는 책을 몇 가지 읽었습니다만, 최은숙 기자님의 <런던에 미치다>는 다른 차원의 읽을 거리였습니다. ‘앨리스가 런던에서 찾아낸 99개의 판타지’라는 부제를 붙인 것처럼 작가가 보기에 런던인 ‘이상한 나라’였고, 그래서 판타지로 넘쳐나는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된 런던의 뒷골목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고 매력적인 픽션의 공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작가는 런던에서 찾아낸 99개의 판타지를 모두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도시’라는 서사를 시작으로 ‘클래식과 컬트’, ‘영화, 소설 그리고 음악’, ‘숨은 명소’, ‘푸드’, ‘쇼핑’, ‘마켓’, ‘영국스러운 것’, ‘런더너’, ‘여행자를 위한 메모’ 등이 각각의 주제입니다. 크고 작은 사진들이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고, 이야기꼭지에 따라 쪽수가 길어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쪽에서 여백이 없이 글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인지 아닌면 편집자의 놀라운 재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 소설 그리고 음악을 주제어로 삼을 만큼 작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깃거리를 끌어왔습니다. 머리말에서는 <댈러웨이 부인>에 나오는 ‘(런던은) 놀라운 미로로 가득 차 있는 미지의 정원’ 같다는 표현을 끌어다가 런던을 ‘길을 읽기 위한 여행지’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다시 반복하는 셈입니다만,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가 되어 환상의 시공간, 런던을 탐험하여 이 책에 담아냈다고 합니다.


소소하다 싶지만, 작가 나름대로의 생각에 읽는 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장소들을 모아 짧게 소개하는 여유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유를 가지고 런던에 체류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만큼을 꼭 챙겨들고 가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런던의 지하철을 튜브라고 한다던가요. 그 튜브의 역들 가운데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모아 두 쪽을 꾸밀 정도로 작가는 영화에도 내공이 있나 봅니다. 어디서 나온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런던은 뉴욕과 LA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를 많이 촬영하는 곳이라네요. 이 책을 다시 업그레이드한다면 최근에 본 영화 <나우 유 씨 미2>에 나오는 곳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튜브의 노선이 하나 밖에 없지 않은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런던의 안개와 하늘까지 담아내다보니 아무래도 주제에 따라서는 깊이가 아쉬운 대목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떼어서 별도의 책으로 꾸며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목적으로 런던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런던에는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주제의 투어가이드가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최초의 런던 투어가이드 회사 런던 웍스(London Walks)는 무려 380개나 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데, 비틀즈 탐험, 해리포터 따라가기, 블룸즈버리 문학기행과 옛 뮤지엄 지역 탐험, 셰익스피어의 런던, 연쇄살인마의 흔적을 찾아서, 펍 투어, 야경즐기기 등이 추천할 만 하다네요.


런던을 두 차례나 가보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들 가운데 가본 곳이라고는 트라팔가광장과 내셔널갤러리 등 두어 곳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런던은 조금 길게, 체류하면서 느긋하게 구경을 해볼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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