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작 <이브; http://blog.joins.com/yang412/15003386>에서 성서를 독특하게 해석해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 윌리엄 폴 영의 첫 소설 <오두막>을 읽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번역소개된 뒤로 100쇄를 내게 된 것을 기념하여 만든 리커버 특별판이라고 합니다.


<오두막>이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진 과정이 참 독특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작은 웹회사에 근무하던 저자가 파산에 직면하였으면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섯 자녀들에게 특별하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엮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복사한 것을 주변사람들이 돌려보다가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내놓은 것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46개국에서 번역출판되면서 2천만부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오두막>이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에 큰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가 등장하지만 기독교적 교리의 틀에 메이지 않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펼쳐낸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예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체계 출신들이랍니다. 불교신자, 모르몬교도, 침례교인, 이슬람교도, 민주당원, 공화당원, 투표하지 않는 사람, 주일 아침 예배나 특정 종교 제도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도 있었죠(309쪽)’라고 말하는가 하면, ‘나는 제도를 창조하지 않았다’라거나 ‘(정치, 경제, 종교의) 셋은 지구를 파괴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공포의 삼위일체(305쪽)’라고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오두막>은 작가가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여 도움을 주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가졌습니다. 주인공 맥은 세 자녀의 가장인데 캠핑에 나섰다가 막내딸이 실종되는 불행한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보트사고로 물에 빠진 큰 아들과 큰 딸을 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유괴되었고, 딸이 입었던 옷이 피에 젖은 채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살해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사고를 낸 큰 딸은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가정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런 주인공 맥에게 하느님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사건 현장인 오두막으로 초대를 합니다.


그리고는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죠. 사실 맥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로부터 탈출해 자립한 바 있는데, 오두막에서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아가 딸을 유괴살해한 범인까지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호수의 물위를 걷는다거나, 살해된 딸이 묻혀있는 장소를 알게 된다던가 하는 과정은 일상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신비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저자 역시 이런 과정이 오두막을 찾아간 주인공이 꿈을 꾸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그 사건에 매몰되어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사랑과 용서라는 해결방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꼭 기독교의 하느님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랑은 자기기만이나 회피적 차원에서 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해결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용서해야만 스스로를 치유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오두막이나 이야기는 물론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누구나 그런 오두막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