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의 숲을 찾다 - 내셔널트러스트의 여행
요코가와 세쯔코 지음, 전홍규 옮김 / 이후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내셔널 트러스트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토토로의 숲을 찾다>는,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탄생과 확산과정을 따라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부터 미국(엄밀하게 말하면 영국에서 기획되었지만,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미국이 먼저라고 합니다), 호주 일본 등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방문하여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내셔널 트러스트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셔널 트러스트가 추구하는 이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취재여행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헌금이나 기부를 바탕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토지, 환경, 문화재, 동식물 등을 매입하고, 이를 영구히 관리해 가는 시민운동을 말하는데, 그 뿌리가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영국의 북서쪽 캠브리아주의 호수지방에 있는 코커머스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으며, 그래스미어 호수에 가까운 라이달 마운트에서 숨졌습니다. 이곳 호수지역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워즈워드는 영국인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이 갖는 참된 의미를 가르친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정신은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을 거쳐 내셔널 트러스트의 창설자 하드윅 론슬리로 이어져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토토로의 숲을 찾다>는 탄생, 여행, 그리고 꿈이라는 제목의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탄생’에서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워즈워드가 그려낸 자연에 대한 진정한 귀의,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예찬이 서로 어우러진 결정체임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존 러스킨을 거쳐 워즈워드까지 거슬러 이들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미친 영향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하드윅 론슬리(Hardwicke Rawnsley) 신부,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그리고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등 세 사람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창설자들의 삶과 역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2부 ‘여행’에서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에서 시작하여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유럽 여러 나라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내셔널트러스트의 확산과정과 핵심인물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3부 ‘꿈’에서는 일본에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출범하게 된 배경과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모범적인 사례인 '토토로의 숲'을 이야기하면서, 인류의 미래의 자산과 꿈을 지키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어린이들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옮긴이가 원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일본어로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책에 소개된 워즈워드와 테니슨의 시 몇 편은 중역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어 번역이 시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Break, break, brea.”라는 제목의 테니슨의 시를 예를 들면, 제목은 ‘파도여, 부서져라’라고 했고, 같은 내용의 첫연은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라고 옮겼습니다.


하지만 저자 역시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사슴고기를 먹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야생사슴을 먹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먹는 것과 보호하는 것은 구별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고래고기를 먹는 일본인에게 쌍심지를 켜고 화를 내는 서구인들도 자신들이 당연한 듯이 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지적을 받으면 의외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눙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먹는 야생사슴과 일본인들이 세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먹고 있는 고래고기가 멸종의위기에 몰려 있는 것과 야생사슴을 같이 올려놓고 비유해서 물타기를 한 셈입니다. 참 나쁜 일본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만, 개발의 광풍은 마땅히 보존해야 할 유물들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유물을 재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있는지 궁금해지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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