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 500만년의 역사와 문화
롤랜드 올리버 지음, 배기동 외 옮김 / 북피아(여강)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500만 년의 역사와 문화’라는 부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원인(原人)이 출현했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대륙을 무대로 활동한 인류역사를 망라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 초기 인류의 흔적으로부터 근세 이전까지의 역사는 기록이 풍부하지 못한 까닭에 소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근세 이후의 아프리카대륙의 문제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던 식민지화 과정을 비롯하여 식량생산의 근원과 아프리카의 언어 형성 등 다양한 분야가 주제별로 분석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아프리카사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런던 대학 아프리카사학과의 롤랜드 올리버 명예교수입니다. 아프리카대륙의 국가명이나 도시이름들이 40년전에 배웠던 것과 많이 달라졌을 뿐 더러 아프리카어에서 유래한 것들의 경우 읽기도 쉽지 않지만, 주제에 따른 지도와 아프리카대륙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자료 역시 풍부하게 곁들이고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 21개의 장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제1장 ‘에덴’은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로부터 진화되어 나온 흔적이 있는 곳, 즉 에덴동산을 소개합니다. 지도를 보니 에티오피아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선상에 해발 1000m이상의 고지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호미니드(hominids)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고인류는 4백만년 전에서 150만년 전까지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에티오피아와 트란스발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고인류가 사용하던 석기들을 소개합니다. 제2장 ‘에덴으로부터의 탈출’에서는 고고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하여 고인류가 어떤 경로를 통하여 확산되었는가를 짚고 있습니다. 제3장 ‘대지의 열매’에서는 현생인류의 출현과 농경, 목축의 시작을 추적하였는데, 남아프리카의 케이프지역에서는 10만년도 훨씬 전에 현생인류가 나타났고, 이는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등장한 것보다 빠르다고 합니다.


초기 인류는 채집과 사냥에 의존하다가 9천년전 무렵 곡물의 경작과, 돼지, 양, 소들이 사육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나일강의 풍부한 충적대지에서 농경이 이루어지면서 이집트지역이 빠르게 발전을 시작하여 6천년전 무렵 최초로 농경이 완전히 확립된 지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4장에서는 아프리카부족들의 언어를 분석하여 아프리카언어의 갈래를 구분하였습니다. 이는 언어적 증거를 바탕으로 언어사용 집단의 번성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입니다. 제5에서는 이집트왕국의 형성과 성장과정을 요약하고, 제6장에서는 아프리카 제철기술의 기원과 확산을 다루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청동기문화를 건너뛰어 석기에서 철기문화로 바로 이행하였다고 합니다. 제7장에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아프리카대륙에서 어떤 경로로 전파되고 확산되었는가를 정리합니다. 제8장은 도시의 형성과 이에 따른 교역, 전쟁 그리고 노예제도의 등장 등을 다루었습니다. 사실 노예제도는 부족간의 전쟁이 낳은 부산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대륙에 등장하면서 노예무역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유럽이나 아시아대륙과는 달리 아프리카대륙에서는 이집트왕국을 제외하고는 부족들을 통합한 대규모의 왕국이 성립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유목을 주로 하는 부족과 농경을 주로 하는 부족들 사이의 충돌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승리한 부족이 패배한 부족을 통합하여 지배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남자들은 죽이고, 여자나 아이들은 붙잡아다 노예로 팔았을까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유럽열강들의 아프리카 침략과 식민지배를 거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 아프리카대륙이 독립을 이루었지만, 독립 전후의 국내외 정세 때문에 아프리카 제국들은 대체로 독재자들이 들어서면서 악순환을 거듭하는 양상을 보였던 것입니다.


결국 아프리카의 현실은 다양한 부족들을 포괄하는 정치체계가 일찍 자리 잡지 못했던 내부적 요인과 유럽열강의 식민지배와 국제정세 등 외부적 요인에 열악한 자연환경이 서로 얽혀 만들어낸 비극이지만, 풍부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대륙이라고 하겠습니다.

아프리카; 500만년의 역사와 문화

롤랜드 올리버 지음

배기동과 유종현 옮김

440쪽

2001년 5월 31일

여강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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