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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스코틀랜드, Scotch Day ㅣ 어느 날 문득
홍주희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지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작가들의 개성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무언가를 얻어 볼 요량으로 읽었지만, 기대했던 바에 많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곁들인 일기 아니 신변잡기 정도였습니다.
‘2010년 1월 8일부터 7월 19일까지 스코틀랜드에서의 추억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라고 시작된 소개글에서 저자는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지와 스코틀랜드라는 이국에 대한 호기심에 부풀어 머나먼 땅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덜컹 날아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영어를 배우려는 곳으로 왜 스코틀랜드여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스코틀랜드에서 전공을 보완할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것인지도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작은 크기에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넣은 내용을 보면, 에든버러에 거점을 두고 생활하면서 글래스고, 스털링, 하일랜드, 인버네스 등을 여행한 기록에는 다니던 카페, 서점, 펍 등 잡다한 것들까지 언급하려다보니 정작 깊이가 있었더라면 하는 내용들은 수박 겉핥기가 된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유서깊은 에든버러성이나, 왕립궁전(The Royal Palace의 번역인데, 왕이 세운 궁전이니 ‘왕궁’이면 될 것 같습니다), 세인트 마가렛 예배당 등의 설명이 서너줄에 불과합니다. 설명도 없는 거리 풍경, 스코틀랜드 특유의 문야을 담은 직물, 심지어는 스카치 위스키 샘플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한 크기의 사진 역시 넉넉함을 넘어설 정도로 담았습니다.
날씨에 대한 정보는 기억할만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조금 맑았다 금세 흐려지는 등 종횡무진 변한다.(24쪽)”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는 거센 바람과 구름이 많은 혹독한 기후로 유명하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날씨 탓인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는데, 물론 기후가 사람들의 성격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ESL에 등록한 듯합니다. 그곳의 영어선생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에든버러 예술대학교에서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대학을 졸업하고 얻은 직장에서 초보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큰 감동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직장을 그만 둘 이유를 찾아낸 것이 스코틀랜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저자의 관심사인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이 따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니 저자의 스코틀랜드 체류가 그리 나쁜 선택을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가끔씩 끼워 넣어진 듯한 느낌으로 좌우 양쪽 면을 마치 펼친 공책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가의 느낌을 적은 공간인데, 여백을 지나치게 많아 느낌을 조금 더 채워넣었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조금 더 꼬집자면, 글을 꾸미려는 의욕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하일랜드는 한마디로 야생의 보고와 같은 곳이다. 완만한 산과 구릉, 반짝이는 맑은 호수들이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았구나 싶은 구절이 있는가 하면, ‘계곡을 가로지르며 뛰노는 연어와 송어 등 유럽 최후의 야생 지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구절은 관찰의 결과가 아니라 연상의 결과이거나 누군가의 글을 인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렵게 다녀온 여행의 추억을 앨범과 마음 속에만 쌓아두기는 아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막상 책으로 꾸며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선뜻 나서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어떤 점이 편집자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에도 관심이 생겨 꼼꼼하게 뜯어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