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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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http://blog.joins.com/yang412/13549241>를 읽을 때 가졌던 의문이 파스칼 메르시어를 소설의 필명으로 쓰고 있는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http://blog.joins.com/yang412/13861053>, 그리고 이번에 읽은 <자기결정>에 읽으면서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인 58세의 고전문헌학 교수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교수는 독자입장에서 보면 일탈처럼 보이는 행동을 합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을 교실에 남겨둔채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주인공의 행동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장악해야 한다는 작가적 인식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적어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삶의 격>에서 저자는 ‘삶의 형태로서의 존엄성’을 다루었던 것인데, <자기결정>에서는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결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자기 결정’의 철학을 담았습니다. <자기결정>은 2011년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3일간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강연 순서에 따라 자기 결정의 삶이 무엇인지, 자기 결정을 위한 전제가 되는 자기 인식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관하여 ‘쉽고 친근하게 이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만,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장을 넘기기 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몇 차례나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삶의 격>에서 자아와 타인 사이의 관계가 존엄한 삶을 규정했던 것을 이어받은 ‘자기 결정의 삶’의 성격을 다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아가) 강물에 휩쓸려가는 모래알 같은 존재로 전락’하거나, ‘(내가) 타인의 도구나, 장난감, 일종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강의 제목을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고 정한 것처럼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어 읽는 내내 질문에 답을 생각해보느라 책읽기의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자기결정의 삶을 살려면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없이 내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우선 스스로를 테마로 삼아 스스로를 알아가야 합니다. 구체적 방법으로 자신을 말로 표현하고 시간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경험된 과거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하나는 자아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허락하는 면과 그 모든 자아상이 진위가 모호하고, 착각과 자기기만과 자기 설득으로 가득 찬 구조물이라는 면입니다. “기억은 이야기될 때 이해 가능한 것이 되고 우리는 기억의 힘없는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26쪽)”라고도 했습니다. 자기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문학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타인의 시선과 관계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자신에 관해 결정하는 것의 한 형태인데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55쪽)”라는 막스 프리쉬의 말을 인용하면서, 표현을 통하여 자기인식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글을 씀으로해서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언급합니다. “나는 그레고리우스를 무작정 리스본으로 가게 만듦으로써 그것이 그가 세상에서 존재하는 방식임을 독자들이 얼핏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문장들 속에서 느끼도록 했습니다.(61쪽)”


마지막 강의에서 저자는 한 사람의 정체성은 유전자, 신체 구조, 물리현상 등 신체가 가진 조건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문화적 존재로 만드는 기본능력은 언어라고 잘라 말합니다.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앎의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되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자기인식이 확고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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